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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직장생활 하시면 대부분 이런 경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조기 검진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 같습니다.
흔히 겪는 30대 중반의 일상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의미에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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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8년차인 나..

요즘들어 많이 피곤하고 몸도 안 좋은 곳이 있기는 한데 병원에 가기가 꺼려집니다.
검사를 했는데 덜컥 너무 않좋은 병이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됩니다.

"요즘 속도 좀 쓰리고 소화도 안되고 그런데 이게 너무 좀 오래가네, 괜찮아 지겠지 뭐"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질거야 검사해봐야 뭐 있겠어. 그리고 병원 갈려면 휴가도 내야 하잖아."

하면서도 나쁜 것이 있을까봐 검사하기도 두려워집니다.
병원에 가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붙여 놓습니다.

3달이 지났습니다.

속이 쓰린 정도가 좀 심해졌습니다.
"요 몇일 과음이 좀 심했던 거야. 그래도 밥먹으면 괜찮잖아. 술은 좀 줄여야 겠는데 오늘 회식은 어쩌지. 모르겠다. 내일부터 쉬면되지.."

6달이 지났습니다.

소화제를 먹지 않으면 속이 더부룩해서 앉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속쓰림도 속이 비어도, 밥을 먹어도 계속됩니다.
"술이 문제인게야, 술만 안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좋아질거야. 이젠 정말 술 안먹어. 아침이라도 먹어야 하는 건가? 몸은 왜이리 또 피곤한거야?"

개인의원에 가서 소화제를 좀 받았습니다. 내시경 해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좀 더 있다 해보지뭐, 내가 이 정도에 어떻게 될 정도는 아냐.. 난 아직 30대 라구"

1년이 지났습니다.

요즘에는 술도 더 늘었습니다. 술마시는 양도 더 늘었는데 그래도 잘 견딥니다.
"역시 난 술이 세, 가끔 실수도 하긴 해도 술먹고 다 기억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오랫만에 한 검진에서 간수치가 많이 높습니다.
"역시 피검사 할려면 하루는 쉬고 해야되, 어제 술 먹고 재니 좀 높군 다음에는 하루는 쉬고 해야지"
종합검진도 한 번 받아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년이 지났습니다.

피부색도 많이 검어지고, 술 마시고 기억나지 않는 날들도 많아졌습니다.
운동은 언제 했었는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봄이라 그런지 기침도 늘었습니다. 요즘들어 왜이리 감기에 자주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다 어떤 날은 뒷목이 너무 당겨서 앉아있기 힘듭니다.
가끔 은행에 가면 혈압을 재봅니다. 높게 나올까 살짝 두렵기는 합니다. 혈당도 한번 재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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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완연한 중년 아저씨가 다 됐습니다. 그냥 앉아 있으면 배 때문에 숨쉬기가 살짝 불편합니다.
오전에는 거의 힘이 나질 않습니다. 아침에 기침을 했는데 가래에 피가 살짝 보입니다.
"오늘따라 아침에 왜이리 속이 쓰린거야? "

간신히 시간을 내서 검진 예약을 했습니다.
신체나이 43세 원래 나이 보다 5살이 많습니다.
비만, 간수치 상승, 담낭에 용종, 중성지방 증가, 골밀도 감소, 경계성 고혈압, 간신히 당뇨는 피했습니다.
만성 위궤양, 심전도 이상  종합병원에 재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간초음파, 간생검, 복부CT, 위 조직검사, 심장초음파, 관상동맥 조영술...... 해야 한답니다.
검사비만 해도 백만원이 넘습니다. 예약하고 대기하는 데에도 한달이 넘게 필요합니다.
그나마 검사하고 별것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아 정말 이제는 술도 끊고 운동도 해야지"
"근데 이러다 인간관계도 다 끊어지는 거 아니야. 아~ 세상이 왜이리 힘든거야"

뒷머리가 징~~ 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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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과 전문의 한정일 입니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아자..
2008/05/02 10:47 2008/05/02 10:47

블로그를 통해 만난 동생이 있습니다. 사실 제 나이를 밝히지도 않았지만 무턱대고 형님이라고 부르며 쫄랑쫄랑 따라다니는 녀석입니다. 직접 얼굴도 보지 않았고(서로가) 그리고 개인적인 친분을 따로 만들지도 않았지만 비슷한 전공을 공부하고 또 둘 다 변태스럽기가 그지없어서 이 친구에게는 저도 말을 낮췄습니다. 지가 낮추라는 말도 안했는데 이 녀석은 그래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절대 제가 낮춤말을 쓰지 않는데 오직 이 한 명만 예외가..

J준

뭔가 제 과거를 보는듯해서..-_-;;;
부족한 글이지만 연관된 글 트랙백 걸어봅니다.

싸이판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들을 할거라 생각하고 적어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만들어가는 자기관리이겠죠.
오늘 저녁 어떻게 될건지에 대한 불확실성만 없어지는 조직문화만으로도 건강한 개인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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