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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비굴한 안과의사가 노안 이야기 그 두번째를 들려드릴께요.

제목이 왜 하필이면 비굴한 안과의사냐구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지만 환자분한테 얻어 맞지 않고 살려니까 --; 이 글 끝까지 보시면 아시게 될꺼에요.. ^^

그나저나, 지난번에  제 글 보시고, 눈 앞에 10cm에서 초점 맞추기 하신 분 많으시죠?

어떠셨나요?

혹시 지금쯤 전부 돗보기를... ㅎㅎㅎ

외래를 보다보면 정말로 재미난 일도 많아요 ^^

그 중에 노안에 관한 환자분의 반응을 말씀드릴께요...

나이가 지긋한 환자분들이 오셔서

 

"요즘 눈이 침침하고 초점이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눈이 피곤합니다."

라고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쭤보시지요. (그래요, 시작은 항상 부드럽죠 ^^)

"아~네~~~ 노안이 시작되셨군요"

라고 곧바로 말씀 드리면, 남녀를 불문하고, 눈을 크게 뜨고 저를 째려보시면서 한 말씀하십니다.


"노안? 아니 뭐요? 내가 몇살인데 벌써 노안입니까?"



이 장소가 병원만 아니고 제가 의사까운만 입고 있지 않다면 한 대 쥐어 밖어 줄 듯한 공포 분위기
가 조성 됩니다.

다행히도 제가 근무하는 김안과병원이 안과전문병원으로는 꽤 이름이 알려진 병원인지라, 돌팔이로 매도하기도 힘들고, 주변에 많은 직원들이 있어 행동으로는 옮기기가 쉽지 않으시지요.

거기다 도저히 믿기지는 않는데, 원장이라자나요? 제가  ㅎㅎ 참 다행입니다. 이럴 때는 원장 좋아요 ^^:

 

제가 오진을 한 것도 아니고, 노안을 오게 한 장본인도 아닌데 웬지 죄송해 집니다서먹서먹한 침묵의 시간이 한 동안 흐른 뒤에 가능한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씀드립니다최대한 미안한 얼굴과 비굴한 자세로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말이죠 ^^;



"그게요, 사실 눈은 25세부터 서서히 나빠진답니다. 즉 20대 후반부터 노안이 시작되는 거지요. 아마 최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고, 몸 컨디션이 안 좋으셔서 조금 일찍 그런 증상이 나타나나 봅니다"

라고 말씀드리지요.
 
죄 없는 20대까지 끌어들여, 최대한 같은 입장의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강조해드리고, 또한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를 주범으로 몰아주면 그제서야 인상이 약간 펴지시지요

 
그럼 그렇지 말야 날 뭘로보고…’

이런 눈 빛과 함께 기분이 약간 풀어지시면서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고 다시 여쭤 보십니다.(목소리도 조금 가라 앉아요.. ㅎㅎ) 

사실 이때가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여기서 바로
 
"돋보기를 쓰셔야 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여태껏 해왔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되니까 말이죠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하고 (사실 전 이게 잘 안됩니다만) 말씀드립니다.

"일단은 좀 쉬시구요, 마음을 편하게 갖으세요"

갑자기 안과의사에서 정신과의사로 바뀌는 순간이지요.

"그리고 몇 년 후에는 어쩌면 가까운데 보실 때만 안경을 사용하셔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회복하시면서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약간 배어나옵니다.

집행유예 ! ! !

 
휴우~~~ 오늘도 살아남았음을 자축합니다.

어떠세요, 의사도 참 힘들겠죠?

나하나 비굴해져서 환자분이 기분 좋으시다면.. 저 계속 비굴할레요 ^^

 ㅎㅎ 저 참 어렵게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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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 성주 짱 ^^*
2008/01/16 12:06 2008/01/16 12:06
공간유영

의사분들은 전공불문하고 환자치료를 위해 정신과 상담과목을 필수교양으로 이수해야 할듯합니다...진짜루. ^^

한때는 테리우스 ^^;

100% 공감합니다...

의사 교육과정에 심리학 꼭 넣고 예절 교육도 함께 받는 것이 좋을거 같아요.. ^^

동원맘

원장님, 넘 재미있게 쓰셨어요. 사실 저도 노안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정말 부인하고 싶거든요

한때는 테리우스 ^^;

그래기나 말입니다...

그래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노안이 오는 이유는 어느 글에서 봤는데...

이제 나이 먹으면 가까운 것에 집착하지 말고, 먼 곳을 보라는 의미라네요....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우리도 이렇게 삽시다....

Valdosta

저는 녹내장 초기 증상이 있어서 아침마다 안약을 넣습니다. 그리고 항상 더 심해질까봐 걱정하며 삽니다. 높아지는 안압을 자연적으로 낮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데, 한국 가면 꼭 들려서 안경을 맞추겠습니다. 여기 안과에서 검사 후, 맞춘 안경이 영 불편하고 안 맞습니다. 저는 51세입니다.

한때는 테리우스 ^^;

vsldosta님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으셨군요..

녹내장은 무엇보다도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을 의심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녹내장으로 인한 시야 변화 및 시신경의 손상이지요..

안압을 낮추는 방법은 대부분 안약 혹은 심한 경우(또는 급성인경우)
먹는 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연적으로 안압을 낮추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에 오시면 꼭, 시야검사와 정밀 시신경검사를 받으셔서
녹내장이 확실한 지를 검사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구요...

valdosta

감사합니다.

mac

재밌습니다.^^

한때는 테리우스 ^^;

감사합니다 ^^

안쓰럼이

한마디로 '놀고 있네'이네요. 왜? 사람의 인식이라는 행동에는 사물을 보고 싶은 방향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고 이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식에 바탕을 한 이야기 때문이죠. 처방: 오만해지지말고 겸손해지는 방법이 무얼까를 생각하는 것.

한때는 테리우스 ^^;

ㅎㅎ 감사합니다.
너무 어려운 말씀이지만, 처방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래요... 겸손하게 살도록 말이죠...

지나가다가...

돋보기가 맞는 표현같습니다.

한때는 테리우스 ^^;

와~~ 넘 넘 날카로우시다... ㅎㅎㅎ
돋보기로 수정하였습니다.... ㅋㅋ
너무 자세히 읽어 주셔서 감사, 또 감사 합니당~~~
좋은 하루 되시구요...

발길멈춘 안경사

글쎄요...설령 멱살 잡히는 한이 있더라도 의사라면 당연히 근용안경 처방을 내려야 하는것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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