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암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암이라면, 그래서 암선고를 받는다면, 누구에게서 이 말을 듣고 싶으세요?
혹시는 당신의 부모님이 암이라면, 의사는 누구에게 이 얘기를 해야할까요?
환자분에게 직접? 아니면 가족에게 먼저?
제가 담당하는 분야는 안성형, 혹은 눈성형입니다.
흔히 안성형 하면 쌍꺼풀 수술을 떠올리지만, 사실 쌍꺼풀외에도 눈물길 수술, 안와골절 수술, 눈꺼풀 처짐 혹은 안검하수 수술과 같은 여러방면에 수술을 하는 분야랍니다.
그 중에서도 안성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이며 가장 어려운 수술은 눈에 생긴 종양, 즉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야입니다.
최근 참 어려운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눈에 피가 고인 줄 알았더니, 백혈병으로 진단받은 2살 꼬마, 암인 줄 알고 수술을 해보니 다행히도 양성 종양으로 진단받은 5세 꼬마, 그리고 악성종양이 의심되어 수술을 하고 혹시나 양성 종양일까 하는 기대감을 갖았지만 결국은 암으로 판명된 어르신…
60세 되신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수개월전부터 눈이 튀어나온 것 같아서 다른병원에 가셨다가, CT 촬영을 해보니 눈뒤쪽에 종양이 의심되어 제게 오셨습니다.
작년 사진을 비교해보니, 그 때는 정상으로 보이더군요.
여기서 잠깐… 의학상식 코너…(친절한 성주씨~~^^)
안성형 분야에서 눈에 이상을 보기위해서는 반드시 옛날 사진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히 (대부분 환자들은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는 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 병이 언제쯤 시작되었는 지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종양이 어떤 종류라는 것을 예측하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눈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가실 때는 옛날 사진을 몇 장 가지고 가시는 것도 다시 한번 병원에 가는 번거러움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개 양성종양은 수년간 지속되고, 염증은 수일, 악성종양은 수개월내에 진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랍니다.
자세히 병력을 물어보고, 사진을 보니 시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종양덩어리가 있어 이미 시력도 조금 떨어지고… 발병 기간도 3개월, 나이도 60세…
모든 정황이 악성종양으로 판단되더군요…
환자분에게는 그래도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얘기하고 서둘러 수술을 시행하였습니다.
수술 중에 시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종양을 조금씩 잘라내다보니, 혹시는 양성종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시력을 보존하기 위해 종양을 완전제거는 하지 않고 부분제거만 하고 나왔습니다.
수술 후에 환자분을 뵙고, 혹시는 양성 종양일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조직검사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하였더니, 환자 및 보호자분들이 기쁨에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원래 저는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악성종양일 것이라고 단정 짓지는 않습니다.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씀드리고, 일단은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 시킵니다. 나중에 말해야 할 때가 오더라도, 조금의 희망을 갖기를 저도 환자도 가족도 바라기 때문이죠.
그런데 조직검사결과를 챙겨보니… 악성종양… 그것도 예후가 꽤 나쁜 종양으로 나오더군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건양대학병원에 다시 한번 의뢰를 해서 특수검사를 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참 난감하더군요…
양성종양일 지도 모른다는 제 말에 기뻐하시면서 눈물을 보이던 가족들 얼굴이 파노라마 같이 스쳐지나가더군요…
다음주 외래 예약때 어떻게 얘기를 해야하나 걱정하며, 어제 환자분을 보았습니다.
환자분과 따님이 오셨길래..
“일단은 조직검사결과가 의심스러워 다시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라고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실밥을 풀르시기를 요청하고, 조용히 따님을 불러 사정을 얘기 했습니다.
참 뭐라고 말하기가 힘들었지만, 그 따님도 침착하게 “사실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어제, 사부님과 의논을 한 후에, 치료를 부탁드리고 (다른 곳에 전이 여부를 확인해야 하므로 대학병원에 가셔야 되기 때문이죠) 스승님이 계신 세브란스 병원에 가실것을 말씀드리고, 외래 및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주선을 해드리겠다는 전화를 드렸습니다.
암 진단을 받으시면, 여러 생각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떤 환자분들은 직접 본인에게 말해줄 것을 당부하고, 가족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시기도하고, 어떤 분들은 왜 그걸 본인에게 알렸느냐, 가족에게 말해주고 결정하게 해야지 하면 화를 내시는 분도 있답니다.
제가 정말 하기 싫은 말… 당신은 암입니다..
여러분이 저라면, 누구에게 말을 하시겠습니까?
Comments List
네, 원장님...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됩니다....나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 참 어려운 일이지요. 전 충격을 받지 말으시라고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편인데 나쁜 소식에 담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죠.
암 진단을 내리게 되면, 한동안 그 환자 얼굴이 떠올라 웬지 씁쓸해진답니다.
의사란 직업은 참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요..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데...
그래도, 암이시네요.... 라고 말하는 것 정말 싫어요..--;
참 숙연해 지는것 같습니다. 암으로 진단 받은 분이나 가족분들 도 힘들실꺼라 생각 되고.. 말씀하시는 원장님을 비롯하신 선생님들도 힘드시고.. 암이란게 참..여러 사람마음을 아프게 하는거 같네요..
그러기나 말입니다..
