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직접 라섹수술을 해준지 이제 1년이 되어 갑니다.
라식, 라섹수술을 15년쯤 했으니 그간 오천 명은 수술 했을 것 같습니다.
대게 일주일에 2~3타임 수술을 하고, 한번에 5명 정도 했다고 하면 한 주에 10명, 1년이면 500명..15년이면 5천명은 넘을 것 같지요?
그 중에는 시누이도 있었고, 친정동생도 있었고, 남편도 있었지요.
하지만 아들 수술할 때는 마음이 조금 다르더라구요...
겁 많은 우리 아들...당일 아침까지도 "엄마" or "다른 선생님"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고 있었고, 결국 동전을 던져서 결정했습니다.
"엄마가 수술해주세요"
저는 수술 후에 아들 잔소리가 걱정되어서 "다른 선생님" 혹은 그래도 내가 해야 덜 불안할 것도 같아서 "내가 직접?" 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아들이 결정을 해서 라식센터에 도착하고 그날 담당이신 다른 선생님께 양해를 얻고 아들을 데리고 수술실에 들어갔습니다.
수술대에 눕혀서 눈 주위를 소독하는 동안 저는 손을 소독하였고, 레이저 기계 밑에 누워있는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참 많이 컸네요...
안경을 끼우던 날 속상하던 때도 기억이 났습니다.
"그러게 게임기 하지 말라고 했지!!" 소리소리 지르면서 야단을 쳤었고, 밤마다 드림렌즈를 끼워주느라 애도 썼던 아들이었지요. (드림렌즈는 6개월 만에 포기했었습니다. "이빨 닦자"도 말을 잘 안 듣던 초등학교 아들 2명을 "렌즈 끼자~"를 하다하다..제가 먼저 지쳤지요...^^;;)
이제 성인이 되어서 라섹수술을 받게 되는구나.....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나 - "자 이제부터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들 - "엄마, 왜 존댓말을 쓰고 그래...?"
나 - "환자랑 똑같이 하는 거야. 그래야 돼. 자 머리 움직이지 마세요"
아들 - "네...."
각막을 만지고 계속 ice BSS를 뿌려대고 각막상피를 벗기고 드디어 레이저를 조사하는데 그 겁 많은 우리 아들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너무나 협조를 잘 해주는 것입니다. @.@
'다행이다....체면도 살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아들은 "엄마 보인다!!" 하면서 좋아하더군요.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아들은 방에 커튼치고 선글라스 쓰고 TV를 보고 있더라구요.
"역시 엄마가 해주니까 안 아팠어"
TV를 너무 많이 보지 못하게 하고 일찍 재우고 다음날 아침에 같이 출근해서 진료받고 집에 보냈는데 오후 늦게 멀쩡하던 아들이 전화를 했습니다. 갑자기 눈물, 콧물 쏟아지고 눈을 못 뜨겠다고요...
오후에 낮잠 자면서 보호막을 안하고 자서 무심코 눈을 만진 것 같다고요......에고에고....
많은 환자들도 2일째 다시 아파지는 경우를 봐왔지만 그래도 아들인데 세극등현미경으로 한번은 봐야 맘이 편하겠기에 퇴근 후 집에 가서 눈도 못뜨고 있는 아들환자 모시고 다시 병원 야간 진료실에 와서 눈 검사를 또 했습니다. 물론 별일 없었지요. (그날 병원과 집을 몇 번 왔다갔다 했는지...ㅋㅋ)
아들에게 직접 라섹수술을 해주면서 "이 좋아진 시력이 영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다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제 아들은 분명히 다시 근시가 조금은 생길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예전에 얼마나 안보였었는지는 다 잊고 1.0 이상을 보던 지금만 기억하면서 우울해 하겠지요.
아들아, 라섹수술 후 시력이 1.0 나온 후 부터는 유지, 보수 책임은 너한테 있단다...
밤에 컴퓨터 좀 그만하고, 휴대폰 문자 좀 그만 봐라...응? ^^;;
금년 방학에는 대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을 다시 라섹수술대 위에 눕혀야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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