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에 대한 일편과 이편이 동시에 발행되어 수 많은 반향을 일으킨 것 같더군요. 이거 잘 못 쓰면 또 환자들의 비밀을 누설했다고 하면서 잡혀가는 거 아닌 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수면마취를 하면 환자분들은 기억이 없지만, 계속해서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입니다. 주사 바늘이 들어갈 때는 아픔의 표시를 하시고, 몸을 뒤척이시게 되지요. 특히 여자분들은 그렇지 않지만, 건장한 남자분들의 경우에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거나, 손 발을 휘저어서 근처에 있는 애꿎은 간호사들이 구타를 당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손발을 꽁꽁 묶고 하는 경우도 있지요.
제가 겪은 환자분들 중에서 아주 예쁜 여자환자분이 수면마취를 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마취약이 들어가고 나니 환자분이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보았죠
“많이 불편하세요? 어디가 아파요?”
“오빠… 나 담배한대만 피고 하면 안될까?”
잉???
뭐 제가 좀 젊어 보이니까 오빠까지는 참겠는데, 수술대에 누워서 마취를 하고 칼을 댈라고 하는데 담배한대 피고 하자구요??
ㅎㅎ 그러나 어쩝니까? 친절하게 다시 말씀을 드렸죠…
“지금 수술해야하니까, 수술 끝나고 피세요, 금방 끝나요.”
하니 그 환자분..
“아이.. 나 지금 담배 넘 쏠린다… 오빠, 한대만… 딱 한대만 피고 할께… 응~~”
멋있다... ^^
코맹맹이 소리까지 섞어서 계속 이렇게 애원을 하시는데… 생각 같아서는 나가서 담배한대 같이 피우고 들어오고 싶었지만…. 동병상련이라고, 저도 이런 경험이 있으니 뭘 어쩌겠습니까? 조용히 그냥 수술을 끝냈답니다.
사실 수면마취를 해도 환자분은 의식이 있어 계속 대화를 할 수 있답니다. 왜 있잖아요, 영화에서보면 스파이를 잡아서 고문을 하는데, 그 친구가 입을 열지 않으면 주사를 놓잖아요. 그러면 술술 다 부는 거… 아마도 영화에 나오는 그 주사도 이런 종류의 주사가 아닌 가 싶습니다.
또 다른 한 분…역시 미모가 뛰어나신 여자분….
수면마취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이분께서는…
“샘.. 저랑 언제 쏘주 한 잔 하실레요?”
사실 이 분은 병원을 계속 다니시던 분이라 서로 잘 알기도 하지만, 저도 잠깐 이분이 마취를 했다는 것을 잊어버렸지요...
“좋죠… 수술 끝나면 한 잔 합시다, 수술 잘 되면 환자분이 한 잔 사세요”
라고 말씀 드리고 나니 묻지도 않았는데..
“샘, 저 술 잘해요… 쏘주 한 세병은 마셔요..”
“샘 우리 어디가서 마실까요??”
“사실 나 샘 디게 좋아하는데…”
헉~~주량이 소주 세 병??? 거기다 분위기에 맞지 않게 수술대위에서 사랑고백까지???
그리고 이제는 음주 수술까지 해야하나?? ㅎㅎㅎ
그제서야 저도 이분이 마취상태에서 말씀을 하시는 것을 알았죠. 물론 이분 마취가 되셔서 그런 것이지 절대로 절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말을 계속 시키지 않으면 그분도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잠에 빠지게 되므로 ‘내가 어디가 좋은 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고 수술을 마쳤답니다.
암튼 이렇게 수면마취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환자들은 바로 잠속으로 빠져들어 한 잠 푹자고 나면 수술이 끝나는 지도 모르지만요…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사실 수면마취의 개발은 환자들과 의사에게 너무나 많은 장점을 가져다 준답니다. 누구나 수술대위에 올라가 누우면 공포심과 두려움 때문에 혈압이 심하게 올라가기도 하고, 긴장을 너무 한 나머지 실신을 하기도 하는데, 수면마취로 인해 고통없이, 기억없이 편안하게 수술을 받으실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또한 가끔 환자분들이 여쭤봅니다.
“수면마취 너무 많이 하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 아닌가요?” 라구요..