환자도 의사도 모두 힘들고, 마음 아프고...
모든 분들의 완치를 바랄 뿐이죠...
전 직접 듣고, 가족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요.--;;)
그래요, 저도 제가 직접 듣기를 바라는데...
요즘은 생각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의사로써는 하기 싫은 말이고 환자로도 원하지 않는 진단명이죠~!
오랜만이에요... 양깡님...
안과는 우아한 과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ㅎㅎ
암튼 참 힘들어요... 언젠가는 정복되길 빌면서~~
상황은 다르지만
저랑 제일 친한 친구 어머님도 암진단받으시고 10개월만에 돌아가셨어요ㅠ
한달전에 일어났던일이라 제 친구랑 저랑 얼마나 울었던지..
가족들에게 알리는것이 좋을꺼라 생각되지만,
환자분 본인이 아시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또다른 계획을 세우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ㅠ ㅠ
이런얘기 들으면 괜히 아빠 엄마한테
전화 한번은 더 하게 되네요 ㅠ
원장님~
저번에 대구까지 와 주셔서 강의 해 주셨던, 대구서비스교육센터 우기윤입니다.
강의 마치고 늦게 들어가셨을텐데, 안부를 이제야 여쭙니다.
명강의 잘 들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도 도움이 됐어다고 모드들 고마워하더라구요.
전 개인적으로 강의보다, 원장님과 40분 가량 차에서 건양대 안과 병원 김성주 대표 원장님이란 분의
굉장히 친근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느꼈습니다.
저도 하나의 기업에 ceo로서 휼륭한 멘토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강의 하신 날, 집에 가서 원장님 애기를 1시간 가량 와이프에게 했죠.
와이프 잠도 못자고 힘들었죠.
서울서 온라인 마케팅 세미나 중인데, 이제 또 강의 시간이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ㅎㅎ 반갑습니다 ^^
저도 참 좋은 경험 했습니다.
명절 잘 보내시구요, 앞으로도 많은 좋은 강의로 병원에 큰 발전을 부탁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암진단을 내리는 의사선생님이나, 그 암을 갖고 계신 환자분이나
정말 너무 힘들거 같습니다. 그런 암들을 감쪽같이 없애주는 그런 치료들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정말 의료업에 계신 분들은...항상 스트레스를 팍팍 받으실거 같습니다.
원장님의 건강도 잘 챙기시구요.. 힘내십시오..^^
감사합니다..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와서 모든 환자에게, 암이지만, 100% 낫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네요..^^
명절 잘 보내시구요~~
저희 어머니도 단순 혹인줄 알고 작은병원에서 종합병원 그러다 더더 큰병원으로 갔었어요
한 두시간이면 된다고 했는데 7시간동안 수술이 안끝나더라구요..
알고 보니 암덩이가 너무 커져서 터져버리고.. 다른곳에도 전이가 되고..
육안으로 보이는 암세포만 제거한 상태라고 하더라구요..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교수님께서 나오셔서 말씀해주셨어요..
사실.. 7시간이 지나서.. 혹시 죽은건가?? 라는 생각도 하며 마음에 준비까지 하긴했었지만..
암이라니.. 이모를 안고 정말 북받치는 가슴을 잡고 울었던 생각이 나네요..
교수님께 어머니께 말씀 드려야 하는거냐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니
수술자국을 보면 당연히 알게 되고 후에 항암치료를 해야되니 천천히 얘기하라고 하십니다..
우리 가족은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머니께 비밀로 하기로 했어요
어머니는 정신이 드셨고 처음 하신말씀이
"수술얼마나 했어? 한시간 정도 한거 같은데?"
이러십니다..
주변 암환자분들은 혹이라 다행이네 암이면 얼마나 힘든데 하면서
아파하는 엄마를 위로해줍니다..
다음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엄마가 멍~ 하니 있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엄마 암이랜다.. 하십니다..
교수님께서 회진돌러 오셔서 말씀하셨다네요..
자기가 천천히 얘기 하자고 해놓고 말해버리는게 어딨나.. 너무 화가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조직검사 결과 나와야 알지 아직 몰라~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죠
어머니는 하루종일 아무말씀도 없으시고 멍하니 계속 눈물만 흘리셨어요..
그리곤..
가족들한텐 말하지마.. 너만 알고 있어.. 조직검사 결과 나오면 그때 말하자..
하십니다..
화장실에서 아버지,이모와 전화로
엄마 알았다고 다른사람한테 말하지 말랬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은 6개월정도 지났고
항암치료까지 모두 끝났습니다
재발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이제 살만 하네요
어머니도 그랬지만.. 간호했던 저도.. 정말 힘들고.. 죽고 싶은 순간이 많았거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면
암판정 받았던 순간.. 항암치료로 빠져버리는 머리카락을 빡빡 밀었던...순간..
이젠 모든 상황은 다 받아들이고 덤덤하지만..
그 순간들은.. 아마.. 언제 떠올려도 평생 아플꺼 같네요...
참 가슴 아픈 얘기네요 ㅠㅠ
외래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안되긴 의사인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의학이 더 발전하여 암이 정복되기를 바라며, 열심히 진료하고 노력하겠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군요.
어머님과 가족 여러분이 편안한 마음 갖기를 바랄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