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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사람을 향합니다.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카피입니다. 정말 광고업에 일하시는 분들의 감성은 대단하십니다. 한마디 말로 가슴을 저리게 하는 군요. ^^

사람을 향합니다.
다시 읽어봐도 얼굴에 미소가 머뭅니다. '아름다왔던 어제와 똑같은 내일의 기술을 위해'


 

우리 주변이 더욱 편리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간의 관계, 심리적 거리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저만은 아닐 겁니다. 사람간에는 사회적 거리가 있다고 하죠. 그래서 그 사회적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는 것도 처세가 될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죠.

모 통신회사의 아름다운 카피 "사람을 향합니다."는 이제는 너무 사적인 공간이 되어버린 핸드폰과 그 통신회사의 카피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어제는 오랫동안 제게 당뇨망막병증으로 외래를 다니시고 계신 환자 분과 잠깐 대화를 했습니다.

"아직도 큰 변화 없으시고요. 망막에는 문제 없으세요. 4개월 후에 다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음, 다행이네요. 내가 한선생만 만나고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그러세요. 저도 기분 좋은데요."
"병원에 진찰 받으러 오면 긴장되는데 늘 좋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지"
"좋으니 좋다고 말씀드리죠. 안 좋으면 어떻게 그렇게 하겠어요"

"내 생각에 의사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뭐든 괜찮다고 하면 그냥 밥이나 잘먹으라고 병원에 왜 왔냐는 의사하고 또 하나는 환자를 겁을 줘서 병원에 안 오면 불안하게 하는 의사랑 이렇게 둘이 있다니까.."

"네. 저도 환자 분들 겁줄 때도 있어요. 좋으니 다행이시고 그냥 정기적으로 얼굴 보러 오시면 되요"

제가 전공의 시절 저희 과장님께서도 늘 좋다고 좋다고 이 말씀을 많이 하셨죠. 당시에는 잘 이해를 못했지만 의사가 말하는 좋다는 말에는 어떤 책임과 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경험이 일천한 전공의 시절 좋다는 말을 못했죠. 뭐 상태는 이렇고 저렇고 이건 뭐가 문제고 자세히 설명해 가며 혹시 있지않을 작은 문제도 환자 분과 고통을 같이 하길 원했었죠.

물론 큰 문제가 생기면 서로 이야기를 하고 고민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를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도 때로는 겁을 줘야하고 안 좋은 예후에 대해서 설명할 수 밖에 없겠죠.

이제는 많이 좋아져서 거의 증상을 못 느끼지만 제게는 부정맥으로 약간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안 좋은 생각을 계속하고 있으면 꿈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느끼고 그 철렁거리는 느낌이 심해지면 정말 가슴이 시리곤 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때만 해도 병은 그냥 병일 뿐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심리상태가 내 심장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었죠. 부정맥으로 인한 고통에 적응할 무렵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 책을 읽고 나서야 내 문제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죠. 그리고 의사로서의 치료가 병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고, 의학은 과학이라는 확고한 믿음도 깨졌습니다. 어떤 이유나 핑계를 대더라도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해결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사람, 그 사람 자체이니까요.
그래서 사람을 향합니다. 이 카피가 정말 아름답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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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과 전문의 한정일 입니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아자..
2008/10/07 12:49 2008/10/07 12:49

"사람을 향합니다." 라는 슬로건 참 좋지 않나요?<br>저도 평소 많이 좋아하는 문구였는데 의사블로거이신 싸이판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나봐요 ^^;<br><br>옆집 eye 블로그 - <a target="_blank" href="http://blog.kimeye.co.kr/">http://blog.kimeye.co.kr</a>

잉드

안녕하세요~
마이크로탑텐에서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잉드입니다~
58회차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에 싸이판님의 포스트를 소개하게 되어 댓글 남겨요~
물론! 트랙백도 날렸구요 헤헤;
좋은 포스트 감사드립니다~

싸이판

안녕하세요. ^^ 잉드님.. 제 글이 다른 곳에도 걸리다니.. 영광입니다.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예요. ^^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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