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옆방eye : 객원블로거

♠ 저시력인은 잘 안 보여서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있답니다 ♠


"좀 비켜 주시겠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골목 / sirocco210

대한 극장을 왼쪽으로 두고 아주 짧은 골목이 있다. 어려서 놀던, 한 발 뛰기를 하자면 두 발도 채 안 되게 좁기까지 한 골목 안에 식당, 호프집, 오락실, 여관 따위가 닥지닥지 붙어 있다.

서울이 재건이니 현대화니의 기치 아래 온통 파헤쳐지고 들쑤셔졌어도 이 일대만은 무풍지대(?)였다. 세울이 반백년이나 가버린 지금에 와서 다시 보아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보았던 그 골목 그대로다. 

거기에 삼겹살 막걸리집과 호프집에 여관까지, 이 불량(?) 골목을 나는 하루에 못해도 두 번을 들락거린다. 지하철 충무로역 입구가 극장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극장 바로 앞에 지하철역 입구가 있다는 것, 이게 또 그렇게 괘씸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야 하는 지하철역 입구인데도 생각 짧은 젊은이들은 극장 앞이라고만 여기고 멋대로들 가로막고 죽치고들 있으니, 지저분한 건 그만두고라도 네 발에 내 발이 엉겨 걸을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쏟아져 나오기라도 해 봐라. 섣달 그믐날 저녁의 서울역, 그들 새를 비집고 계단 오르기는 묘기대행진이라 해두겠다. 극장과 관계 공무원을 싸잡아 욕하는 이가 어디 나 하나뿐이랴. (역사와 극장이 지하통로로 연결 되기 전)


두 발 너비 골목은 10미터가 더 될까? 덜 될까? 이 골목 안을 살짝 엿보자면… 어귀 오른쪽에 오징어 땅콩 따위를 파는 손수레가 있고, 그 옆으로는 손수레 주인의 플라스틱 걸상과 오징어나 쥐포를 굽기 위한 구공탄 화로, 다시 그 옆으론 빙그레 웃고 있는 냉동고 두 짝. 이런 것들이 골목 폭의 4분의 1을 차지한 채 “옆으로 나란히!” 하고 있다. 어귀 왼쪽으론 거의 예외 없이 승용차나 승합차가 골목의 반을 점거하고 있다. 승용차 옆으론 구두닦이의 알루미늄 부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얕은 걸상 서너 개가 밖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 있다. 다시 그 옆에는 서너 대의 오토바이가 언제나 삐딱하게 버티고 있다.

구두닦이의 건너편으로 다다닥  붙어 있 식당과 오락실이 저마다 문 앞 1미터쯤에 너비가 60~70센티미터는 넉넉히 될 듯한 입간판들을 벽과 직각이 되게 세워 놓았다. 2층의 식당도 입간판을 길에 내다 세웠으니 어느 간판이 어느 집의 것인지 정신 사납다.

그뿐이라면 양반, 입간판 안에 전기를 밝히느라 끌어넣은 전기줄이 땅바닥에서 얼기설기 엉키어 내 발을 걸어당긴다. 그 가운데 어느 집은 입간판만으로는 모자라서 벽에도 내리닫이 긴 간판을 직각으로 붙이고 상차림을 죽 적어 놓았는데, 그 높이가 160센티미터에도 못미치는 내 이마를 후려치게 낮다. 이들 식당 건너편에도 또 어김없이 승용차와 승합차 두서 대가 웅크리고 있으며, 이 자동차들 사이로 호프집 간판이 자동차들에 가리워지지 않으려고 골목 가운데로 삐져나와 있다.


이러니 이 골목을 빠져나가는 일이 나에게는  지상전에 공중전까지 치루며 진격하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식당에서 그러는지 여관에서 그러는지 김치는 꼭 문 밖 길에서 담근다. 배추와 무 더미를 쟁여 놓고, 유치원 아이라면 둘이라도 너끈하게 목욕 시키게 생긴 뻘건 다라 여러 개를 주-ㄱ 벌려 놓고는 김치거리를 씻어댄다. 날씬과는 담 쌓은 아줌마 서넛이 차지하는 공간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사정이 요 지경이다 보니 이 골목은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을 때가 거의 없다.

이 골목을 조금 더 오래 다니고 나면 틀림없이 배꼽춤의 귀재가 되고말 게다. 허리 아래를 전후좌우 요리조리 잘 돌려야만 아무데에도 부딪치지 않고 빠져 나올 수 있다. 무용이라면 내가 싫어하는 바가 아니니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우산을 펼쳐 들고 이 골목을 빠져 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떠올리게 되는 생각이 있다.

여기서 몇 년만 더 살고나면 수행이 쌓이고 쌓여 계룡산엘 들어가지 않고도 도사가 되버리고 말겠다. 이 10미터나 될까말까 한 좁디좁은 골목, 내가 이해하지 않아 본들 뾰족한 수가 있을 것도 아니어서 억지로 이해해 주는  일이 또 하나 있다. 짤망한 골목의 왼쪽, 구두닦이 부스와 호프집, 여관이 있는 쪽으로 전봇대가 세 개 하고도 하나가 더 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식당 오락실 따위가 있는 쪽으로도 또 한 개의 전봇대가 있으니, 서너 발자국마다 전봇대가 하나씩이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이 골목에 발이 채 익기 전이던 어느 비 내리는 날. 이 짧은 골목 안에 전봇대가 그렇게나 많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어스름 저녁이었다.

