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하는 안과 의사가 되자!
환자들에게 ‘술 드시지 마세요’, ‘담배 피우지 마세요’, ‘혈압, 혈당 관리 잘 하세요’ 등등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피하라고 강조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건강은 잘 챙기지 못하는 의사들이 주위에 많다. 다양한 이유에서 본인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본인의 가족들의 건강, 특히 부모님의 건강을 챙겨드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저녁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몇 달 전부터 눈 앞에서 뭐가 날아다녀서 파리인 줄 알고 잡으려고 했었어. 그런데 조금 지나니깐 괜찮아지더라”라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는 별 생각없이 하신 말씀인데, 나는 이 말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
내가 외래 진료를 보는 환자들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환자들이 ‘날파리가 보인다, 실지렁이가 보인다’ 등 소위 말하는 비문증 환자들이고 그 중에는 망막 열공 또는 망막박리 등이 동반된 경우도 있는데, 정작 연세가 드신 나의 어머니께는 시력은 괜찮으신지, 눈에 불편한 증상은 없는지 한번도 여쭈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안과 전공의 시절부터 안과 전문의가 된 지금까지 난 단 한번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눈을 직접 봐드린 적이 없었다. 매일 연세 드신 어르신들의 눈은 열심히 보고, 열심히 설명하고, 열심히 치료하려 애쓰면서 정작 내 부모님의 눈은 어떤 상태인지 한 번도 봐드린 적이 없었던 것이다. 명색이 딸이 안과 의사인데 부모님의 눈 상태를 한 번도 봐드린 적이 없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이며 부모님께 매우 죄송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환자들을 내 부모처럼 여기고 열심히 보는 마음으로 내 진짜 부모님의 눈 건강도 살뜰히 챙겨드리는 효도하는 안과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오늘도 병원에서 환자들 열심히 진료하고 치료하라고 격려해주시면서 못난 딸을 대신하여 예쁜 손주들을 잘 키워주고 계시는 부모님께 감사 드리며,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라 커서는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부모님께 딸이 많이 많이 사랑한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딸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도 보여드릴 겸 빠른 시일 내 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진찰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