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등의 임상 과목을 배우기 시작하면 임상과목에서 여러가지 질환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죠.
어떤 증상이 어떤 병의 전구 증상이 되기도 하고, 위중한 병도 사소한 증상에서 시작한다고 하니,
내게 있는 사소한 증상이 그 병이 아닐까하는 본과 2학년 증후군이 생기게 됩니다.
일종의 건강염려증 입니다.
세상 모든 병이 내게 다 있는 것 처럼 걱정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얼마전에 제가 정말 오랫만에 감기로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서 늦잠을 잘까봐 하는 걱정에, 날이 좀 춥기는 하지만 거실에서 잠을 청했죠. 새벽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다 보니 저녁쯤 되니 몸이 좀 으슬으슬 하고 해서 해열제를 한 알 먹었습니다. 그날은 아무 문제 없이 지냈는데.
다음날이 되니 아침부터 몸이 좀 안 좋더라구요. 그래서 해열제는 하나를 더 먹었는데 그래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해서 해열제를 또 먹었더니 괜찮아 지더군요.

또 무슨 약을...?
그래서 진통제 중에 최고봉으로 유명한 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구토 증상이 있더라구요. 의사들은 열이 나면 열이 발생하는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목도 별로 아프지 않고 달리 열이 날 만한 곳이 없었죠. 머리가 아프면서, 열이나고, 구토 증상이 있으면 뇌막염을 의심하게 되는데 이때는 뒷목도 뻣뻣해지는데 그러고 보니 목도 불편해서 목을 잘 피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아! 이거 였구나 생각하면서..
항생제를 추가 했습니다.
그리고 항생제를 먹기 시작하니 증상도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약 기운이 떨어질때 쯤 되면 여지 없이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밤에 잠도 설치고 해서 약기운이 떨어질 시간에 맞추어서 새벽에도 일어나 하루에 다섯 번씩 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더 지나서도 증상은 여전했는데,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있어서 새벽부터 돌아다녔는데, 그 날 오후가 되니 몸이 만신창이가 되더군요. 그래서 수액을 맞기로 하고 수액을 맞았는데도 증상은 별로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좀 나아지더군요.
그리고 나서도 열이 어디서 나는지 몰라 걱정이 많이 되더군요. 이렇게 원인 모르게 열이 날 때, 원인 불명열이라는 진단이 있는데 주로 생기는 원인이 종양, 류마치스 질환, 감염인데 감염은 가능성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죠. 그래서 어디 종양이 아닌가 호들갑을 떨게 되었죠. ^^
주사로 해열제를 맞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건 알았는데, 엉덩이를 보이기 싫어서 ^^
다행히 하루 이틀 더 고생하다가 천천히 좋아졌습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냥 감기 였던 거지요.
여담 이지만, 요즘 감기에 항생제를 쓰는 것에 대해서 우려에 목소리가 많습니다.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감기에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저의 경험으로도 항생제를 쓰게 되었구요.
항생제가 감기를 좋아지게 했는지도 인과관계를 알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필요한 경우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하고 양적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객관적 판단이라 생각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나 의사가 아닌 분들이나 아프면 이런 저런 과다한 걱정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본과 2학년때나 고민하고 말았어야 할 본과 2학년 증후군이 저에게도 생기는 것을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그냥 환자 였던 거죠.
본과 2학년 증후군은 일부의 증상에만 집착해서 객관적으로 병의 상태를 보지 못하는 데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생긴 증상을 그냥 간과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감정에도 근거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의사인 저도 이런 저런 걱정 환자 분들의 걱정에 대해서 마음을 이해해야 겠다는 생각도 더 들었구요.
그런 것을 보면 이번 감기는 좋은 경험이었던 거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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