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ㅎ 아닙니다....
하지만 읽으시다 보면 왜 안과 의사가 필요한 지 아실꺼에요~~~
지난 토욜에 태안에 다녀왔습니다.
병원차원에서 간 것이 아니고, 그냥 저와 마누하님, 그리고 두 아들과 다녀왔습니다.
가기전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물 때를 마춰야 되고, 가는 곳도 정해야하고...
따질 것이 많았지만... 제가 누굽니까? 무대뽀 정신.. ㅎㅎㅎ 그래서 그냥 무작정 갔습니다.
가면서 "가보면 할 일 없겠나? 안되면 쓰레기 정리라도 할 수 있겠지..." 하면서 말이죠...
차를 몰고 가면서 만리포 밑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인 파도리 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유명한 곳 보다는 작은 곳이 손길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요..
아침 9시 조금 넘어 출발해서 오후에 태안에 도착하니 이미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찾아 오셨더군요...
그나마, 고무장갑과, 장화, 마스크는 준비를 하였지만, 뭘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옆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에 가서 접수를 하면 알려준다 하더군요...
구래서 거길 가니, 애들을 델구 가서 그런지... (뭐 있잔아요, 애들 봉사 하면 점수 받고 그런거..) 자원봉사자 접수증을 주시는 분께서,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생색내는 사람들 때문에 지겹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 들어와서 할 일 없을거에요. 다음부터는 물 때를 알아보고 오세요" 라고 말씀하시며 접수종이를 주시더군요..
사실 접수증에 뭐 적어 혜택을 본다거나, 애들 봉사 기록 남길 생각으로 간 거 아니였습니다.
전 다만 애들에게 맨날 하던 "항상 남을 돕고 살아야 한다" 라는 말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고 하루 아침에 날벼락처럼 떨어진 기름 사고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께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 갔던 것인데...
암튼 "저 이런거 필요 없고, 장화하고, 비닐 옷은 어디서 받나요?" 라고 묻고 서둘러 나와 옷과 장화가 쌓여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좀 챙피하기도 하고, 기분이 사실 쬐금 상하기도 했거든요... --;
하여간 바다로 가니 이미 물이 차들어와서 돌 닦을 자리도 거의 없고 해서, 무슨 일을 할까 하다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기름 장화를 닦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가 드디어 할 일을 찾았답니다. ^^
바로 장화 짝 맞추기.....넘 쉬운 일을 정했다고요???
아니죠~~~천만에 말씀입니다... 들어보세요....^^*
애들과 마누하님을 모아 작전을 짰습니다.
"일단 좌측과 우측을 분리하여 놓자, 그리고 싸이즈별로 모아서 짝을 맞추면 쉬울꺼야" 라고 마치 여러번 해본 일처럼 시작을 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애들 앞이라고 또 잘난 척을 한거죠~~)
그런데....
세상에... 세상에... 장화 종류가 왜 일케 많은거죠??
코끼리표 초록 장화, 말표 연두색 장화, 중국산 밤색 장화, 밤색은 똑 같은데, 무릎위 까지 올라오는 장화....
눈을 부릅뜨고 짝 찾기 하는 큰 아들 ^^
거의 비슷하게 생긴 장화 종류만 10여종... 거기다 발 싸이즈 맞춰야 되자나요...
더욱더 압권인 것은 장화 종류에 따라 외발과 오른발의 구분이 너무 너무 어렵다는 거....
이건 거의 퍼즐 맞추기 보다 더 힘든거에요....
"코끼리표 장화 265 왼발 있는 사람??"
"여기~~"
"아니 그건 코끼리표가 아니고, 연두색 말표 잖아..."
"너 색맹이지??" (사실 우리 둘째 진짜로 색맹이거든요... --:)
"여기 있다~~"
"야~~ 이건 260 이자나... 너 눈 나쁘냐??" (우리 큰 넘 눈 마니 나쁘거든요... --;)
"에이~~그냥 5mm 차이나는 건 같이 묶으면 안될까?"
