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력이 잘 안 나온다고 큰 병원을 가라고 해서 왔어요....그런데 교정시력이 뭐예요? 오늘도 외래에서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아이를 데리고 오신 엄마가 묻습니다. 교정시력....인터넷에 '시력교정'으로 잘못 검색하면 라식 라섹 설명만 엄청 나옵니다. (ㅋㅋ) 전혀 다른 말인 것 아시지요? 교정시력을 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다음과 같이 되어있네요....
" 굴절(屈折) 이상(異常)인 눈에 있어서 렌즈나 기타 장치(裝置)로써 교정(矯正)하여 얻는 시력(視力)"
쉽게 설명하면 " 제 눈에 맞는 안경 쓰고 최대한 보이는 시력" 입니다.
제 눈에 맞는 안경을 쓰면 다 잘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랍니다.
사실 아이가 안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하면 순간 눈물까지 보이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눈이 나쁜 경우에는 그 불편함을 익히 알고 있고, 또 '나를 닮아서 그렇구나...'하는 죄책감까지 들기 때문이지요.
(사실 부모 중 한 명만 안경을 써도 아이가 눈이 나쁠 확률은 정상인 부모를 둔 아이 보다 2배, 두분이 다 눈이 나쁜 경우는 정상부모의 아이보다 4배까지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안경을 쓰는 자체보다 더 속상한 일은 제 눈에 맞는 안경을 써도 교정시력이 정상이 안 되는 경우랍니다. 이런 경우를 약시라고 부르지요.
즉 안경을 쓰지 않으면 0.1도 못 보지만 제 눈에 맞는 안경을 쓰고 교정시력이 1.0이면 OK! 안경 없이 0.5를 봐도 안경을 쓰고 교정시력이 0.7 밖에 못 보면 문제! (약시)
교정시력이 정상이 아니면 안과의사들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수정체와 시신경이상, 망막질환 등의안과질환이나 그 외에 다른 신경학적인 질환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가장 흔한 안과적 문제는 굴절이상(즉 안경을 껴야 하는 상태)이므로 주로 그 얘기를 하겠습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을 1.0의 시력으로 잘 보는 것은 아니랍니다. 늑대가 키운 어린 아기 이야기 아시지요? 실제로 9살에 발견된 아이는 그 이후 50세까지 사람들과 살았는데 말을 몇 마디 밖에 못 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시기에 사람들의 말을 못들었기 때문이지요.
눈도 똑같답니다. 제일 중요한 시기는 2살 이전, 조금 봐주면 만 6세 정도 (아주 많이 봐주면 만10세)까지 랍니다.
어른이 된 후 아무리 잘 먹어도 키가 크지 않듯이, 만6세 이전에 선명한 세상을 뇌에 가르쳐 놓지 못하면 그 이후에 아무리 안경을 열심히 써도 교정시력 1.0을 못 보는 약시가 되는 것이지요. 교정시력 1.0이 안 나온 상태로 시각담당 뇌의 성장을 끝나면, 어른이 된 후 라식/라섹 수술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아도 1.0이 안 나옵니다.(제 눈에 맞는 돗수의 안경을 쓰고 0.7이면 수술해도 0.7만 나오는 것이 최고의 결과입니다.)
즉 안경 없이 1.0을 보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최소한 안경을 쓰면 1.0이 나오도록 뇌를 가르쳐놔야 라식 수술할 수 있는 나이에 수술을 하면 1.0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력'과 '교정시력'이 두리뭉실하게 사용하는 현실이 간혹 의사와 보호자 간에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의사들은 교정시력이 좋아지면(즉 안경이 아무리 두꺼워지던지 간에 제 눈 돗수에 맞는 안경을 쓰고0.3에서 0.6이 되면) 무심코 "시력이 좋아졌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시력이 좋아져도 제 눈 돗수가 변하지 않으면 쓰던 안경을 그대로 쓰는 것이고, 안경돗수가 변하면서 교정시력이 좋아지면 안경을 새로 하게 안경처방전을 드리지요)
이때 눈이 좋아졌다는 말에 기뻐하며 처방전을 가지고 안경점을 방문한 보호자는 "안경 돗수가 또 높아졌네요." 내지는 " 눈이 또 나빠졌네요." 라는 안경사의 말에 헷갈리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안과선생님들께서는 " 꼭 교정시력이 어떻게 됐네요." 라고 말하시고 보호자 분들도 단순한 "시력"과 "교정시력"의 차이를 이해해 주세요. 단순히 안경처방전에 있는 숫자만으로 너무 속상해 하지는 마시고요~약시만 좋아져도 좋겠지요?
약시를 너무 늦게 발견해서 속상해 하지 말고 한 살 생일부터 교정시력 검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