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 자동차가 짝눈이네!
남자의 장난감이 세가지가 있다하죠.
사람마다 관심사는 다르겠지만 자동차, 카메라, 오디오가 전통적으로 남자들을 빠지게 하고, 또 파산하게 하는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저도 위의 세가지 아이템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매니아들처럼 돈을 쏟아부을 여유는 없어서 그냥 인터넷으로 남들의 좋은 물건 구경하는 걸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 반면에 요즘 남녀노소 모두의 가장 퐌타스틱한 장난감으로 등장한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들여다보는 취미에 대해선 싸나이의 갈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ㅎㅎ 일반 폰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지요.
그래서 첫 차를 샀을 때의 기쁨을 잊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레지던트 1년차때 2000cc 소형 SUV를 첫 차로 구매했어요. 당시 제 일년 봉급보다 큰 돈이었고, 제 통장에 있던 돈의 전부였지요. 그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차를 애지중지 타고 다니는데, 헛…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헤드라이트 광선이 벽에 비추어진 모양이 사선으로 기울어져 있고 왼쪽, 오른쪽 광선의 방향이 다른거에요. 아니 내 연봉을 다 털어서 산 차가 품질이 이모양이라니....헐. 거대한 실망감이~
위의 사진은 지금 타고 다니는 차의 헤드라이트 빛이 주차장 벽에 비춰지는 모양을 찍은 건데요. 엇, 이차도 광선이 기울어져 있네요. 나는 맨날 불량만 걸리는건가…
위의 사진은 제논 프로젝션 타입의 헤드라이트 그림자입니다. 프로젝션 헤드라이트는 안쪽에 차폐 역할을 하는 격막이 들어있는데, 그 모양이 왼쪽이 오른쪽보다 더 낮게, 즉 운전석 쪽으로 빛이 멀리 못가게 디자인되어 있어요. 보통 중소형차에 많이 쓰이는 할로겐 타입의 램프는 차폐막으로 정교한 빛 모양을 만들지는 못해도 좌우 조사각에 차이를 둬서 운전석쪽 램프가 조수석쪽 램프보다 멀리 안나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_- ???
이러한 헤드라이트의 디자인은 맞은편 자동차의 운전자의 눈에 직사광을 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다들 경험해 보셨겠지만 어두운 곳에서 강한 빛을 보면 일시적으로 아무것도 안보이게 되잖아요?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 빛은 각막, 수정체를 통해 망막에 도달하게 되고, 망막에 위치한 광수용체 (원뿔세포, 원통세포)에 의해 빛 에너지는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뇌로 신호가 전달됩니다. 아래 그림은 망막에 위치한 광수용체의 현미경 사진 및 모식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는 세상은 정지화면이 아닌 동영상입니다.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초당 수십회씩 이전의 신호를 지우고 새 신호를 받아들이는 작업을 해야 하죠. 실제로 우리 눈의 광수용체 중 원통세포는 초당 최대 15회, 원뿔세포는 초당 최대 60회까지 신호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광수용체가 감당할 수 없는 강한 빛이 쏘여지게 되면, 일시적으로 광수용체는 새 신호에 반응할 수 없는 먹통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 때 우리는 잠시동안 앞이 안보이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죠. 마치 느린 인터넷으로 동영상 볼 때 영상이 멈춰서게 되는 것 처럼요.
그러므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맞은편 자동차의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은 큰 위험요소이며 실제 사고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보통 사고는 상향등(하이빔)을 켠 상태로 운전하다가 맞은편 자동차의 운전자가 일시맹 상태가 되어 서로 정면 충돌을 하게 되는 형태가 흔하다 하는데요. 그러면 자업자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맞은편 운전자는 뭔 죄인가요 ㅜㅜ
이렇듯 헤드라이트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부분만을 정확하게 비춰주는 것이 안전에 도움이 되는데요, 이를 위해서 요즘 자동차에는 여러가지 신기술들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이빔 어시스턴트(자동차 메이커마다 이름은 달라요~)는 룸미러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서 한적하고 어두운 시골길에서는 상향등이 켜지다가 맞은편에 차가 오는 순간 자동으로 하향등으로 전환되는 장치입니다. 밝은 시내에서는 계속 하향등이 켜지게 되죠.
어댑티브 헤드라이트는 우리나라에도 비교적(?) 많이 보급된 장치인데요, 스티어링휠(핸들 아니죠~)을 돌리는 대로 헤드라이트가 좌우 회전하여 어두운 와인딩로드(구불구불한 길)에서의 안전운전에 도움을 줍니다.
초기에 나왔던 광고도 멋지네요~
최고급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아래 그림처럼 도시용, 고속도로용, 시골길용, 커브길 모퉁이 용 등 여러가지 조사 모양을 갖는 것도 있습니다. 복잡해 보이는데, 암튼 대단하네요 ㅎㅎ
좀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안전을 위한 헤드라이트의 진화는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나 봅니다 . 다이나믹 라이트 시스템이라는 것은 자동차 앞쪽에 장치된 레이더가 전방의 보행자나 동물과 같이 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장애물을 멀리서 미리 감지하여 그 대상을 향해 강한 빛을 집중시켜서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하게 회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나는 삼천원짜리 전구 들어가는 헤드라이트로도 운전 잘만 할 수 있는데 이게 뭔 짓들이냐구요? ㅎㅎ 저도 동감해요. 하지만 이런 모든 첨단 기술들의 지향점은 결국 운전자가 좀 더 “잘 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게 하려고 이런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과 우리가 눈을 아끼고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는 목적도 오래도록 잘 보기 위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구요.
여러분 모두 건강한 눈으로 안전운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