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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간단명료하게 생각하기: ‘GIFT’ (2) – 안압의 중요성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번에는 ‘녹내장 간단명료하게 생각하기: GIFT’의 두 번째 요소인 ‘I = Intraocular pressure (안압)’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2. I = Intraocular pressure (안압) – 안압 조절이 잘 되고 있는가?

결국 녹내장 치료의 핵심은 안압 조절입니다. 안압이 다른 사람보다 높지 않더라도 그 만큼시신경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안압을 더 낮춰야 합니다. 안압 외에 다른 요인들도 녹내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건 안압이 잘 조절된다는 가정 하에서 추가로 생각해볼 요인들입니다. 안압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요인들을 다스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음주로 병 난 사람이 술은 계속 마시면서 치료 받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녹내장 진료 시에는 안압을 꼭 확인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안압이라는 것이 워낙 여러 가지 요인들의 영향을 받고, 계속 변하는 값이기 때문에 지금 측정한 안압이 끊임 없이 변하는 수 많은 안압들 중 한 순간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 두 번 측정한 안압으로 ‘안압이 높다, 낮다, 안압이 내려가고 있다, 올라가고 있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보다는 큰 그림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환자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지금 안압이 괜찮은가?’일텐데 사실 ‘목표안압, 적정안압’이라는 것이 공식대로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어디선가 ‘목표안압’ 정하는 공식을 듣고 오셔서 스스로 안압이 적절한지 평가하기도 하는데 그건 그저 담당 의사의 의견을 믿고 맡기는 것보다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 편협한 지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녹내장의 정도에 따라 우선 기초 안압(약 쓰기 전 안압)보다 20-30% 정도 안압이 내려가면 그 다음부터는 시신경유두, 망막신경섬유층, 시야검사의 결과를 보고 안압이 적절한지 계속 재평가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과 검사 외에 추가로 정밀검사가 계속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지금 안압이 적절한지는 결국 지금 안압에서 시신경이 잘 버티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1) 그건 맨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렵고, 2) 기록을 남겨놓아야 예전 결과랑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안압 조절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안과에서 처방 받은 안약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안약을 열심히 잘 쓰면 녹내장이 빨리 진행하지 않지만, 때로는 약 하나로는 효과가 부족해서 사로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안약을 두세 가지 함께 쓰기도 합니다. 안압을 낮춰주는 먹는 약도 있지만 여러 부작용 때문에 오래 사용하지는 않고, 급할 때만 잠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러 가지 약을 최대한 열심히 써도 녹내장 진행을 충분히 막지 못한다면 안압을 제일 확실하게 낮춰주는 녹내장 수술이 필요합니다. 

안약을 사용할 때는 1) 효과2) 부작용 두 가지 측면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데, 저는 그 중에서도 부작용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녹내장 약물을 사용해보고, 부작용을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녹내장 안약 중에서 제일 많이 사용되는 밤에 한 번 넣는 프로스타글란딘 계열 안약의 경우(잘라탄, 루미간, 타플로탄, 트라바탄, 잘로스트, 등등), 가장 흔한 부작용은 눈의 흰동자가 빨개지거나 눈꺼풀의 색이나 모양이 조금 변하는 것인데 대부분은 그 정도가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런 부작용은 약을 끊으면 대부분 원래대로 회복이 되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만약, 심장병(특히 부정맥)이나 천식이 있다면, 반드시 담당 선생님에게 미리 말씀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베타 차단제라는 성분이 포함된 녹내장 안약을 사용할 경우(코솝, 엘라좁, 콤비간, 티몹틱, 등등), 부정맥이나 천식에 영향을 줘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먹는 안압 하강제인 탄산탈수효소 억제제(다이아목스, 아세타졸, 메조민)를 사용할 때에는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혹시 피부나 입 속 같은 점막에 이상이 생기면(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벗겨지는 경우) 바로 중단하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작용 없이 효과 좋은 약이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어떤 약이 어떤 사람에게 제일 잘 맞을지는 써보기 전에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녹내장 안약이라도 어떤 사람은 ‘도저히 따가워서 못 넣겠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시원한 느낌이 좋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전혀 표가 안 나는데, 또 어떤 사람은 눈이 빨갛게 계속 충혈되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미리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써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나 부작용이 생기게 되면 다시 해결책을 찾으면 되니까요. 다행히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그 과정을 잘 이해하고 담당 의사와 함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게 되지만 가끔은 ‘왜 나에게 충혈되는/따가운 약을 처방했냐?’, ‘약이 잘 못 된 것 아니냐?’, ‘선생님이 약을 잘 못 처방해서 부작용이 생겼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셔서 참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당신 때문에 부작용 생겼으니 물어내라'고 병원에서 큰 소리로 위협을 가하고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부작용이 막연하게 두려워서 안과에서 처방해주는 약 대신 다른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의 사례를 보면 결국은 안과 치료보다 몇 십 배로 많은 돈을 들이고 효과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무엇보다 그러는 동안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부디 '근본적인 치료', '현대의학으로 치료 못하는 난치병 전문', '몇 대째 내려오는 혹은 누가 직접 개발한 비법' 같은 달콤한 유혹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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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밤에 한 번 넣는 녹내장 안약을 제 눈에 넣고 눈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봤습니다. 제가 녹내장이 있어서가 아니고 환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약 쓰기 전 상태(A)에 비해서 약을 쓰고 난 다음 날 흰동자가 빨갛게 변했습니다(B). 막연히 생각할 땐, 무서운 부작용 같지만 사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원래 있던 혈관이(A) 조금 더 확장되서 빨갛게 보일 뿐입니다(B). 다행히 약을 몇 주간 꾸준히 쓰면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충혈이 서서히 줄어듭니다. 그래도 불편하면 다른 종류의 약으로 바꾸면서 나에게 제일 잘 맞는 약을 찾으면 됩니다)

다음 시간엔 ‘F = Field (시야)’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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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과 베토벤을 사랑하는 안과의사
2016/01/11 14:15 2016/01/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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