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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WBC야구경기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2% 아쉽지만, 너무나 가슴 벅차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항상 1등만이 조명을 받는 세상이지만, 어제 우리 야구팀의 모습은 2등도 너무나 자랑스러운 모습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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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불행히도 어제 오후에 진료가 있었습니다. 오후 외래는 1시 반부터 시작이지만, 저는 조금 일찍 외래를 시작합니다. 전날 접수 예약환자가 조금 많을 듯 한 날에는 1시에 내려가고, 어제는 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1시 15분부터 외래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워낙 기다리는 환자분이 많으시고, 지방에서 멀리 오시는 분이 많다 보니 조금이라도 대기시간을 줄여들이기 위해서 저희 직원들이 점심휴식을 반납하고 일찍 보자고 조르기 때문입니다. 나쁜 직원들... ㅎㅎㅎ

그런데 어제 점심시간에는 아시다시피 WBC 결승전... 그것도 항상 전쟁으로 비유되는 빅카드 한일전...
야구에서만은 자신들이 10년은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을 상대로 최근에는 한국야구의 무서움과 매운 맛을 충분히 보여 주었고, 이상한 대진표 때문에 벌써 보따리를 싸야할 일본과 5번을 경기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만(그래서 일본팀을 좀비팀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정말 머리좋은 네티즌들 ㅎㅎ), 암튼 온 대한민국의 시선이 TV에 쏠려 있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겠지요.

저도 점심 시간에 잠깐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안타깝게 7회에 우리나라가 3:1로 지난 것을 보면서 외래로 발길을 향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져도 너무나 잘 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몰라 사랑스런 응뎅이에게 "혹시 역전하면 알려죠" 하는 말을 남기고 말이죠..

외래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와계신 환자분이 많더군요... 그래서 열심히 모든 것을 잊고 환자를 보고 있는데 밖에서 "우와~~"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ㅋㅋ 아마도 동점이 되었던 지 역전이 되었나보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데, 헨드폰이 부르르 떨더군요 (여러분 병원에서는 제발 헨드폰 진동으로 해주시구요, 통화는 진료 끝나고 해주세요, 전화 받으시는 동안에 저는 너무 뻘쭘하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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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환자가 나가는 사이에 부랴부랴 헨드폰 문자을 확인하니 "이범호 안타로 동점. 주자 1, 2루 투 아웃~~"이라는 문자가 와 있더군요.. ㅎㅎ 사랑스런 응뎅이가 정말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었죠. (평생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지??ㅋㅋ)

기분이 살짝 좋아지면서, 다음 환자분을 부르는데, 선천눈물길 막힘(아기가 태어날 때 눈물길이 열리지 않고 막힌채로 태어나 항상 눈물을 흘리는 환자...돌 전에 똟어 주지 않으면 전신마취를 하고 튜브를 넣어 주는 수술을 해야하므로 치료시기를 놓지면 곤란한 질환이지요)환자를 데리고 엄마만 오는거에요... 그래서 환자를 보고 있는데 슬그머니 아빠가 들어오시더군요...

대부분 아이가 아파 병원에 오시는 분 중에 아빠가 같이 오시는 경우는 첫째 아이가 분명하구요(둘째 아이가 아프면 엄마혼자 오거나, 심한 경우에는 할머니가 델구 오기도 한답니다 ㅋㅋㅋ) 아빠들이 무슨 문제가 있나 없나, 혹시는 딴병원에서 하는 말과 다르지 않은가 무지 무지 꼼꼼하게 듣고, 묻고, 때로는 따지기도 하거든요. 무서운 아빠들--; 그런데 분명 이 아빠는...더구나, 이아이는 치료시기가 늦어져 전신마취로 수술을 해야하는 아이라고 설명을 하던 중이었거든요..

제가 누굽니까? 전 절대로 이런 상황은 넘어가지 않지요.. ^^ 살짝 장난기가 발동하여...

"아버님 모하다 오셨어요? "
"---"
"야구 어떻게 되었어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 막 9회말에 동점이 되었구요, 연장 돌입했습니다 ^^"

그 순간 약간은 사시같이 휙 돌아가는 애기 엄마의 눈... ㅎㅎㅎ
말은 안하셨지만, '애보다 야구가 더 중요하단 말이지... 집에가서 두고보자' 머 대충 이런 눈빛이더라구요..

아마도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판 하시지는 않았는 지... ㅋㅋ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제발 어머님께서 용서하셨기를 빕니다.. ^^

곧이어 들려오는 '아~~' 하는 탄식소리...

모 꼭 티비를 보지 않아도 결과를 아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더군요... 졌구나...ㅎㅎ

그래도 어제의 경기로 대한민국 국민의 73%가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였다고 하더군요... (이런거 어떻게 조사하는 건지 궁금하고 따지고 싶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착한 성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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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 때는 항상 스포츠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엉성한 대진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마지막까지 페어플레이를 펼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장으로 몰고가 대한민국야구의 실력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준 파란 태극전사들에게 진심어린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한민국야구대표선수 여러분께 김안과병원에서 평생 무료진료권을 보내드립니다.

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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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 성주 짱 ^^*
2009/03/26 09:22 2009/03/26 09:22
사랑스런응댕

일을 잘 해서 칭찬받아야하는데~~

맨날 빵꾸쟁이라고 하시다가 사랑스럽다는 극찬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요^o^

수달

정말이지 이번 WBC는 월드 베이스볼이 아니라 한*일 베이스볼 클래식이었던거 같아요~^^;;
준우승을 해서 아쉬웠지만 예전 2002 월드컵 때처럼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응원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대한민국 야구 선수들 너무 멋있는거 같아요~!!

skin science

사랑스런응댕님의 댓글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저역시 그 73% 중 1인이네요.^^ 조금 있으면 프로야구 개막인데 직원 단합대회를 사직야구장에서
가져볼 계획입니다.^^

사랑스런응댕

ㅎㅎ
요즘같은 불경기 암울할 때 스포츠에서 선전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나마 마음을 달래봅니다~~
제 댓글도 잠시나마 웃음을 드렸다면 너무 다행이구요...

지난번 선물로 주고가신 선크림은 옆집아이 블로그미팅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분에게 유용하게 돌아갔습니다!!

가뭄에 콩나듯 하던 블로그미팅 상품에 협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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