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상 인지에 대하여
색상 인지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며,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우리가 시각적인 정보를 눈에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시각적인 정보를 해석하고 인지하는 과정은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입니다. 색상 인지도 마찬가지로 눈에서 각 빛의 파장을 인지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이를 무슨 색이라고 인지하는 과정은 뇌에서 일어납니다. 따라서 색상인지 과정은 눈과 뇌에 모두 문제가 없어야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색각이상이라는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나는 일입니다. 주변에서 선천적 적록색각이상인 분들을 보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인데요, 이러한 선천 색각 이상은 남성에서 5-8% 정도, 여성에서 0.4% 정도에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남성에서 매우 흔한 일입니다. 선천색각이상은 X 염색체를 통해 유전되는데요, 여성의 경우 X 염색체가 2개로 두 염색체가 모두 이상이 있어야 증상이 나타나는데 비해 (한 염색체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는 증상이 없는 보인자), 남성의 경우 X 염색체가 1개이기 때문에 발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색각 이상은 남성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천 색각이상에서 보통 오해를 하는 것은 적색각 이상, 녹색각 이상이라고 했을 때 적색이나 녹색을 못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색을 인지하는 과정은 단순히 색 하나 하나를 인지하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화론적으로 보았을 때, 각각의 색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진화에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주시하는 한 물체가 있고, 주시하지 않고 있는 주변 물체와 구분을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적색이냐 녹색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색이 주변 녹색보다 도드라지게 인지하는 것이 진화론적으로는 더 필요한 특성입니다. 적록 색각이상이라고 하는 것은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을 때 적색 혹은 녹색을 덜 도드라지게 인지하는 이상인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십시오.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던 사진인데요. 원피스의 색이 어떤 색으로 보이시나요?
이 드레스의 실제 색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Roman Originals)
원피스의 색이 어떤 사람은 흰색 바탕에 금색 줄무늬로, 어떤 사람은 파란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로 보인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사진입니다. 이처럼 색을 인지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다양하게 인지하는 것입니다. 물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인 색상 말고도 조명이나 주변 상황, 눈의 이상, 뇌의 이상 등이 색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같은 색상인 원피스를 보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인지하는 것은 주변 조명에 대한 해석의 차이입니다.
요즘 색각이상을 교정한다고 하는 렌즈나 안경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렌즈의 원리도 간단합니다. 우리가 적색 렌즈의 안경을 쓰면 적색 파장만 렌즈가 통과시켜버리기 때문에 녹색으로 된 부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녹색약이 있는 사람은 녹색 안경을 끼면 녹색을 더 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색깔 혼합을 이용한 색각검사(이시하라 검사, 한식색각검사)를 시행하면 녹색 이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붉은색을 덜 인지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색각이상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색각검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색상 하나하나를 더 잘 인지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방법으로 색각이상을 검사하면 이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색각이상은 선천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신경 질환이나, 망막질환, 녹내장성 질환, 뇌질환 등에서 후천적 색각이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시력 저하를 같이 동반하며 각 부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일 수 있으므로 안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짧게 나마 색상과 색각이상에 대한 얘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색상과 색각이상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