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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옆방eye : 객원블로거

녹내장, 당뇨망막증 환자도 한 의사에게 꾸준히 진료받으세요.

최근 동아일보에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분들이 이 병원 기웃 저 병원 기웃하다
오히려 병을 키운다
’는 기사가 나왔네요.
이런 경우를 병원가에서는 흔히 ‘병원 쇼핑’이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안과 분야에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안과의 여러 영역 중에서 녹내장을 전공하고 있는데
제가 전공하는 녹내장과 망막질환 역시 대부분 만성질환이고, 쉽게 완치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료를 하면서 이렇게 병원을 옮겨 다니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제 환자 중에도 개인의원에서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에 온 분이 있었습니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녹내장 초기여서 치료에 들어갔지요.
몇 달간은 정해준 날에 잘 나오고 치료에 잘 호응하더니 갑자기 예약일에 나타나지 않더군요.


사실 환자 입장에서 볼 때 녹내장 치료는 매우 힘든 노릇입니다.
백내장처럼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수술 한번으로 뚜렷한 시력개선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눈이 나빠지는 것을 느낄 수도 없지요.
그러다보니 정해진 날마다 병원에 가고, 검사를 받고, 약을 넣고 하는 일이
어느 때는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쉬운 거예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렇지 않아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칫 치료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것이죠.


이 환자도 그러다 2년 정도 지나서 다시 왔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그 사이 눈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시력을 반 정도 잃은 상태더군요.
환자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지요.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아 다른 병원을 찾았고,
또다시 다른 병원을 다니고 하다 결국 어디서나 별로 다를 게 없으니까 방치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다 최근 다른 일로 안과에 갔더니 녹내장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해서 우리 병원에 다시 왔다는 겁니다.



병원을 옮기면 안좋은 점을 생각해볼까요?



우선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한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려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 비록 전 병원의 의무기록을 복사해 간다고 하더라도
일부 기록만 그대로 사용하고, 많은 검사를 다시 하게 됩니다.
뭐 병원이 돈 벌려고 그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죠? 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자기 병원에서 진행한 검사가 아닌 경우에
전폭적으로 그 결과를 믿고 치료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입니다.
또 검사시간이 만만치 않으니 시간적으로도 손해고, 힘도 들겠지요.


다음으로 의사마다 치료방법이 다르다는 겁니다.

같은 녹내장이라도, 같은 당뇨망막증이라도 의사마다 약을 쓰는 방식이나
치료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당뇨망막증처럼 수술이나 레이저치료를 하는 경우에는
그 수술과 레이저 과정을 직접 한 의사만큼 다른 의사가 알 수는 없어요.
그래서 같은 병원, 같은 의사에게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물론 치료를 받으면서 어떠한 문제가 있을 경우 병원을 옮기는 것이야 어쩔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성질환의 경우 자주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손해입니다.
한 명의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두고 꾸준히 자신의 눈 관리를 맡기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김황기(녹내장과)

2008/02/20 12:06 2008/02/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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