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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안과의사 엄마의 아트로핀 점안 후기

올해 초 첫째아이가 받은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력이 떨어져서 나와 김안과병원에서 와서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처방전을 받았습니다. 교정시력은 (1.0)으로 잘 나왔으나 예상보다 근시가 많이 진행한 상태로 안경 외에 근시진행에서 효과가 있다는 아트로핀 치료를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아트로핀과 인공눈물을 처방받아 제가 0.05%로 희석한 아트로핀을 직접 만들었으며, 매일 아이 눈에 점안하기로 하였습니다. 희석 아트로핀을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으며, youtube 등에 자세하게 만드는 법이 나와있기 때문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잘 만들었으니 이제 아이에게 하루에 한번 한방울씩 점안만 하면 되는데, 안과의사인 엄마는 안약을 잘 넣을 수 있을까요?

전공의때 사시소아안과 환아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안약 점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안약을 점안한 경험을 살려 잘 할 수 있을 꺼라고 확신하며 아이 눈을 벌리는데 온 몸을 비틀고, 얼굴 움직이고 어찌나 힘이 좋은지 눈을 벌릴 수가 없습니다. 아래 결막낭만 조금 보이는 순간 한 방울만 점안하면 되는데 절대 결막낭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찬찬히 설명하고 다시 벌리려는데 여전히 힘주면서 눈을 뜨지 않고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결국 울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실패하고 어떻게 해야 고민하던 중, 소아안과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잘 넣을까요?'라고 여쭈어 보았더니 그냥 과감하게 벌리고 점안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엄마라서 아이가 아플까봐 과감히 힘주지 못하고 계속 시도만 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만 괴롭힐 수 있으니 한번에 힘주어 벌리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도전하면서 저는 엄마가 아닌 안과의사라는 생각으로 아이 눈을 과감히 힘주어 벌렸고, 마침내 아래 결막낭에 희석된 아트로핀을 점안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희석된 아트로핀을 넣은지 3개월이상 지나가는 요즘 첫째 아이는 너무나도 순응도가 좋아져서 전혀 어려움없이 안약을 잘 넣고 있습니다. 또, 아트로핀으로 인하여 홍채가 산동되어 아이가 많이 눈부셔하거나 시력저하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잘 적응하는지 전혀 불편함 없이 학교 생활 및 야외 활동을 잘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생해서 시작한데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매일 점안해주고 있으니 아이의 근시 진행이 최대한 억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트로핀 점안하느라 힘드신 부모님들이 많으실텐데, 제 경험상 아이도 결국 하다보면 익숙해지니깐 안약 점안이 힘들다 포기하지 마시고 저처럼 과감히 점안하면 어느 순간 편하게 넣을 수 있을 날이 올 꺼라 믿습니다.



2020/11/02 09:56 2020/11/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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