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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부터 뭔 의사는 괴로워 라니..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명절에는 어머님께도 못갔어요. 제 외갓집이자 어머님께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충남 당진 송악부근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말이죠.
우리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구정전 폭설이 내려, 토욜밤에 60-70 cm, 일욜에 20-30cm, 정도가 왔다고 하시더라구요(우리 엄니께서 평소에 약간 과장법이 심하다보니, 글쎄 며느리, 즉 우리 마누하님은 그소리 듣고 눈이 한 5cm 정도 왔구나 싶었데요 ㅎㅎㅎ).
 
눈이 넘 많이 와서 도로도 막히고 이틀간은 고립되어 계셨나봐요. 전화를 드리니 오지말라고 하시더라구요, 올 수도 없다며

 

암튼 덕분에 연휴내내 병원을 나오게 되었는데, 집에 밥이 없어서 병원밥 먹으러 나온 것은 절대루 아니구요(너무 강하게 부정하고 있나요?? ㅎㅎ), 나름대로 중환자가 있어서요. 뭐 안과환자, 특히 안성형분야에서 중환자가 뭐냐 싶으시겠지만, 저한테 중요하면 중환자니까요 ^^

 

2주전에 안검하수, 즉 선천눈꺼풀처짐환자 한 명을 수술을 했어요. 5세 된 여자아이였는데, 수술 중에 눈꺼풀처짐이 심하여 눈을 올리는 근육을 잘라내는, 눈꺼풀올림근절제술을 시행하였는데, 수술 중에도 상당히 많은 양을 잘라내야만 눈이 올라가더라구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꺼풀올림근을 잘라서 다시 붙여주는 수술 모식도



어쨌든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환자는 당일날 퇴원을 하고 집에 갔는데, 다음날 연락이 온거에요,

아이가 수술후부터 눈도 잘 안움직이고, 계속 자기만 한다, 그래서 병원에 오시라고 했죠.

 

사실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환자보호자가 전화를 할 때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평소에도 이상이 있으면 전화해보시고 병원에 오시라고 말씀을 드리는 지라, 아이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아이가 기운이 하나도 없는게에요. 축쳐져서물론 전신마취를 하긴 했지만, 대부분 그날 지나면 괜찮은데, 유난히 기운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눈도 못뜨고, 못감고

물론 안검하수 수술 후에는 눈꺼풀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그리고 왼쪽 눈썹이 눈에 약간 닿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를 깨워보니 반응은 있는 지라, 소아과에 한 번 데려가시길 권유하고, 눈에 안약과 연고를 열심히 넣으실 것을 말씀드렸죠부모님도 야단을 좀 쳐서 안약과 연고를 더욱 열심히 넣으시라구 하구요.

 

안검하수 수술을 하면 눈을 억지로 올려놓기 때문에 당분간 눈을 뜨고 자며, 낮에도 깜박임이 부자연스러워 각막이 말라 상처가 날 수 있으므로 안약과 연고를 열심히 넣어줘야 하거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검하수 수술후 눈을 감아도 떠진 모습.. 이래서 안연고를 열심히 넣어줘야해요 ^^

사실 좀 걱정이 되더라구요, 이런 경우는 처음 이거든요, 환자가 마취후에 너무 쳐지고, 눈을 정말 안 움직이는 환자는그래도 대부분은 며칠이 지나면 좋아지므로 기다려 보자고 했죠.

 

그런데 연휴 전 금요일 즉, 수술 후 5일째에 다시 병원에를 온거에요. 근처병원에 갔더니 눈썹이 너무 찔린다고그래서 다시 보니 정말 눈썹이 훨씬 많이 닿고 있고, 눈을 못 감아서 각막에 상처가 심한거에요안약과 연고도 제대로 못 넣어 준거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수술실로 다시 들어가 닿는 눈썹을 다시 조정해주고, 죄없는 부모님(사실 죄는 조금 있죠, 연고를 그렇게 열심히 넣으시라고 했는데 제대로 못 넣어줬으니 말이죠…) 야단치고, 또 못 믿어워서 아예 입원을 시켰답니다. 마침 연휴이고 하니,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해서 각막을 호전시켜 주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요

 

설연휴기간 중 설날(설 당일에는 아버님 위패 모셔놓은 능인선원에 가서 난생처음 제사를 드렸답니다. ㅎㅎ 기독교집안이라 제사를 안 지내봐서--;)만 빼고 매일 나와서 아이를 보았죠.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그렇게 호전이 없어 각막과 선생님들에게도 다 보게 하고…매일 매일 아이 걱정을 하면서 지냈답니다.

 

사실 의사는 수술만 하고나면 별 걱정을 안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시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수술 후에 문제가 생기면 가장 괴로운 것은 환자 당사자지만, 의사도 무지하게 괴롭답니다. 아마 의사가 두번째로 괴로울거에요. 생각도 많이 하고, 집에가도 마음이 편치 않구요

 

그 중에도 특히 우리가 즉, 의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상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피할 수 없는 합병증이란 것은 정말 어쩔 수가 없어 그냥 속만 태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뭔가를 해서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보조치료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연휴에 회진을 도니 많은 가족들이 아이를 걱정하면 병원에 계시더군요. 그 중에 아이의 할아버지 한테는 꾸중도 듣고, “의사가 뭐하고 있냐고, 뭐하는 넘이냐구요 --;” 정말 죄송하지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당분간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안약을 넣어주며 치료를 해보는 수 밖에 없으니까요. 저도 답답하지만, 조용히 꾸지람 들을 수 밖에

 

답답한 마음에 부모님들은 차라리 눈을 풀어 원상태로 해놓자고 하시지만, 어렵게 수술하고, 또 이 어려운 시기만 잘 견뎌내기만 하면되는데….

