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이상의 이해 – 원시란 무엇인가?
안녕하세요?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센터 김대희입니다. 오늘은 원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글을 이해하기 좋으시려면 ‘굴절이상(원시, 근시, 난시 등) 이해를 위한 눈의 구조’라는 글을 먼저 읽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원시는 제 외래에서 설명할 때 가장 어려운 내용 중에 하나입니다. 원시가 있어도 어떤 경우는 안경을 쓰고, 어떤 경우는 안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서 ‘굴절이상(원시, 근시, 난시 등) 이해를 위한 눈의 구조’라는 글에서도 설명해드린 바와 같이 굴절이상은 굴절력을 가진 각막, 수정체와 눈의 길이가 좌우합니다. 원시는 각막, 수정체가 가진 굴절력에 비해 눈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를 말합니다. 각막, 수정체가 일반적으로 만들어 내는 굴절력보다 눈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망막 뒤쪽에 초점이 맺힙니다.
위: 원시가 있는 눈, 빛의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힘 아래: 볼록렌즈를 대어서 빛의 초점이 망막에 맺히도록 함.
수정체는 굴절력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 뒤쪽에 초점이 맺히면 수정체의 굴절력을 올리면 빛의 초점이 망막에 맺힐 수 있습니다. 흐릿한 초점을 명확한 초점으로 변화시키는 작용을 조절작용이라고 합니다. 조절작용은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 눈을 통해 들어온 이미지가 흐릿하다는 것을 뇌에서 인지하여 우리도 모르게 수정체를 변화시킵니다. 즉, 조절작용은 상이 흐릿하게 보일 때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는 태어날 때 시력이 0.1도 안되는 상태로 태어납니다. 이후에 눈으로 들어오는 시자극에 의해 뇌가 배우게 됩니다. 무엇이 흐린 것이고, 무엇이 흐리지 않은 것인지를 배우는 것입니다. 무엇이 뚜렷한 것인지를 알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수정체의 조절작용이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심하지 않은 원시를 가지고 있으면, 수정체가 조금만 두꺼워져도 뚜렷한 상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심한 원시를 가진 아이들입니다. 심한 원시를 가진 아이들은 태어난 직후부터 흐릿한 상을 보게 됩니다. 수정체를 조금 두껍게 만들어 보아도 계속 흐릿한 상을 보게 되기 때문에 무엇이 뚜렷한 것인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뚜렷한 상을 보려면 수정체를 아주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수정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뇌에서 판단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되면 뇌에서는 흐릿한 상이 뚜렷한 것이라고 인지하게 되어서 수정체를 더 이상 조절하지 않게 되고 고착화됩니다. 이를 약시라고 합니다. 즉, 심한 원시를 가진 아이들은 약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약시는 어릴 때 치료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뚜렷한 상을 보여주어 약시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심한 원시에서는 안경이 필요합니다. 원시에서는 모자란 굴절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볼록렌즈 안경을 처방합니다.
원시는 안구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안구의 길이는 자라면서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원시의 정도는 자라면서 점점 줄어듭니다. 어릴 때는 안경을 썼다가 나중에는 벗는 경우가 바로 이러한 경우입니다. 원시는 수정체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굴절력이 높아져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력 발달이 완성이 된 아이들에게서는 실제 가지고 있는 원시돗수보다 조금 낮춰서 안경을 처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시가 심하지 않은 시력 발달이 완성된 아이들은 원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벗을 수 있습니다. 수정체가 조금만 두꺼워지면 원시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력 발달이 완성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뚜렷한 상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안경을 낮출 수 없습니다.
원시가 있는 아이들은 안경을 쓰지 않으면 멀리 있는 물체를 보려고 해도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하고 가까운 물체를 보려면 훨씬 더 많이 두꺼워져야 합니다. 따라서 원래 돗수보다 낮춘 원시 안경을 쓰고 있으면 멀리 볼 때도 수정체를 두껍게 해야하고 가까운 것을 볼 때는 더 두꺼워져야 하므로, 원시가 심한 아이는 원시 돗수를 충분히 주는 것이 시력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원시는 굴절력에 비해 눈의 길이가 짧아서 생긴 굴절이상입니다. 어느 정도는 수정체가 두꺼워져서 원시를 극복할 수 있지만, 원시가 심하면 얼마나 두껍게 해야할지를 뇌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약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를 도와주기 위해 볼록렌즈를 처방하여 원시에서도 시력발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눈의 길이가 길어져 원시의 양이 줄어들거나 시력발달이 완성이 되면 볼록렌즈를 줄여도 수정체가 원시를 극복할 수 있어 안경을 줄이거나 벗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