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쯤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면 반딧불이는 ‘우리가 세상에 빛을 준다’고 생각한다”
반딧불아.. 니가 아무리 밝아도 세상을 밝힐 수는 없단다... 의사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잘나도 세상의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는 것... 교만하지 말고, 계속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의사가 되주시길...^^
인도의 속담이라고 합니다. 바로 반딧불이의 교만이지요…
화장실에 앉아 이 글을 읽으며 저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는 것은 너무나 좋지 않다고, 똥꼬전문선생님들은 말씀을 하십니다… 변비에 원인이라니 여러분들은 이런 짓 하지 마세요 ^^) 나는 과연 반딧불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 수많은 의사들 중에 이런 사람들은 없을까? 라구요…
의사가 된 지 벌써 22년이 되었네요, 그리고 안과전문의 자격을 받은 지도 18년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특진이란 의사 타이틀이 붙었고, 가끔은 인터넷을 찾아서 제가 수술을 잘해서 오셨다는 환자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전 잘 못찾겠던데… 이분들은 도대체 어디서 찾는 지… ㅎㅎ 정보는 필요한 사람 눈에만 보이나봐요^^)
그러면 마음 속으로 우쭐해지고(아직 정말 철이 안든 것이 분명해요 ㅎㅎ), 지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한 착각 속에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 자신을 돌이켜보면, 정말 후회스러운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든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전 정말 긴 전임의생활을 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이상렬 교수님 밑에서 2년, 그리고 곧 바로 연수를 떠나
안와질환에서는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독보적인 존재라는 Canada, British Columbia 대학의 Dr. Rootman과 1년,
UCLA에 있으며 향후 미국 안성형학회를 이끌어나갈 Dr. Goldberg 와 1년.
그 외에 미국 동부에 있는 유명한 병원에 가서 유명한 안과의사의 수술을 거의 다 가서 구경 하고 왔죠.
(지금 생각해도 이 결정은 참 잘 한 것 같아요^^ 젊어서 갔으니 외국에서의 구박과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떠났다면 아마도 때려 치고 돌아왔을 것 같거든요 --;)
총 4년 반이라는 시간을 안성형 전문의가 되기위한 전임의 생활을 한 것이지요.
사실 이상렬교수님 밑에서 일년간 배우고 나니 안성형 수술이 참 우습게 생각되더라구요..
“이제 난 됐구나… 난 참 수술을 잘 한다… 나도 모르는 이런 재주가 있다니.. “ 하면서 이미 혼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었는데, 거기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선생님들 밑에서 한 수 지도를 받으니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상태에서 한국에 돌아왔지요.
그리고는 수술을 마구 마구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돌아와 수술을 하다 보니, 세상에... 미국 연수를 가기 전, 즉 전임의 생활을 1년 하고 해 놓은 수술들을 돌이켜 보니, 정말 제 팔을 잘라버리고 싶더라구요…
왜 그렇게 수술을 했을까? 조금 더 생각해봤으면 그런 합병증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반성하는 마음이 정말 많이 들었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 분들에게 일일이 찾아서 사과를 드릴 수도 없고, (생각해보면 환자도 의사 잘 만나야하고, 의사도 환자 잘 만나야 합니다 --)
안과의사,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안성형 전공을 5년 하고나니 이제는 정말 수술이 안정되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은 안성형분야에서 제 실력이 누구 못지 않다고 자부를 하였지요. 국내에서 2년, 외국에서 2년간의 긴긴 전임의 생활을 하고 본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기에, 정말로 그 당시에는 “이제 되었구나” 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하지만, 안과전문의로써 10년차가 되어 제 과거를 돌아보니,
이제는 팔은 아니지만, 이번엔 제 손목을 잘라버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곤 또 다시 찾아온 교만…
“이젠 정말 되었다”
그럼 지금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안과의사가 되어 안성형전문의로써 10년 전에 제 수술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이번에 손목은 아니지만, 손가락 몇 개는 잘라야 할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언제 정상인이 될 수 있을까요? --;)
제가 중학교 다닐 때 너무나 유명했던, 외팔이 검객 왕우 ^^ 하마터면 외팔이 안과의사가 될 뻔 --; 아무리 생각해봐도 같은 칼잡이지만, 외팔이로 안과수술은 못 할 듯 싶네요..
말씀 드린 대로 이제는 어엿한 안성형학회의 중견으로, 아니 거의 고참으로 벌써 제 밑에서 수련을 받은 안성형 전문의 숫자가 10명이 되어가고, 내년에는 아마도 대한 안성형학회의 회장이 될 지도 모르지만...
겁이 납니다.
25년 후, 30년 후에 다시 제 모습을 돌아본다면, 그 때는 정말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성주야 이제 넌 아무것도 자르지 않아도 된다” 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제는 손톱만 자르면 될 것 같아… ^^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좋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 많은 노력과 경험이 쌓여야 하더군요. 그 속에는 정말로 의사를 잘 못 만나 고생하신 환자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구요…
이 자리를 빌어 제게 수술을 받고 고생하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라구요…
교만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많은 것을 배워야 하겠지요, 언젠가 제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했다, 성주야, 고생했어…”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까지 말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환자를 보게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 필요할 수도 있구요.
혹시는 이 글을 읽게 되실 저희 병원에 선생님들과 모든 젊은 의사들에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교만한 반딧불이가 되지 말아 달라고….
아직도 손톱을 열심히 자르고 있는 '한 때는 테리우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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