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검사, 어떻게 하면 더 잘 받을 수 있나요?? -2->
지난 글에서 ‘시야검사는 왜 어려운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길게 설명 드렸지만, 어쩌면 시야검사는 원래 어려운 검사이며,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라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야검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시야검사는 검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검사의 퀄리티가 크게 달라집니다. 물론, 좋은 퀄리티의 검사가 있어야 환자분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야검사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검사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야검사 방법을 말씀드리기 전에 시야에 대해 좀 더 이해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왼손을 들고 왼쪽 눈을 가려보세요. 그런 뒤 눈은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셔야 합니다. 눈은 정면에 고정한 채로 가만히 보면, 정면뿐만 아니라 상하좌우로 보이는 범위가 있을 텐데, 이 범위의 총합을 ‘시야’라고 합니다.
왼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 눈으로 봤으니까 이런 경우에는 ‘우측 눈의 시야’가 되겠네요. 반대로 가리면 ‘왼쪽 눈의 시야’도 알 수 있습니다. 간단하죠? 가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시야검사 법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야를 검사하면 나한테만 보이는 장면이다 보니, 내가 얼마나 보고 있는지 표현하거나 기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음… 정면으로 볼 때 위쪽으로 몇 뼘이 더 보이고…아래로는…” 이런식으로 표현을 하고 싶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내 시야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남들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 지를 알고 싶지만 불가능하죠.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사가 바로 앞으로 설명드릴 ‘시야검사’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시야검사를 하면 결과지가 다음과 같이 출력됩니다.
오른쪽 눈의 시야검사 결과지인데요, 위의 그림을 보면 빨간 원으로 표시한 것처럼 눈금이 있습니다. 한 칸이 10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파란색 원을 보면 30이라고 써 있는데, 눈금 3개에 해당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30도라고 적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야검사를 하면 나의 시야에 문제가 있는 곳이 ‘어느 위치에 몇도 범위’라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내가 남들에 비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예전보다 나빠진 것인지 그대로인지…를 알 수 가 있는 것입니다.
시야검사 결과지에서 어둡게 칠해진 부분이 시야가 손상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위의 그림처럼 시야검사 결과지에서 검게 칠해진 부분이 점점 더 넓어지게 되면 “아… 이 환자는 녹내장이 점점 악화되고 있구나.” 라고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야검사를 환자가 정확하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 환자가 녹내장이 나빠지고 있는지 그대로 인지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위의 시야검사 결과를 보면 처음 시야검사를 했을 때와 두번째 시야검사 모두 4사분면에 어두운 영역이 상당히 있어 녹내장이 심한 상태로 보입니다. 어떻게 보면 첫 검사보다 두번째 검사가 나빠진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환자가 3번째 시야를 한 결과 어두운 영역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환자는 녹내장이 치료가 되어 시야가 넓어진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녹내장은 좋아지는 병이 아닙니다. 점점 악화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 병이고, 잘 관리할 경우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것이 최선의 결과이죠. 사실, 이 환자는 녹내장이 없는 정상인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환자가 처음과 두번째에는 검사가 익숙하지 않아 검사가 부정확 했고 세번째 검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검사를 정확하게 해냈기 때문입니다.
안과의사는 시야검사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지만, 이렇게 시야검사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자, 이제 길었던 서론을 마치고 시야검사를 좀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저는 환자에게 다음과 같이 검사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야검사방법>
1. 시야검사는 총 10분~15분 정도 소요됩니다.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시고, 핸드폰은 꺼두세요.
2. 검사는 양쪽 눈을 번갈아 한 눈씩 검사합니다. 검사하지 않는 눈은 안대로 가려드립니다.
3. 시야검사 기계 앞에 앉은 뒤, 턱과 이마를 받침대에 고정하고 한손에는 검사 버튼을 쥡니다.
이때, 턱이나 이마가 떨어지지 않게 기계에 밀착시켜야 합니다. 만일, 자세가 불편할 경우 검사기계나 의자의 높이를 조정해 달라고 검사자에게 말씀해주세요.
4. 검사하는 내내 정면에 눈을 고정해야 합니다. 검사기기에 턱과 이마를 밀착시키게 되면 정면에 노란색 불빛이 보이는데, 그 곳에 최대한 눈을 고정해야 합니다.
5. 검사가 시작되면 노란색 불 주위로 하얀 불빛이 여기저기에서 아주 짧은 시간 켜졌다가 꺼집니다. 이때, 내가 불빛을 봤다고 생각되면 손에 쥐고 있는 버튼을 누르세요.
충분히 밝아서 알아보기 쉬운 불빛도 있지만 대부분은 긴가민가 할 정도로 불빛이 흐립니다. 그러하더라도 불빛을 봤다고 생각하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만약 불빛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다면 버튼을 누르지 마세요.
6. 하얀 불빛이 어디서 켜지는지 찾으려고 눈을 여기저기 돌리지 마세요. 노란불빛(정면)에 눈을 계속 고정하려고 노력해주세요. 만일 나도 모르게 다른 곳에 눈을 돌렸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다시 노란불로 시선을 돌려 고정하려고 노력해 주세요.
7. 하얀 불빛은 아주 잠깐만 켜졌다가 꺼지기 때문에 불빛인지 아닌지 가능한 빨리 판단하셔야 합니다. 불빛을 봤다면 그 즉시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8. 버튼을 누를 때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불빛이 켜지기도 전에 누르거나, 여러 번 누르려고 하지 마세요. 혹시 버튼 누를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바로 다음 불빛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9. 검사 속도가 너무 빨라서 도저히 따라가기가 힘들다면, 검사자에게 말씀해주세요. 검사속도를 느리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10. 눈은 검사 내내 자연스럽게 깜빡이셔도 됩니다. 그러나 버튼을 누른 직후 눈을 깜빡이는 것이 가장 좋으며, 이렇게 하면 다음 불빛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1. 검사 도중 언제라도 자세가 불편하거나, 졸리거나, 검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신다면, 손에 쥐고 있는 버튼을 길게 누른 상태에서 검사자에게 말씀해주세요. 잠깐 검사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12. 긴 검사시간이지만 집중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3. 시야검사는 아이큐 테스트 같은 시험이 아닙니다. 환자분의 눈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검사이니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검사하셔도 됩니다.
검사를 직접 해보신 분이라면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조금은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습니다. 위의 설명이 조금 길고 어렵다면 다음 세가지만 꼭 기억해주세요.
첫째, 자세는 가능한 편하고 정확하게
둘째, 눈은 검사 내내 정면에 고정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반짝이는 불빛을 봤다고 생각했을 때만 신속히 버튼을 누른다.
시야검사에 대해 환자분들이 조금은 더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글을 쓰려고 했는데 꼭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