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환자가 될 수 있다. #1
안과, 특히 망막병원에 진료 받으러 오시면 여러 가지 검사들이 참 많습니다.
시력, 안압과 같은기본 검사부터 안저촬영, 빛간섭단층촬영, 형광안저촬영, 망막전위도 검사 등 정말 다양한 정밀검사들이 많습니다.
안과 의사가 현미경으로 눈을 보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는 검사들이기는 하나 환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검사 받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공의 때 환자들 검사를 직접 하면서 “눈 좀 크게 뜨세요”, “파란 불만 보시고 눈 움직이지 마세요” 등 검사에 협조를 잘 못하는 환자들에게 많이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전 검진 차원에서 뇌 MRI를 찍을 일이 있었습니다.
찍어 본 사람들한테서 소리가 시끄럽다, 오래 걸린다, 폐쇄 공포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등 여러 이야기들을 듣고 검사에 임했음에도 너무힘들었습니다. 일단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MRA까지 찍어야 해서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몸을 움직이면 안된다는 겁니다. 사람이 같은 자세로 30분이상 가만히 있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또, 시끄럽지 말라고 헤드폰을 끼워준 것 같은데 헤드폰이 기능을 안하는 것인지 자기공명이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머리 검사하려다 오히려 머리가 더 아파질 지경이었습니다. 검사하고 결과 보러 들어오시는 할머니께서 “눈 고치려고 왔는데 검사하면서 어찌나 벌려대던지 눈이 더 아파졌어”라고 말씀하시던 것이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안과 검사도 해보았지만 주시하라는 곳을 주시하고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알이 빠질 듯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검사가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한 것이므로 힘들더라도 최선을 다해 검사를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의사도 검사를 잘 못하셨더라도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힘들게 검사하셨다는 것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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