이것 또한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말씀드렸듯이 일시적인 기억 감퇴는 있을 수 있지만 다 회복이 되며, 수면마취는 아주 소량의 약만을 사용하므로 그런 일은 없으니까요.
의학에서 마취의 시작은 몽둥이 였다고 아주 오래 전 의대를 다닐 때 마취과 교수님이 강의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몽둥이로 패서 기절을 시킨후에 수술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거 상당히 부작용이 많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
몽둥이로 맞고 마취를 하는 시간에 태어나지 않은 우리들… 세상에 감사하고 살아야겠죠 ^^;
수면마취의 비밀….. The end.
1편 수면마취의 비밀 --- “수면마취 바로 알기”
2편 수면마취의 비밀….두번째, “난 내가 한 일을 하나도 모른다”
Comments List
이거 한 번 올라왔다가 없어진 포스트죠?
1, 2편은 상당히 쇼킹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막 알려줬었어요.
좋은 글 감사하게 보고 갑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주 3병...3병, 3병...3잔 아닙니까...전 아주 건장한 남잔데도 소주 반병이면 알딸딸...거기서 딱 한잔만 더 들어가면 걍 자폭...ㄷㄷㄷ...^^...아주 재밋군요...
그래기 말입니다...
나중에 여쭤봤더니, 3병 맞다고 하더군요...
죄송하지만, 건양대의대가 어디있는건가요?
건양의대는 대전시 서구 가수원동에 있습니다. 부속 건양대학교병원도 같은 곳에 있고요. 건양대학교 본교는 충남 논산시에 있습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은 서울 영등포에 있고요, 건양대학교와 건양의대를 세운 모체입니다. 김안과병원을 경영하시던 김희수박사가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을 세운 것이랍니다.
어 건양대면 대전에 있는데 아닌가요. 예전에 건양대학교 정시 합격했다가 포기한적 있었는데....
대전 가수원동 쪽인가 아니면 거기서 더 가야되던거 같았는데.
네...
건양대는 대전에 있구요, 김안과는 서울 영등포에 있답니다 ^^
너무 재밌는걸요?ㅋㅋㅋㅋ 병원가기가 너무 겁나네요 병원갈일 없이 건강하게 살아야겠어요
ㅎㅎ
그래서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평소에 건강하실 때 병원에 가세요...^^
읽으면서 혹시 나도 저랬을까 싶었다는..ㅠㅠ
ㅇ ㅏ...아닐거예요..
전 마취에서 깨자마자 벌떡일어났어요. 머리가 너무 아파서..ㅋ
그랬더니 간호사 언니들이 놀라셔서 후다닥 오시더니 침대에 눕히곤 다시
주사한대 주시더군요.ㅋㅋ 그거 맞고 다시 잠이 들었다는...
수면마취 결코 유쾌하진 않았어요.ㅋㅋ
아니라고 믿고 싶으신거죠? ㅎㅎ
아마 안그러셨을꺼에요...^^
수면마취가 저런 것이었군요. 재밋네요 ㅋ
ㅎㅎ
그래도 환자분들의 공포심도 줄여주는 좋은 마취랍니다 ^^
수면마취의비밀 시리즈가 막을내리다니 아쉽습니다.
혹시 전신마취의비밀 시리즈 계획중이시면 너무너무 좋겠습니다.^^;;
늘 좋은글 많이읽고 많이배우고 갑니다.
조만간 찾아뵙고 한때는 테리우스님의 해맑은 미소를 뵐수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항상 관심 갖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좀더 내용있는 글로 다음에 찾아 뵐께요...^^
이 글을 읽어보니 병원에서 참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군요..
또다른 쓰리즈도 기대합니다!
사람사는 곳에는 언제나 에피소드가 많지요... ^^
고맙습니다...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수술할때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ㅎ
ㅎㅎ 재미라니요, 당황스럽답니다.. ㅋㅋ
내가 어디가 좋은지에서 뿜었다는~ ㅋㅋㅋㅋ
글이 너무 재밌네요~~ 수면마취 시리즈 재밌게 읽고 갑니다~~~ ^_^
ㅎㅎ
뿜기까지... ㅋㅋ
감사합니다..
또 자주 놀러 오시와요~~^^
사실.. 내일 수면마취로 수술을 하는데.. 엄청 겁먹고 있다가... 검색해 봤는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