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세렌디피티 (녹내장센터)

군디컬 안과 드라마(3): ‘눈은 마음의 등불’

안녕하십니까. 김안과병원 녹내장전문의 황영훈입니다.
이번 군디컬 안과 드라마의 주제는 닫힌 마음을 눈으로 표출한 병사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눈은 마음의 등불’… 너무나 유명한 문구입니다. 왜 그런 말이 생겼을까요? 아마도 눈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눈으로 세상의 어떤 풍경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도 달라지겠죠.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기도 합니다. ‘눈빛’이라는 것을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어떤 느낌을 나타냅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눈은 ‘마음의 등불’이기도 하고 ‘마음의 거울’이기도 한 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눈은 마음의 등불’. 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글. 가톨릭대학교 김재호 명예교수님 진료실에서>

군병원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수 많은 젊은 청년들의 눈을 봤습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환경이지만 그들의 눈빛은 다양했습니다. 꿈을 이루겠다는 눈빛, 그냥 졸리고 피곤한 눈빛, 겁에 질린 눈빛, 그리고 분노 가득한 눈빛까지… 다양한 눈빛만큼 그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다양합니다. 일부 병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닫아 버리는 것입니다. 그냥 마음만 닫는다면 정신과 선생님들이 잘 치료해주시겠지만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마음의 등불인 눈을 자해로 닫아버리기도 합니다.

평화로운 주말 저녁… 응급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모 부대 병사가 눈에 순간접착제를 스스로 넣었다고 합니다. 그 병사는 발견 당시 화장실에서 문을 잠그고 눈에 순간접착제를 넣은 채 혼자 울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병사는 진료실에서도 제가 하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계속 엉엉 울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접착제로 눈을 닫아 버리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질 거라 생각했던 걸까요?

사실, 사람의 눈은 이물질에 대한 훌륭한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눈을 감고, 눈물을 분비해서 이물질을 배출하는 것입니다. 실수로 접착제를 눈에 넣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눈의 방어체계에 의해서 안구 자체에는 큰 손상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접착제가 눈꺼풀에 묻으면 위아래 눈꺼풀이 붙어 버려서 눈을 뜨기 어렵게 됩니다. 이 병사도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접착제가 눈꺼풀에 잔뜩 묻어 있고, 아래 위 눈꺼풀이 딱 달라붙어서 벌어지지 않아서 결국 속눈썹을 모두 뜯어 내고 칼로 눈꺼풀 붙은 부위를 박리했습니다. 계속 울면서 눈물이 많이 나온 덕분일까요. 다행히 눈 속은 큰 이상 없었습니다. 부대로 돌아간 병사는 이후로 잘 지냈을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다른 병사는 휴가를 나갔다가 부대로 복귀하자마자 위병소 근무 중 공포탄으로 자기 눈을 쏘았습니다. 공포탄이라고 소리만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이 대고 쏘면 나무 껍질 정도는 벗길 수 있을 정도의 나름 파괴력이 있습니다. 그 병사의 눈은 이미 심하게 파열된 상태로 봉합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제거해야 했고, 그 병사는 의병전역 했습니다. 단지 우발적인 행동이었을까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군생활을 그렇게 마치고 사회로 나간 그 병사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수 많은 병사들이 여러 이유로 자해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살다 보면 보고 싶지 않은 세상 풍경이 많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 생각이 극단적인 자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Writer profile
녹내장과 베토벤을 사랑하는 안과의사
2013/09/05 15:07 2013/09/05 15:07

군디컬 안과 드라마(1): ‘서글픈 사시’ 안녕하십니까. 김안과병원 녹내장 전문의 황영훈입니다. 요즘 군디컬(군대 + 메디컬) 드라마 ‘푸른거탑’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병사들이 군대에서 겪는 애환을 유쾌하게 그려내면서 대한민국의 현역 & 예비역 군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군대 이야기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평생 이야기 & 안주 거리입니다. ‘푸른거탑’에 병사들의 군생활 이야기가 있듯 군...

군디컬 안과 드라마(2): 운수 좋은 날 안녕하십니까. 김안과병원 녹내장전문의 황영훈입니다.이번 군디컬 안과 드라마의 주제는 ‘운수 좋은 날’입니다. 어느 날, 모 부대 소속 상병이 갑자기 눈이 흐리게 보인다고 찾아왔습니다. 그 병사의 눈을 검사한 결과, 다음 사진에서 보이듯이 망막의 여러 곳에 출혈이 보였습니다. 마치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듯 망막 여기저기 동글동글한 붉은 출혈이 보입니다. 망막의 여러 곳에 출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

Powered by Textcube 1.10.8 : : Tempo primo
Persona skin designed by inureyes, bada edited by LonnieNa, 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