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의 황반변성 이야기 32 – 황반변성 치료, 역사 이야기 (2)
1편에 이어서…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근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1800년대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황반변성이라는 병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질병에 대해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은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진단은 되었지만 방법이 없어 환자가 실명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광학과 레이저 기술 또한 발달하게 되어 1970년대부터 황반변성의 치료에 레이저가 본격적으로 도입됩니다. 레이저를 이용하여 나쁜 혈관 덩어리를 문자 그대로 ‘지져버리는’ 치료이지요. 그러나 이 치료는 주변의 정상 신경에 대한 손상이 커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 ‘광역학치료’라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도입되는데 특수한 약물을 이용하여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나쁜 혈관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중반까지 국내에서 황반변성으로 진단된 환자의 대부분은 바로 이 ‘광역학치료’를 이용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시기에 진단된 환자분들은 아주 어두운 곳에서 팔에 주사 약제를 맞은 후 레이저 치료를 하고, 온 몸을 두꺼운 옷으로 꽁꽁 싸맨 뒤 집으로 가서 이틀 정도 깜깜한 방 안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역시 제한점이 많은 치료 방법이었지만 기존의 레이저 치료에 비해서는 훨씬 진일보한 방법이었지요.
* 광역학치료에 이용되는 ‘비쥬다인’이라는 약제입니다. 빛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 약을 맞은 후에는 빛을 보지 않도록 두꺼운 옷, 모자, 선글라스로 온 몸을 가려야 합니다.
황반변성으로 저에게 치료 받던 환자 중 한 분이 얼마 전 ‘PDT’라는 단어가 적힌 쪽지를 주시면서 ‘보험회사에서 이 치료를 받으면 보험 적용이 된다는데 이게 무슨 치료인지’ 물어보셨습니다. 당시 환자는 눈 주사 치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지요. PDT는 ‘광역학치료’의 약자입니다. 아마 보험회사에서 이 규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PDT가 황반변성의 표준 치료였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황반변성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혁명적인 치료 방법인 눈 속 주사 치료가 등장하게 됩니다. 주사와 관련된 합병증의 발생률이 매우 낮다는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었습니다.
* 좌측에서부터 루센티스, 아일리아, 아바스틴 눈 주사약입니다. 황반변성으로부터 눈을 지켜주는 고마운 약제 삼총사입니다.
또한 2000대로 들어오면서 황반변성의 진단과 치료에 큰 혁신을 가져 온 또 하나의 방법이 널리보급됩니다. 바로 눈CT 장비입니다.
황반변성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한두 번은 접해 보았을 익숙한 그림인 눈CT 사진입니다.
의학과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수십 년 전만 해도 심한 난치성 질환으로 실명을 면하기 어려웠던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이 이제는 ‘그래도 치료해볼 만 한’ 질환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황반변성에 대한 새로운 치료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보다 정확하게 황반변성을 진단하고 재발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기들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열심히 치료 받으시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라고 환자들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좋은 치료 방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주사 치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