나는 길을 갈  때 발 앞 1미터께의 땅만 내려다보고 걷는다. 보도블록엔 깨졌거나 벌어진 틈새가 많고, 시멘트로 포장된 길은 땜질이 엉망이라서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고인 곳을 디뎌 남에게 더러운 물을 튀기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작은 키에 고개를 숙이고 우산을 머리에 바싹 붙여서 받쳐 들면, 사람들은 제 옷이 젖을세라 다들 피해가므로 비오는 날 남과 부딪치는 일은 거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가 무슨 돌부처라고~

그런데 이 골목 안에서 내 우산을 피하지 않는 간 큰 이와 마주쳤다. 골목 안에 걸리적거리는 게 많으니 내가 피해 갈 엄두는 낼 수 없고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1분은 족히 흘렀는데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지가 무슨 돌부처라고…’ 하면서도 아주 싹싹하게,

“제가 잘 안 보여서 그러니 좀 비켜 주시겠어요?”
어-라 이치, 꿈쩍도 않는다. 골목이 불량하니 역시 불량한 인간이 다니는구만.

이럴 때 써먹는 비법이 있다.
상대를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선하디 선한 눈길로 그의 눈을 우아하고 그윽하게 응시한다.
온몸의 기를 모아 관세음보살이나 보여 주실 것 같은 한없는 연민을 담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지그시 들여다보노라면, 대개는 틱틱 거리며 슬그머니 가버린다. 덜 된 중에 조금은 된 친구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 나는 우산을 제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전봇대가 아닌가! 허-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음날 잘 세어 보니 전봇대 합이 다섯이다.
돌았군, 이 작은 골목에? 공장지대도 아니고 고층이건 대형이건 번듯한 건물도 전혀 없는데 웬일? 대한극장과 한국의 집이 그렇게 전기를 많이 먹나? 필요해서 세워졌을 터이니 한전을 욕할 일도 아니고, 내가 쓰는 전기도 이곳을 거쳤는지도 모르고… 억지로라도 이해해주기로 했다. 보통 때야 잊고 살지만 비라도 올라치면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 웃는다.

“좀 비켜 주시겠어요?”


 미영순
시각장애 1급 / 김안과병원 저시력상담실장 / 전국저시력인연합회 회장
정치학 박사 / 중국 흑룡강성대학 객원교수

2008/08/04 12:47 2008/08/04 12:47

점자블록, 조금만 옮겨주세요 제대로 일을 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인사드려요. 누군지 기억이 안나신다구요? 아이고.. 정말 너무 오랫동안 못만나뵈었네요. 점자블록에 대한 소개글 ->http://media.hangulo.net/362 길위의 길, 어느 점자 블록의 독백 그래요. 바로 길 위의 또다른 길, 점자 블록이에요. 우리는 단순히 중앙선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전선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린, 눈이 잘 안보이시는 분들에게는..

이명박 대통령님께 대적하려는 자는 보십시오. 성경말씀에 보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는 산산히 깨어지리라" 했습니다.이명박 대통령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분입니다.그를 미워하는것은 하나님을 미워하는것과 같아 화를 당합니다. 저주받습니다.믿지않는 당신은 그와 싸워봤자 백전백패 합니다.그와 싸워서 이길수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는데,그것은 그 보다 더 잘 하나님을 섬기고 믿은후에 싸우면 이길수있습니다. 이대통령이 생각지 못...

이제 그만 눈물을 멈추어요-탈레반에 의해 갇힌 봉사단원들께 "갇혀 있어요". "도와 주세요"라는 통화내용이 실린조간신문 앞에서, 몇 번이나 파도처럼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치솟았지만나는 그 눈물바다 속에 서서도 바위처럼 울지 않았다그들 앞에선 우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들의 울음은 지금 이 한순간의 노여움이 한순간의 모욕이 한순간의 두려움이 아니었다하나같이 터진 수도꼭지마냥눈물만 주룩주룩 흘려대는그들의...

기인숙

골목길에 전봇대는 좀 아니다 싶네요...길가에만 있도록 하는 안은 어떨지...골목길은 그래도 차 하나쯤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있어야 할 듯 싶은데...예전엔 구르마라는 것이라도 골목에 지나다닐 수 있었는데. 아직도 저런 곳이 있다니 놀랍군요. 앞으로도 그렇지만, 이미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골목길도 넓힐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싶네요~

다른시각

약시이신분들에게 해가 될 수 있고, 그냥 길을 다니는 분들에게도 위험이 된다는 면도 있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보던 낡고 좁고 지저분하던 골목길들, 그거 싹 다 사라지면 그저 속시원한 기분 뿐일까요?
지금 종로의 골목길들이 전부 헐리고 번듯번듯한 대형고층빌딩이 지어지고 있답니다.
그렇게 바뀌면 통행인들이나 특히 장애인들에게는 걷기편한 거리가 되겠지만, 도시의 역사가
사라진다는 면도 빠뜨려서는 안 될거라 생각합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들에는 많은 옛길들이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오랜 세기전의 것뿐 아니라
비교적 근대에 지어진 - 지저분하고 더러운 길도 많이 남아있는데 그것들이 그냥 꼴불견으로
치부되기보다는 그 시기의 사회를 보여주는 역사의 증거(?)로서 남아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찾아와 그런 분위기를 감상합니다.
우리나라 5-60년대의 낡은 길들도 그냥 싹 밀어버리기 보다는 계몽을 통해 지나친 부분만 좀
정리하고(전길줄 따위) 현재 모습을 보존하여 후세를 위해 남겨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히냐

아무거나 쓰지 말고 웹하드 비교해보고 사용하세요. http://downing.zetyx.net/

Powered by Textcube 1.10.8 : : Tempo primo
Persona skin designed by inureyes, bada edited by LonnieNa, 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