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의 사시 이야기 (1)
사진들을 정리하다 문득 미술관에서 사시환자처럼 보이는 그림들을 찍어 둔 게 생각이 났습니다. 우선. . .
<앵그르 작, 루이푸랑스와 베르텡의 초상, 루브르 박물관 소장>
저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유명한 프랑스 화가인 앵그르(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Jean Auguste Dominique Ingres)의 한 중년 남자 초상화 입니다. 앵그르의 남성 초상화중 가장 유명한 그림이라고 하던데 보시면 뭔가 오라가 넘치지 않나요? 의지가 강해 보입니다.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예전엔 초상화를 신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두리뭉실하게 그리는 편이었는데 이 초상화는 그렇지 않지요). 그림 해설에는 이 분이 부르주아를 대변하는 한 신문의 창립자로서 앵그르는 이 그림을 통해 부르주아계급, 자수성가한 계층을 나타내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이 그림을 찍어 온 이유는, 눈을 보시면 왼 눈이 밖으로 나간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외사시 환자처럼 보여서 입니다. 한편으로 요즘 같으면 수술할 수 있었을 텐데 예전엔 아무리 잘 나가는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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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딜리아니 작, 빨간머리의 소녀, 오랑주리미술관 소장>
36세에 요절한 천재화가 모릴리아니(아메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의 “빨간머리의 소녀” 입니다. 모딜리아니는 주변 사람을 자주 그렸다고 합니다. 의도적으로 얼굴을 비대칭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눈을 보면, 왼눈이 조금 올라가 보입니다. 안과의사, 그 중에서도 사시를 치료하는 제 입장에서 해석하면, 우안이 주시안이 되고 비 주시안인 좌안에 해리수직편위가 있구나…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궁금해서 그럼 내사시는 없나? 라는 생각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림 제목이 내사시인 그림이 있더라구요? 이 그림은 제가 직접 찍은건 아니고 인터넷에서 발췌한 그림입니다.
<니콜라 라뇨 추정, 경미한 내사시를 보이는 25세에서 30세 사이의 청년의 정면 두상, 콩데미술관 소장>
잘 아시겠나요? 제가 보기엔 오른눈이 조금 몰려 보이네요… 그림제목도 내사시네요?
어떤가요? 사시는 예전엔 수술도 할 수 없고, 특별한 치료도 없어 그냥 지낼 수 밖에 없었겠지만 지금은 환자분들이 수술을 통해서 또는 심하지 않은 경우 특수 안경(프리즘안경)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요. 글을 읽으신 분들은 앞으로 주변 분들 중에 뭔가 눈의 정렬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 분들께 병원에 가시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