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침의느낌'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글을 쓰게 된 김안과병원의 녹내장 의사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 중에서는 녹내장으로 이미 치료를 받고 계시는 분도 있을 테고, 아니면 주변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호기심에 정보를 얻으려는 분도 계실 겁니다.
녹내장이라는 병이 아직까지는 널리 알려진 병은 아닙니다만 녹내장학회 차원에서 홍보 및 교육도 많이 실시하고 있고 이미 인터넷에서 녹내장이라는 단어로 검색만 해도 많은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대중적인 인식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글에서 녹내장의 기전이나 치료 같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내용보다는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있어 좀 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진료를 보면서 녹내장을 진단할 때 환자분들께 당뇨나 고혈압의 비유를 들면서 평생에 걸쳐 관리해야하는 만성질환이라고 말씀을 드리면 환자분들은 여러가지를 저에게 물어보시곤 합니다. “앞으로 살면서 무엇을 주의해야하나요?”, “녹내장에 좋은 음식이 뭐가 있나요?” 혹은 “제 취미생활을 계속 해도 될까요?”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하십니다.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삶의 질이 좋아짐에 따라 환자분들도 치료에 수동적으로 따라오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병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변화시켜 나가면서 녹내장을 관리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녹내장과 연관된 생활습관들에 대해 몇가지 항목별로 여러분께 설명 드리려 합니다.
1. 운동
수년 전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 대학 (Washington University)에서 실시 된 한 연구에 따르면 안압이 낮아도 시신경이 손상된 녹내장 환자는 운동보다 앉아있는 경우 지속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연구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활발하고 반복적 인 운동이 4mmHg 정도의 안압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운동의 강도에 따라 안압 하강 정도도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최대심박수의 40%, 80%로 운동을 15분 동안 하였을 때 안압이 각각 0.9, 4.7 mmHg 하강하여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에서 안압하강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운동 후 안압이 떨어지는 효과는 일시적이었습니다.
유산소운동은 많은 연구에서 안압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는 반면에 안압을 높이는 운동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가에서 심장이 눈보다 높게 위치하는 자세, 즉 물구나무서기 같은 자세는 안압을 2배가량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정상 자세로 돌아올 경우 안압은 5분 이내에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합니다만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는 거꾸로 매달리는 듯한 운동은 피해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는 무거운 역기를 들거나 윗몸일으키기 같은 복압을 올리는 운동도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무거운 역기를 드는 등 무게 운동을 하는 경우 안압이 약 4mmHg 혹은 평소보다 22% 정도 일시적인 증가를 유발한다고 하며 운동 종료 후에는 약 1mmHg 정도 하강한다고 합니다.
운동이 녹내장 예방에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만 녹내장의 주된 치료가 안압을 낮추는 것 임을 감안하면 위에서 말씀드린 안압을 올릴 수 있는 운동은 피하고 유산소위주의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운동이 신체에 여러가지 긍정적인 영항을 가져올 것을 생각하면 녹내장을 치료받으시는 분들에게는 꼭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 흡연과 음주
누구나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담배 연기를 직접 흡입하면 40여 가지 이상의 발암 물질, 일산화탄소 및 다른 유해 화합물에 노출되며 백내장, 황반변성과 같은 여러가지 다른 눈의 질환 및 전신 질환과 관련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라 흡연자의 경우 녹내장 위험도가 3~10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는 반면에 많은 다른 연구에서는 연관성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흡연은 그 자체로도 건강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꼭 녹내장때문이 아니라도 금연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술은 마시는 즉시 안압을 떨어뜨리며 많이 마실수록 더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음주와 녹내장 발생을 살펴본 한 연구에서는 음주와 녹내장은 유의한 관계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안압을 높인다고도 하며 특히 매일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고 합니다.
3. 카페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 중 하나인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섭취 후 적어도 90분동안 안압을 1~4정도 상승시킨다고 합니다. 특히 하루에 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경우 녹내장의 위험이 1.6배 증가한다고 하고 Blue Mountain Eye Study에서 커피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녹내장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안압이 유의하게 더 높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커피를 과도하게 마시는 것은 삼가해야 하겠습니다.
4. 항산화제
많은 연구들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녹내장을 진행시키는 손상 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카로티노이드, 라이코펜, 루테인, 비타민C, E, A 등 다양한 항산화제를 먹는 것은 녹내장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데 유의한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항산화 물질이 많이 함유된 특정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다고 해서 녹내장의 위험이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이런 연구들의 결과로 항산화제가 녹내장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으며 녹내장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5. 수면자세
앞서 머리가 심장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자세는 안압을 올릴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편평한 바닥에 그냥 누웠을 때 보다 30도 정도 고개를 올려서 잠을 자면 안압이 1.5~3mmHg 정도 낮았다고 합니다. 또 옆으로 누워서 자게 될 경우 아래쪽에 위치한 눈은 안압이 올라가게 되는데 한 연구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들 중에서 옆으로 자는 사람들은 60~70%에서 아래쪽에 위치했던 눈이 녹내장 진행이 더 심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수면 시 좀 더 높은 베개를 사용하거나 녹내장이 더 심한 쪽으로는 돌아눕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6. 지방섭취
녹내장과 지방섭취와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녹내장의 위험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을 섭취하는 경우 안압을 낮추고 녹내장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오메가-3 지방은 뇌졸중 및 심근경색 위험 감소 등 전신 건강에 중요하며 눈에서도 망막을 비롯한 신경 조직의 건강에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무조건 지방의 섭취를 피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7. 관악기
관악기를 부는 경우 몸 안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안압이 상승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안압을 측정한 연구에서 관악기를 연주하는 동안 안압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힘이 많이 필요한 큰 관악기를 연주하는 경우, 연주기간이 긴 경우 녹내장 손상이 더 심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녹내장 의사선생님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녹내장이 심하지 않은 환자에서 취미생활로 잠깐씩 하는 경우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궁금하실만한 몇가지 항목들에 대해서 설명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녹내장 환자분들뿐 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저도 쓰면서 미처 몰랐던 부분에 알게 되어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위의 여러가지 생활습관들 말고도 언급하지 않은 일상생활에서의 많은 부분들이 녹내장과 관련이 있으나 지면 관계상 다 적지는 못하는 점 양해 말씀 드립니다. 글을 쓰다 보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 보여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생활습관들이 안압에 영향을 주기는 하나 녹내장의 발생이나 진행에 어떠한 위험을 주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많지 않습니다. 녹내장의 치료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하고 규칙적인 약물 사용, 정기적인 병원 방문, 그리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임을 말씀드리면서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