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아 녹내장이 계속 나빠지는 상황이라면 결국 녹내장수술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녹내장 수술인 ‘섬유주절제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수술의 원리>
우리 눈에서 안구방수라는 물이 만들어진 만큼 빠져나가지 못할 때 안압은 상승합니다. 이때 방수가 빠져나가는 곳 중 대표적인 구조가 바로 섬유주인데, 이 하수도 역할을 하는 섬유주가 제 기능을 못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할 때 수술적인 방법으로 섬유주일부를 잘라내어 물이 빠져나가는 길을 새로 뚫어주는 것이 바로 ‘섬유주절제술’ 입니다.
쉽게 말해 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방수를 구멍을 뚫어 통로를 만들어 줌으로써 방수를 배출시켜주는 수술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당연히 눈안의 방수가 빠져나가면 안압이 떨어지고, 안압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줄일 수가 있는 것이지요.
섬유주에 만든 구멍을 통해 눈안의 방수가 빠져나가면 빠져나간 물은 흰자위 아래에 모이게 되면서 물주머니가 만들어지는데 이 주머니를 여과포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섬유주절제술은 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물을 여과포로 옮겨주는 수술이 되겠네요.
마취는 보통 국소마취로 시행하며, 눈의 후방에 까지 마취주사를 놓는 구후마취나, 안구의 표면에 주사를 하는 결막하마취를 통해 수술 합니다. 저는 보통 결막하마취를 하는데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한 마취방법이며, 결막하마취로도 충분히 통증이 조절되기 때문입니다. 수술은 약 30-40분 정도 소요되며, 대개 하루 정도 입원을 하게 됩니다.
수술자가 섬유주절제술을 통해 안압을 낮추려고 할 때 적절한 안압을 위해서는 눈속의 물을 여과포로 얼마나 많이 빠져나가게 하는지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여과포로 가는 길목 (공막편)을 얼마나 단단하게 혹은 약하게 꼬매느냐 입니다.
공막편을 너무 단단하게 봉합할 경우 방수가 여과포로 나가지 못해 안압이 떨어지지 않게 될 수 있으며, 반대로 공막편이 너무 느슨하게 봉합될 경우 지나치게 많은 방수가 빠져나가 안압이 심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공막편을 봉합하는 과정이 기계적으로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술자의 감각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경험있는 녹내장의사에게 수술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라고 해도 환자마다 눈 조직의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예상보다 안압이 높거나 낮은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며, 이럴 경우 봉합을 다시 세게 하거나, 봉합을 풀어주는 후속조치가 필요하게 됩니다.
수술 후에는 감염의 위험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 안약과 스테로이드 항염증안약을 하루 4-6회 점안하게 되며, 약 일주일정도는 눈에 직접적으로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여과포라고 부르는 물주머니는 조직이 얇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감염에 취약할 수 있는데, 감염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술초기 규칙적인 안약 점안과 지속적인 위생관리가 중요하며, 심한 충혈, 안통, 시력저하가 발생할 경우 즉시 안과를 찾아야 합니다.
녹내장 수술을 한번 받았다고 해서 앞으로 녹내장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녹내장 수술 효과는 대체로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섬유주절제술은 인위적으로 조직을 잘라내 통로를 뚫고 물주머니를 만드는 수술인데, 우리 몸은 이런 변화를 원래대로 복구하려고 자꾸 상처를 회복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 어렵게 만들어놓은 통로가 닫히게 되고, 결국 수술 효과가 없어져 또다시 안압약을 넣거나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녹내장 수술을 받은 분이라도 정기적으로 녹내장 검진을 받으셔야만 합니다.
지금까지 섬유주절제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수술 얘기를 하다보니 그 동안 수술해드린 환자분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네요. 다음 시간에는 녹내장 수술의 양대산맥인 녹내장임플란트 삽입술 흔히 아메드밸브 수술이라고 부르는 수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