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완연해 지면서 파랗게 맑은 하늘과 이쁜 구름들이 하늘을 쳐다보기만 해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요즘, 저는 가족들과 함께 천리포 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서해안 바닷가에 무슨 수목원이지 하고 별 생각없이 갔다가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는 수목원의 매력에 푸욱 빠져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민병갈 선생님이 생전에 사용하셨다는 집무실에서 바라본 천리포 수목원의 모습>
천리포 수목원은 민병갈이라는 한국으로 귀화한 미국인이 만든 수목원입니다. 해군장교로 처음 한국에 왔다가 한국의 매력에 빠져 한국을 다시 찾게 되고 결국 귀화하여 서해안 천리포에 자신만의 수목원을 만들게 됩니다. 수목원을 가득 메운 여러 가지 식물들을 보면서 민병갈이 한국의 식물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을뿐더러 수목원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보면서 왜 이 곳의 땅을 사서 이런 수목원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민병갈이 한 동안 머물렀다는 ‘해송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수목원의 하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소리에 잠을 깨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숲 속을 거닐어 보기도 하고, 썰물에 물이 빠져 갯벌이 들어난 바닷가도 거닐어 보았습니다. 해가 지면서 만들어내는 석양의 모습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또, 깜깜한 밤이 되면 많은 별들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고 있어 자연과 함께 한 하루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바라본 석양 및 낭새섬>
그러나, 이 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수목원의 아름답고 풍성한 식물들과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곳이 아름답고 특별했던 이유는 민병갈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과 사랑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이라는 먼 곳에 와서 이 땅과 이 땅의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일생을 온전히 바쳤기 때문에 천리포 수목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것입니다. 관심을 둘 곳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무언가에 온 마음과 인생을 쏟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현실을 생각할 때 민병갈의 인생과 천리포 수목원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