"야~~ 잘 보고 해~~~"
상표와 발싸이즈 맞추고 있는 원당님 ^^
어떻습니까? 안과의사 꼭 필요하죠?? ㅎㅎㅎ
암튼 앉아서 장화 분류를 하다보니 그래도 시간을 잘 가고, 옆에서 "닦을 장화 주세요~~" 하는 소리에
"죄송 합니다... 열심히 하느라고 하는데, 이거 장난 아니네요...용서해 주세요" 소리를 연신 하면서....
오후시간을 장화 짝 맞추느라 소모를 하다보니, 그래도 눈 앞에 쌓여 있던 장화가 어지간히 없어졌더군요..
배고파 하는 큰 아들, 옆에서 공짜로 주는 소고기 라면 하나 얻어 먹고는 연신 싱글벙글...
기름 냄새 때문에 머리 아프다고 인상쓰면서 그래도 끝까지 남아 장화 정리한 작은 아들...
태안가는 차안에서 아직은 여유로운 둘째 ㅋㅋ | 기름 냄새에 머리 아퍼 죽는 둘째 ^^ |
비록 힘들었지만, (담날 허리 꽤 아프더군요... 늙은게죠 --;) 그래도 마음이 뿌듯하더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봉사란 남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하고나면, 내 마음이 뿌듯해지는 거자나요....
제가 의사란 직업을 정말로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거든요...
남들은 자기 일 다하고 나머지 시간을 쪼개서 또 봉사를 하는데, 난 내 할 일만 하면 그것이 봉사이고, 또 지송스럽게두, 봉사하고 돈도 받자나요 ^^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직업이 어디 있겠어요?? 안그래요???
저는 정말로 의사로 사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도 작은 섬에는 할일이 태산 같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구요...
시간이 되면 다시 가려 합니다...
이번에는 김안과병원 가족모두와 함께, 우리의 모두의 마음이 뿌듯해 지기 위해서 말이죠....
태안에서 만난 울산에서 온 학성고등학교 여러분을 비롯한 많은 자원봉사자 여러분...
같이 장화 닦느라 정말 수고 많이 하셨구요....
여러분이 계셔서 대한민국은 따뜻한 나라가 될거라 굳게 믿습니다 *^^*
Comments List
역시 한번은 가야하겠죠? 물때 맞추어가지 않아도 저렇게 언제나 할일은 있는거군요.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 정말 그렇더라구요..
기름 제거 말고도 할일이 많더라구요...
꼭 다녀오셔서 보람 찾으시길 바랍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를기분좋게 시작했어요...^^; 장화 짝 맞추기라...정말 쉽지 않으셨겠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기분 좋은 하루 시작 하겠습니다...
와우~ 최고예요.. 2007년 송년을 뜻 있게 마무리 하신 것 같습니다...원장님 같은 분이 있어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나 봐요..
겨우 신발 짝 맞추다 온사람에게 --;
너무 과찬이십니다 ^^.
부끄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넘 멋지십니다.
병원에서 함께 간다니 좋은 시간이 되길 바라구요. 삶으로 함께 하시는 원장님 홧팅
아이들 아빠도 지난 토요일 다녀왔는데 할일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전 집에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집보고..... 저녁 늦게 돌아온 아빠에게 따끈한 저녁을 ㅋㅋㅋ
봉사는 집안에서 시작된다???
ㅎㅎ
그래요 가족에게 봉사도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장화짝맞추기~
단순작업이라 집중도 잘되고 나름 잼있었을것 같은대여~ㅋ
하지만 시간을 내서 쉬고 싶은 주말을 선뜻 반납하고 가기란...
맘처럼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가족과 함께한 모습이...
흐뭇한 웃음 지어집니다...
ㅎㅎ
맞습니다.
단순작업인데.... 나름 무쟈게 머리 쓰다 망했지요.. --;
그래도 봉사는 나를 즐겁게 해주는거... 맞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