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안과 병원에서 망막병원 전문의로 근무중인 조한주 입니다.
저는 지난 가을 일본 국립 교토 의과대학 안과학 교실에 단기 연수를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 국내에서 접하지 어려운 기초 연구등을 어깨 너머로 보고 왔습니다.
교토대에는 2년전 줄기세포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있는 곳으로,
현재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세계적인 업적을 쌓고 있는 곳입니다.
최근에 언론에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연구가 의학 전반에 걸쳐 이루어 지고 있어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분들 중에서도 외래에서 저에게 문의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
이번 기회에 간단히 포스팅 해 보고자 합니다.
1. 줄기세포란 무엇인가?
아주 간단히 이야기 하면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나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포" 입니다.
즉, 아직 분화하지 않은 세포를 이용하여 우리가 필요한 장기나 조직의 세포를 만들어서
필요한 곳에 이식하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의 간단한 원리라 하겠습니다.
줄기세포에는 수정란(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 성체 줄기세포, 역분화 줄기세포가 있는데,
최근에는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나 역분화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가 주류인것 같습니다.
특히 안과에서는 역분화 줄기세포가 가장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 그렇다면 역분화 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iPS cell) 는 무엇인가?
이미 분화가 끝나 다 성숙해 있는 세포 (예를 들어 피부세포등)을 특정 유전자들을 발현시켜
다시 분화가 되기전 예전 모습의 줄기세포로 환원 시킨 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우리가 원하는 세포로 분화를 유도하게 됩니다.
3. 안과에서는 어떤식으로 이용될 수 있는가?
만일 진행된 황반변성으로 실질적으로 실명 판정을 받은 경우, 이미 황반부의 시세포들이
다 손상되어 어떤 치료를 해도 시력호전이 어렵습니다.
이건경우 줄기세포를 이용해 시세포나 망막색소상피세포로 분화시키고,
건강한 이 세포들을 망막 아래쪽에 이식을 해 주면
이론적으로는 실명했던 사람들도 시력이 어느정도는 회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4. 현재 안과에서는 어느단계까지 연구가 진행되었는가?
현재 안과영역에서는 망막색소상피 변성증 (흔히들 야맹증이라고들 하지요), 베스트 병 (유전질환으로 황반 이영양증의 한 종류),
스타가르트 병 (역시 유전질환으로 황반 이영양증의 한 종류), 그리고 연령관련 황반변성 등에서
현재 줄기세포 치료가 연구되고 있는데,
이미 환자의 피부 세포에서 유도만능 줄기세포 (iPS cell)을 만드는 기술은 널리 알려져 있고,
이 줄기세포를 망막색소상피세포 (retinal pigment epithelium)으로 분화시키는 기술도 알려져 있습니다.
남아있는 문제는 보다 효과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망막 상피세포를 얻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현재는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며, 성공률도 아직 높지 않습니다)
이 분화시킨 건강한 세포를 제대로 이식시키는 것 입니다.
(현재 동물에서만 이식 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얼마전 보고된 바에 따르면, 완전시 실명했었던 토끼가 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망막색소상피세포를
이식받고, 미로 길을 찾아가는데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일본 고베에서 실제 사람에 대해서 임상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실명했던 사람에게 줄기세포 이식으로 광명을 다시 찾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바입니다.
망막을 전공하다 보니
더이상 시력을 회복시켜 드릴 수 없는 환자들을 만날때가 종종 있습니다.
의사로서 도움이 될 수 없을때는 참 마음이 무겁지요.
그리고 그런 분들에게 특별히 희망이 되는 말을 드리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이렇게 말씀드리기도 한답니다.
"현재 의학기술로는 시력호전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10년 정도 이후에는 가능할 수 있습니다."
희망은 정말 좋은 치료제 중에 하나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