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란 말이 있듯 만남에는 이별의 순간이 있습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이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헤어진다는 것 자체가 그리 슬픈 일로만 받아들일 일은 또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로 김안과병원이 46주년 되었습니다. 8월 19일 화요일 개원 기념일 행사도 있었죠. 그리고 김안과병원에서 40년을 근무하신 장정옥 선생님의 퇴임식도 있었습니다.
40년을 한결같이 일해오신 장정옥 선생님을 생각하면 정말 존경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권영아 선생님이 읽어 주신 사은사를 들으며 느꼈던 벅찬 마음을 오랫동안 느끼기 위해 다시 글을 올려봅니다.
존경하는 장정옥 선생님선생님과 우리 병원의 처음 인연이 맺어진 40여년 전, 그때는 연세가 지금의 저희들보다 젊은 나이셨는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선생님께서 청춘과 열정을 다해 평생을 바친 정든 병원을 떠나신다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김안과 병원의 안과 의사로서 진료를 시작하실때는 아마도 지금 보다 훨씬 작고 힘들며 어려운 환경이었을 겁니다. 아기와 같았던 갓 태어난 병원을 선생님께서 어머니처럼 돌봐주셨고 이끌어 주셔서 어느덧 우리 병원도 장년의 나이가 되었고 누가 봐도 부러워하는 멋진 병원이 되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선생님의 공로이신걸 저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40년 입니다. 강산이 4번을 바뀌는 그 동안에 수많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리고 많은 직원들이 우리 병원을 거쳐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영등포가 변해 갔고 서울이, 세상과 사람들이 변해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병원의 마음과 정신은 한결같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선생님과 같은 우리 병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의 공로일 것입니다.선생님은 단지 우리 병원의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저희의 자상하신 어머님이셨고 따뜻한 누님이셨으며 사랑하는 가족이셨습니다. 이사장님과 함께 환자를 아끼며 친절하고 성심 성의의 마음으로 진료를 하시고 환자를 돌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병원 가족들에게 사랑을 베푸시고 늘 자상하신 마음으로 감싸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선생님을 편히 대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이 지나고 이 시간이 앞으로도 영원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선생님과 이별을 하는 시간이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늘 한자리에 한결 같은 모습으로 저희를 대해주시던 선생님을 못 뵙게 된다는 걸 저희는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모습을 보더라도 내일이면 오실거야라고 생각하며 다음날 선생님을 뵐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긴 세월동안의 선생님과 함께 하면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을 이 자리에서 다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가슴 속엔 바로 어제일 처럼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을 떠나 보내는 마음을 시 한편에 담아보고자 합니다.당신이 처음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이것이 이별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나 또한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는 길을 향해 있었으므로
나는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이것이 이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별은 떠날 때의 시간이 아니라
떠난 뒤의 길어지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인가 합니다.
당신과 함께 일하던 이 병원을
오늘도 홀로 둘러 봅니다..
저물어 주섬주섬 짐들을 챙켜 돌아오면서
나는 아직도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비록 내 곁을 떠나 있어도
떠나가던 때의 뒷모습으로 서 있지 않고
가다가 가끔은 자리에서 뒤돌아보던 모습으로
오랫동안 내 뒤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가도
이 세상이 다 저물기 전의 어느 저녁
그 길던 시간은 당신으로 인해
한 순간에 메꾸어질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이 병원에서 첫 진료를 시작하실 때 선생님의 마음속 설레임과 들뜬 마음이, 오래 동안 지켜오신 사랑과 정성이 선생님의 손때가 묻은 병원이 고스란히 지금 여기에 남아있습니다.오늘의 이 자리는 결코 슬프거나 안타까운 자리가 아니길 바랍니다. 인생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헌신하신 우리 장정옥 선생님이 이제 편하게 조금 긴 휴가를 떠나시는 뜻 깊고 축하드릴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늘 행복하십시요
저희는 항상 여기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희가 보고싶으실땐 꼭 찾아 주십시요 저희도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생님의 자식이자 나이를 뛰어넘는 동료로서 말입니다.선생님 축하드립니다.
2008년 8월 19일 김안과 병원 일동 드립니다.
Comments List
장정옥 선생님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
눈물날라 하는걸 겨우 참았습니다. 짧은 시간 같이 지냈는데 넘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그날 살짝씩 몰래 눈물 흘리신 분들 꽤 많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