 

전 계속 설득중이구요, 김안과병원의 모든 의사, 간호사들이 신경을 쓰고 있으니 곧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이렇듯 의사도 참 괴롭답니다.

 

새해에 좋은 일만 있어야 하겠지만, 병원이란 곳은 원래 이런 곳이니까요… ^^;

 

설연휴에 출근하면서, 일하시던 많은 분들을 뵈었습니다. 남들은 다 쉴 때, 일을 하시는 분들이 주변에 너무 많으시더라구요. 우리는 그분들 덕분에 편할 수 있지요.

 

마찬가지로 일년 365일 연중무휴,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하는 저희 김안과병원도 그러고 보면 칭찬 받아야 하겠네요그래요, 아픈환자가 언제라도 갈 수 있도록,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저도, 김안과병원도 힘내겠습니다. 여러분도 힘내시구요,

 

연휴동안 아픈환자를 위해 근무해주신 우리 김안과가족여러분께 감사드리구요, 찾아뵙지 못한 어머님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지면을 빌어 세배드립니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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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 성주 짱 ^^*
2009/01/29 14:21 2009/01/29 14:21
skin science

명절연휴에까지 그렇게 고생을 하시다니...
평소 김원장님의 환자와 병원에 대한 애심을 느낄수 있는 포스팅인듯 합니다.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한때는 테리우스 ^^;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의사는 한심해

배운것 치고 판검사보다 대접도 못받고 책임은 더많이지고 우리나라는 판검사 고위직 관료 월급좀 삭감해야하고 의사도 보면 아는것이라곤 마이신과 진통제 소화제만 처방하니 진단을 잘하는 기계가 나와서 그렇치 의사가 할수 있는것 이라곤 하나도 없다. 진찰로 할수 있는게 무가 있나 실력들좀 많이 싸으소

한때는 테리우스 ^^;

맞아요... 진단장비의 발전이 의사들의 고민을 많이 덜어주긴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진단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 또한 덜어준(?) 것 같아요..
좀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쓸데 없는 검사 좀 적게하고.. 그러면 좋으련만...
하긴 검사 안했다가 놓치면 또 고소 당하고, 시달리기도 하니...
참 어렵네요... ^^
좋은 의견 감사드려요~~

ㅡ_-.

다읽어보고 동일 환자들과 얘기 해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수술 잘못하신거 같은데요?

한때는 테리우스 ^^;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안해야 될 환자를 한 것이 아닌가...너무 많이 올린 건 아닌가.. 별생각이 다들지요...
하지만 여지껏 나름대로 수백건의 수술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좀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구요 --;

분명 수술전에 검사에서는 눈감을 때 눈이 올라갔었는데...

이번 주말까지 기다려 보고 각막이 낫지 않으면 다시 풀러주려고 해요..--;
정말 하기 싫지만...

위드강

수술할때 조금이라도 수술 후 안좋을 거 같은 환자는 아무리 환자가 괴롭고 힘들고 수술안하면 큰일 난다해도 수술해주지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 수술해드렸는데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으로 환자분들은 수술해서 좋아진 내용은 전혀 생각안하고 나빠진 것만 생각하고 의료진에게 책임 묻기에 바쁘고....정말 의사는 괴로운 것 같아요... 아이가 제발 좋아져서 재수술 안했으면 좋겠어요...재수술하면 또 원래 증상때문에 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거고..계속되는 악순환으로 아이도 힘들고 선생님도 힘드시니깐요...아이나 선생님이나 두 분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기도할께요...

한때는 테리우스 ^^;

오늘 드디어 환자의 눈을 다시 풀었어요. --
각막의 상처가 너무 커서 도저히 더이상 버틸 수가 없더군요.
가능하면 치료를 하면서 지켜보려했는데...
너무 속상하네요...

나중에 커서 다시 예쁘게 해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행복한꿈쟁이

예전에는 의사라는 직업이 참 공부한만큼 노후가 편한 직업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일하는 곳이 병원이어서 그런가, 생각이 많이 바뀐것 같아요.
아무리 생활이 편할지라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수술하고 그 모든과정에 자신의 소신으로
이루어지며 그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 치중되니, 그 신중함과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손에 한 생명의 끈이 주어져있다는 강박감,,
참 어려운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
모든 의사선생님들 화이팅 입니다 ^^ !!

한때는 테리우스 ^^;

맞아요..
참 어려운 일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물건을 다루는 것과는 달라 사람마다 특이한 체질, 혹은 예기치 못했던 합병증이 너무 많이 발생하지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서 나름의 보람을 느끼는 직업이어서, 계속 하렵니다. ^^

박은영

원장님~~
제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여..
옆에서 도와드리면 좋았을텐데..
김안과를 잠시 떠나고 다른곳에 적을 두고 있지만 김안과 만한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떤 누가 반발을해도 제가 다 막을수 있을만큼요..
눈이 불편해서 눈이 아파서 다른병원이 아니 김안과병원에서 진료를 받을수있다는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김안과가 그립네요..
원장님!!힘내세여~~~~

한때는 테리우스 ^^;

ㅎㅎ 이렇게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니...
좋네 그래도...^^
대구댁이 되어 가고 있겠지? 제일안과로 담주부터 나간다고 들었어요.
거기서 넘 잘해서 나중에 다시 못오지 말고, 적당히 하세요.. ㅎㅎ

난 오늘 캄보니다갑니다... 담주 일요일에 돌아올거에요~~
가끔 들러 두루 두루 안부의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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