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 김주연이 보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터널시력이란!!!
그겨울, 바람이 분다… 드디어 드라마의 문이 열렸습니다.
시각장애인으로 나오는 오영 역의 송혜교씨의 연기로 인터넷이 후끈후끈 하네요.
안과의사로서 과연 무슨 질환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었을까 궁금했었는데…
하이힐을 신고, 립스틱을 바르고, 운동을 하는 오영은 중심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가 아니라, 중심시야만 남은 터널시력이라는 설정인가 봅니다. 정확히는 터널시야라는 것!
드라마 3회에서는 송혜교의 시력장애가 뇌종양과 관련이 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대사가 나오기도 합니다. 아… 설마 이거일까요? 비운의 주인공을 만드는 소재로 “종양”과 “교통사고”는 조금 식상하지 않을까요? 아직 확진이 나온건 아니니깐 앞으로도 더 열심히 지켜봐야겠군요!!
터널시야을 보이는 질환은 뇌종양도 물론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제 머릿속에는 대기업 상속녀라는 오영의 배경이 자꾸 걸립니다. 호호홋…
이전에 “빤짝빤짝 빛나는” 이라는 드라마에서 고두심 아주머니가 앓고 있던 녹내장도 많이 진행하는 경우에는 터널시야를 보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망막 의사이기 때문에,,
터널시력하니 딱!! 떠오르는 <망막색소변성, Retinitis pigmentosa>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
교과서에는,
“진행성 광수용체의 기능장애로 양안을 모두 침범하며 시야 손상이 진행하고, 전기생리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며 망막의 색소성 변성을 동반하는 여러 가지 유전질환군” 이라고 써있군요…
당췌 무슨 얘기인지…ㅎㅎ
망막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시세포”라고 부르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라는 녀석들(?)이 있는데 이 중 막대세포에서부터 병이 시작되는 질환이 되겠습니다. 막대세포가 주로 하는 일이 명암을 구분하는 일이라서 망막색소변성을 갖고 있는 환자들의 첫 번째 증상은 “야맹증”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
국내에는 개그맨 이동우씨가 앓고 있는 병으로 많이 알려졌죠. 최근에 소녀시대 멤버인 수영의 아버지가 앓고 계신다고도 알려졌구요. 외래를 보다보면 야맹증이 있는데 개그맨 이동우씨와 같은 병이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눈 속 사진은 보면 중심을 제외한 주변부의 망막의 색이 이상합니다. 색소가 뭉쳐있는듯 보이는 부분도 있군요.. 안저에서 보이다시피 주변에서 서서히 안으로 진행합니다. 유전경향이 있는데 성염색체 관련 유전인 경우가 증상도 빨리 나타나고 중심까지의 진행도 좀 빠른 경향이 있습니다.
같은 환자분의 시야검사입니다. 까맣게 보이는 부분이 소실된 시야입니다. 가운데 부분만 터널처럼 남아있기 때문에 터널시야라고 부르고 있죠. 이 정도의 시야소실이 있으면 누가 옆에 와서 부딪히기 전에는 잘 모른다거나, 여기저기 잘 부딪히기도 하고, 고개를 돌려서 봐야 비로소 보이게 되겠죠. 하지만 중심부위가 아직 침범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시야가 정상의 10%만 남아있더라고 1.0에 가까운 시력을 보이기도 합니다.
*망막색소변성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서 시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는,
1. 막대세포 변성이 중심까지 침범되는 경우
2. 백내장이 발생하는 경우
3. 아직 남아있는 중심부에 부종이 생기는 경우
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뚜렷한 치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 인공망막 등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고 특히나 인공망막의 경우 FDA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상시력인 1.0으로의 회복은 아니더라도, 남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환자분들에게는 희망의 빛과 같은 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송혜교씨가 억대의 비용을 들여 인공망막을 이식받은 다음에 오빠와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억지스러운 설정도 조금 상상해 봤습니다. ^-^
이 드라마에서 송혜교씨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을 만들어주고자 한답니다.
두 주인공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이러한 면에서도 앞으로도 관심 있게 봐야겠네요.
작가님, 빨리 확진을 내려주세요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