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길을 찾다 – 2019년 김안과병원 전공의 추천도서 선정
왜 책인가?
‘좋은 의사’가 지식과 기술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은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전공의 수련과정을 떠올려 보면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학술활동이나 진료참여로 어느 정도 달성이 되는데 그 외의 부분이 항상 과제로 남습니다. 예를 들면, ‘힘든 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방법’, ‘질병, 환자, 병원,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안목’ 같은 것들입니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함께 생각이라도 해본다면 언젠가 그런 추억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요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거나 난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답을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질문하고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것일테니까요. 혼자 고민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명한 사람의 조언을 청해 듣는 것이 좋은 방편일 것이고 그렇게 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길은 그들이 남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데카르트)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그래서 ‘좋은 안과의사 되기/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김안과병원 전공의 추천도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장르에 상관 없이 ‘전공의 선생님에게 도움 될만한 책’이라는 하나의 조건을 걸고 김안과병원에 근무 중인 전문의 선생님들과 의국 출신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슷한 길을 먼저 가고 있는 선배 의사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의사로서 느끼는 성취감, 보람, 자부심, 중압감, 책임감, 죄책감, 피로, 혼란, 자괴감 같은 것들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서 2019년 버전의 ‘김안과병원 전공의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세부분류를 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 크게 ‘의과학 분야’와 ‘그 이외의 분야’로 나누었습니다.
평소 전공의 수련에 많은 도움 주시는 김안과병원 의국 1회 이춘훈 선생님께서 전공의 추천도서 사업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좋은 책을 마음껏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을 직접 보내주신 동문 선배님들, 김안과병원 선생님들께도 다시 감사 드립니다.
그림. 2019년 김안과병원 전공의 추천도서. 의국 책장에 있던 오래된 전문서적을 정리하고 추천도서를 준비했습니다. 막상 책장에 놓고 보니 조촐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업데이트할 계획입니다.
2019년 김안과병원 전공의 추천도서 목록
1. 의과학 분야
번호 | 제목 | 저자(출판연도) | 추천인 | 추천 이유 |
1 | 의학, 가슴으로 말하라 | 황진복(2012) | 황영훈(수련부장) | 의학, 소통, 교육, 역량, 내재동기, 창의, 몰입, 직관, 미션, 비전, 전략, 리더십, 발표, 그리고 글쓰기… 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을 총정리한 책. 인용된 책과 연구결과도 모두 주옥 같은 것들 |
2 |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 | 로렌스 사벳/박재영(2008) | 황영훈(수련부장) | 의사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그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돌이켜보며 더 넓은 시선을 가진 의사가 되기를 |
(The human side of medicine) | ||||
3 | 닥터스 씽킹 | 제롬 그루프먼/이문희(2007) | 황영훈(수련부장) | 우리가 논리적으로 때로는 직관적으로 익히게 된 진료과정의 사고방식이 과연 합리적인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은 길인지? 어떻게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더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 |
(How doctors think) | ||||
4 | 만원의 수술, 만원의 행복 | 한성익(2007) | 황영훈(수련부장) | 한국에서 치대와 의대 졸업 후 독일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고 얼굴수술로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 선생님의 이야기. 어떻게 공부하고 베푸는 것이 멋진 인생인지 보여주는 책. 독일에서의 수련과정도 흥미로운 내용 |
5 | 외과의사 이승규 | 이승규(2010) | 황영훈(수련부장) |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문득, 수술이 힘겹다고 느껴질 때 펼쳐보면 ‘아! 이건 별 거 아니구나.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하는구나’라고 채찍질 해주는 책 |
6 |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 | 정준기(2011) | 황영훈(수련부장) | 의과대학교수로 일생을 살아 온 선생님의 담백하고 소소한 이야기들. 연구, 교육, 스승과 제자, 의국, 그리고 학문… |
