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눈물이 많은 저라서 TV를 보다, 영화를 보다 딴 곳을 보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집에서도 TV를 보다 고개를 돌리면 집사람이 그러죠.
" 아니야 울긴 "
제가 눈물이 많은 것을 아시고 장인 어른께서 눈물이 날 것 같으면 한쪽 눈만 세게 감으면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하셨죠. 그래도 울컥하면 딴 데 보고 아무도 모르게 한 번 눈을 훔쳐야 합니다.
스파이더맨을 보다가 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모델을 구하는 장면에서도 눈물을 흘렸으니,
참, 제 눈은 주책도 없습니다.
의사로 살아가다 보면 안타까운 일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얼마전 칠순이 다 되신 할머니 한분이 오셨습니다.
당뇨로 30년 정도로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셨고, 다른 안과에서 레이져도 받고 했지만 눈속에 또 출혈이 되어 제게 진료를 받으러 오시게 되었지요. 보통 칠순 정도 되시면 병원에 혼자 다시는 것이 쉽지는 않죠.
작은 개인의원 이라면 동네이고 하니 손쉽게 다니시겠지만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손자가 보호자로 왔더군요.
"언제할 수 있죠?"
"빨리 받으시면 좋죠. 한 두달 내에 어떻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오래놔두는 것은 좋지않아요."
"근데 손자 때문에..."
"할머니 1주일 정도는 혼자서도 지낼 수 있어요. 걱정하지마세요"
"아니면 너 방학 때 수술 해야겠다."
"할머니 수술 빨리 받아야 하잖아. 저는 괜찮아요."
손자가 집에 혼자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으셨겠지만, 의젓한 손자를 둔 덕택에 바로 수술을 받으셨고 그 후로도 항상 손자와 함께 병원에 다니고 계십니다.
아마도 제가 이 장면을 TV나 다른 상황에서 봤다면 또 눈이 뜨거워져 고개를 돌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사이기에 제 앞에 있는 분을 어떻게는 해결해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 책임감 때문인지
제 앞에 계신, 치료를 위해 저를 찾아오신 분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때론 차갑게 냉정하게 분명한 목소리로 앞에 계신 환자 분들께 선고를 내리듯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가지는 제 앞에 계신 환자분의 문제를 정확히 판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제가 가진 감정은 중요치 않고 오로지 그 분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사들도 아들이고 딸이며 부모이며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병이 들면 아프고 또 누군가에게 치료받으러 가신 사람들 입니다. 의사들이 권위적이라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실은 권위적 이라기 보다는 많은 말을 나눈 적이 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앞에 계신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하세요.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고요.
Comments List
헉~~
눈물은 제 전공인데요... ^^
샘은 망막 치료... 저는 눈물 치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환자와 고통을 같이 하고 있다는 거....
내년에는 더더욱 친절한 의사가 되자구요~~
네, 더 열심히 화이팅 하겠습니다. ^^
글이 참 따뜻하네요..
마음까지 따뜻해 지는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2007년 마지막날 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