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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감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망막 전문의 김주연입니다. 오늘은 저를 뭉클하게 했던 환자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외래 진료실 앞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환자의 “눈”을 보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의 눈을 보는 의사입니다.
외래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조금이라도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자는 저에게 하는 일종의 약속이나 다짐이랄까요.

치료나 수술이 잘 되어서 어제보다 환한 얼굴을 하고 외래로 들어서는 분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얼굴이 좋으시네요. 보는 건 조금 나으신가요?” “저도 좋네요^^” 라고 한마디, 두마디 건네봅니다.
어떤 질환을 치료를 해도 시력호전이 크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울먹이는 40대 가장이신 환자분 앞에서 같이 눈물이 나기도 했네요. (잘 안보이셔서 제가 울컥한 모습을 보시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T.T

어느 날 외래로 환자분 한 분이 왔습니다. 온화한 표정으로 외래로 들어서는 모습이었는데 눈을 보니 외상 이후 안내염이 발생한 상태로 치료를 위해서 먼 곳에서 김안과병원까지 찾아온 분이었습니다. 작업 중 돌이 눈에 튀면서 파열이 생겨서 일차 봉합술을 받았으나 파열이 되면서 상처를 통해서 세균감염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안내염은 눈에 생기는 감염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병 입니다. 좀 무시무시한 설명일 수 있으나, 감염으로 눈 안에 고름이 차고 자칫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하아… 안타까운 일입니다.

외래가 끝난 뒤 바로 응급 수술을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제가 예상했던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은 아니었고,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더디기는 했지만 환자분 상태로 조금씩 호전이 되어서 일주일이 조금 지나고 퇴원하여 통원치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염증도 조절되고 환자분도 조금씩 보인다고 말씀을 해주시니 기분이 좋더군요.

퇴원하시는 날, 환자분이 집에 가시고 난 뒤 병동에서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환자분이 집에 가시기 전에 저에게 전해주라고 주셨다는 편지 입니다.
 
예상치 못한 편지였네요.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면서 환하게 웃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간절한 마음이야 환자만할까 싶지만,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수술을 하고, 하루에 여러 번 회진을 돌면서 나아지는지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지만, 휴우~ 하고 안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이 수줍게(?) 전해주신 편지를 받고 다시 한 번 간절한 마음으로 수술실로 들어갔던 마음을 떠올리면서 환자분께 저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같이 마음 아파하고, 같이 간절히 기도하고, 위로하고 웃을 수 있는 의사가 되도록 더 애써야겠습니다.

 

2017/09/29 12:22 2017/09/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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