7 | 명의 1,2,3 | EBS 명의 제작팀(2008) | 황영훈(수련부장) | 무엇이 그들을 ‘명의’로 만들었는지?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질병 설명과 진료 과정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순간순간 드러나는 선생님들의 가치관과 일상이 화두거리를 던져주는 책. ‘명의’가 반드시 ‘좋은 의사’를 뜻하지는 않겠지만 한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들에겐 배울 점이 있기 마련 |
8 | 사람, 사람을 만나다 | 여러 저자(2007) | 황영훈(수련부장) | 해마다 의사들의 수필로 선정하는 한미수필문학상 작품집. 작품집1 '유진아 네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런 젊은이를 보았단다(2003)', 작품집2 '사람, 사람을 만나다(2007)', 작품집3 '나는 당신의 진료를 거부합니다(2009)', 작품집4 '사진관 앞 떡복이집(2012)', 작품집 5 '외과의사 엉덩이 노출사건(2015)', 그리고 작품집6 '그는 가고 나는 남아서(2018)'까지 하나하나 보석 같은 책. 의사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 모음. 이제 막 의사가 된 공보의, 군의관, 전공의 선생님들의 초심과 열정이 담긴 이야기가 많아서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책 |
(한미수필문학상 작품집2) | ||||
9 | 영문 의학논문 작성 매뉴얼 | 민양기(2008) | 황영훈(수련부장) | 의학논문 작성의 바이블! |
10 | 생의학 영어논문 작성법 | Mimi Zieger/안성민(2005) | 황영훈(수련부장) | 조금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영어논문을 쓰고 싶다면… 논문 실력 업그레이드용으로 좋은 책 |
11 |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 아툴 가완디/김미화(2003) | 최다예(사시센터 전문의) | 의사로서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의학의 불완전성과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가장 좋은 결론을 내려고 노력하는 의사들의 고민을 잘 담은 책 |
12 | 피터 드러커가 살린 의사들 2 | 제원우, 김우성, 김창식, 이호천, 전영명 (2013) | 이용우(각막센터 전문의) |
2. 인문, 사회, 심리, 문학, 역사, 예술 분야
번호 | 제목 | 저자(출판연도) | 추천인 | 추천 이유 |
13 | 인생수업 | 법륜(2013) | 김용란(원장) |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혼란스러울 때 나침반이 되어줄 책 |
14 | 공부의 즐거움 | 여러 저자(2006) | 장재우(부원장) | ‘학이유 유이학(學而遊遊而學)’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공부 이야기 |
15 |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 차드 멩 탄/권오열(2012) | 이호경(각막센터 전문의) | |
16 | 조선왕조실록 1권 ~ 7권 | 이춘훈(비매품) | 이춘훈(의국 1기) | |
17 | 자기 절제 사회 | 대니얼 액스트/구계원(2013) | 길현경(의국 7기) | |
18 | 지금도 어린, 어린왕자 | 어린왕자/이영아(2019) | 길현경(의국 7기) | |
19 |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이시형(2005) | 길현경(의국 7기) | |
20 | 시크:하다 | 조승연(2018) | 김주연(망막병원 수련위원) | |
21 |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 곽정은(2019) | 유은석(의국 13기) | 1인 가구 및 이 시대 혼자로 살아가는 혼족들을 위한 마음의 지침서 같은 책으로 읽고나면 고단한 저녁 시간에 소소한 위로가 됩니다 |
22 |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스튜어트 다이아몬드/김태훈(2017) | 유은석(의국 13기) | 살아가며 얻고 싶은 대화와 협상의 기술과 지혜를 배울 수 있음 |
23 | 끌림 | 이병률(2010) | 유은석(의국 13기) | 여행갈 여유가 없는 바쁜 하루 속 다양한 여행지 사진과 작가가 그곳에서 느낀 다양한 일상 및 감정을 읽다보면 작은 기쁨에 대한 재발견을 하곤 합니다 |
24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정영목(2007)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
25 | 아웃라이어 | 말콤 글래드웰/노정태(2009)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
26 | 완벽한 공부법 | 고영성, 신영준(2017)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
27 | 메모 습관의 힘 | 신정철(2015)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
28 | 에디톨로지 | 김정운(2014)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
29 | 습관의 힘 | 찰스 두히그/강주헌(2012)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
30 |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조현욱(2015) | 정재근(녹내장센터 수련위원) |
책에서 길을 찾다
사람과 책 사이도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 곁에 있어도 연이 닿지 않는다면 손이 가지 않을 것이고, 같은 내용을 읽어도 그땐 무심히 넘겼던 것이 또 언젠가는 인생명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쁘고 지친 전공의 선생님들이 책을 읽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래도 항상 곁에 있으면 혹시나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인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지나는 길에 제목이라도 한 번씩 봐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