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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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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골든타임을 보여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가지게 합니다. 그러던 중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newsid=20120802111705752&RIGHT_ENTER=R10
골든타임에 대한 글이 있어 몇 줄 적어 봅니다. 골든타임의 이성민은 실제로 있을까? 골든타임의 작가께서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이런 픽션을 만들어 내지는 않으셨겠지요. 모델이 된 의사 선생님도 계실 것이고 듣기에는 지방사립 의과대학에 근무하시던 선생님께서 모델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네요. 예전에 의가형제에 나오던 장동건도 모델이 된 선생님이 계셨죠.

그럼 이성민 같은 위대한 영웅 주위에는 다 쓰레기 같은 (표현이 좀 저속한가요?) 권력자들만 있을까? 픽션은 그저 픽션일 뿐이고 상황을 맞추기 위해 이성민 같은 인물과 그에 대조되는 인물의 갈등 구조는 어느 픽션에나 존재하기 마련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결론 내리는 칼럼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네요.

요즘 같은 피서철에 바닷가를 끼고 있는 응급실은 그 곳이 어디이다. 할 것 없이 밤잠을 못이루고 당직을 서는 의사선생님들이 있지요.
저도 3년간을 충남 태안에 있는 의료원에서 야간 진료실 당직을 하며 근무했기 때문에 비록 안과 의사이지만 밤에 응급환자를 돌본다는 그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밤새 밀려 드는 환자를 어떤 이권이나 나의 이득을 위해 계산하고 내가 받을 피해에 대해 계산하며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것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면 응급실에 하루밤만 같이 지내 본다면 잘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료 현장의 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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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나마 공무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주 40시간 규정에 맞추어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응급실을 담당하고 있는 대부분의 전공의, 수련의는 그렇지 못한 열악한 상황입니다. 보통 24시간을 기준으로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얼추 주당 90시간 근무를 하게 되는 군요. 그것은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수련의 경우이고, 응급 환자를 돌보는 과의 전공의는 일주일 내내 병원을 지키다 하루 이틀 저녁 시간에 off 를 나가는 것이 일반적일 겁니다.

그래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응급실 환자를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에게 공을 넘기는 법률이 통과되었고 세부적인 내용을 만드는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전문의 선생님은 1시간 안에 오면 되는 on call 로 대기를 하면 된다지요? 응급실에 와서 일차 진료를 보고 추가적인 치료를 위해  전문의를 한시간을 기다린 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응급실에 on call 있는 전문의가 늦게 오는 것을 탓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법률을 만들어 말도 안되는 시행을 하는 법체계를 탓해야 하는 것인지, 우리에게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골든타임에 이성민이 같은 전문의만 있기를 바래야  하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해죠 옵니다.
몇 년전 미국 당직 시스템에 대한 블로그 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http://ko.usmlelibrary.com/entry/on-call-system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각자의 상황에 따라 해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응급실에서 수고하시는 의사선생님들이 골든타임에 이성민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상황에서 이성민이 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얼마전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께서 만취자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셨습니다.  환자가 많은 응급실 일수록 주취자들이 많이 옵니다. 특히 요즘 같은 피서철의 응급실은 새벽에 오는 환자들이 주취자들이 더욱 많아지지요. 한 두사람의 주취자 만으로도 응급실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만약 내가 찾은 응급실에 주취자들의 난동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있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이 되겠습니까? 다른 응급실을 찾아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주취자에게 시달리고 있는 당직 의사를 탓하시겠습니까? 소란을 피우는 주취자와 맞서 소란을 중지 시키겠습니까?

경찰을 부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주취자들을 이제껏 우리는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결국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말이 갑자기 제머리를 강타를 하는 군요.

오늘 야간에 진료에 힘쓰고 있는 당직 선생님들께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 보내드리고 싶은 저녁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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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과 전문의 한정일 입니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아자..
2012/08/13 16:40 2012/08/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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