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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김안과병원 망막과 전문의 한정일 입니다.


환자가 되어 병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의사인 저도 마찬가지로 환자가 되어 병원에 가면 하고 픈 말도 다 못하고 궁금증을 가지고 집에 오기 마련이죠.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답답한 마음은 더 심해지기 마련이고요.

병원에 방문하시는 환자분들과 더 많은 정보를 소통하기 위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환자 분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진료하는 저는 얼마나 많이 환자분들께 정보를 받는지 생각하며
이런 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 글을 올려봅니다.

제 앞에 오신 환자 분들께 첫번째 질문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병원에는 어떤 문제로 오셨습니까?"

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 대답을 잘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글쎄 뭐... 그냥 개인병원에서 가보라고 해서...
불편한데는 없고 혹시나 해서...
당뇨망막증이라 하던데...
망막인지 각막인지가 않좋다 하던데...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죠.
하긴 저도 이런 말씀을 들으면 곧바로 이렇게 묻습니다. 네.... 그런데 불편하신 것은 없으시고요?
그러면 다시

눈이 좀 침침하고
눈물이 나고
뭐가 낀 듯하고....
가렵고
...

말씀들을 해주시죠..

의사인 저도 사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저의 증상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의사들이 원하는 용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뭐 이런 것들이죠.

2007년 3월 5일 부터 오른쪽 눈에 위에서 가려보여요.
어제 부터 시작된 왼쪽눈이 찌그러져 보이고 어두워 보여요.

사실 이런게 본인이 불편한 증상을 호소한다는 것은 거의 환상적인 일이죠.
증상만 들어도 아하! 하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께요. 제가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간적이 있습니다.
동네 소아과에서 엑스자 다리라고 보조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큰 병원에 한번 가보려고 했다가
생긴 일인데요.
사실 제 아이가 좀 발달이 좀 느리지 않나 걱정도 되고, 또래에 비해 운동신경도 좀 늦은 것 같고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동네 소아과에서 엑스자 다리라고 하더군요. 의과대학 다닐 때 나름대로 정형외과를
좋아하는 과목이었는데 도대체 생각도 나지 않고 해서 책도 찾아보니
진단명은 외반슬, 경골내회전, 장골외회전 뭐 이런 진단명을 붙이면 되겠더군요.

그래서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 병원에 왜 오신거죠?" 하셔서
"네, 동네 소아과에서 뭐.. 외반슬, ... 라고 하셔서.. 주절주절"
"네, 그건 알겠고요.. 글쎄 아이가 어떻게 않좋은 것 같아서 데리고 오신거죠?"
"점프를 잘 못해요..."  (-_- ;;)
옆에서 집사람이 "그게 아니고요.. 걷는게 부자연 스러워서..."
"네, 좀 보지요.. "
간단한 검사후 ...."네, 이 나이에 엑스자 다리는 정상입니다."
"아, 네... 그래도 좀 느린데..." ('' )( '') 
"그러시면 소아 신경과를 좀 보시도록 하지요."
"아, 네..." ┏(;-_-)┛

병원에서 나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병원에는 왜 갔을까를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의사인 나도 불편함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는 구나... 하는 것도 함께

물론 저는 제가 전공한 안과적 문제에 있어서는 정확히 환자 분들의 말씀을 듣고 진단하겠지만.
제가 환자가 되어서 겪는 문제는 그저 환자일 뿐 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환자분들도 왜 내가 병원에 가게 되었는지 정확히 생각해 보시고 말씀해 주신다면
진료하는 의사도 정확한 진단과 환자 분께서 필요로 하시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고,
환자분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해 보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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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과 전문의 한정일 입니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아자..
2007/12/04 00:17 2007/12/04 00:17
맞아요..

진짜 재미있네요.. 사실 상대방의 입장이 되면 다 이해가 되는데.. 우린 대화가 필요한 존재랍니다.. 의사샘이 하시는 말도 알아듣게 설명해주세요..

싸이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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