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저녁만 되면 불빛이 번져보이는 증상 - 동공 크기와 초점 심도

안녕하십니까, 한때 기타맨입니다.

낮에는 괜찮은데 저녁에만 되면 잘 안보인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로 신호등이나 보름달 같은 밝은 광원이 이중으로 겹쳐 보인다는 표현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어떤 원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우선 낮동안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 보느라고 저녁 때에 안구 건조증이 심해져서 생기는 증상일 수 있습니다. 또한 노안으로 수정체 조절근의 지구력이 떨어져서 저녁에 피로해지면 초점을 맞출 기력이 바닥나는 경우도 있지요. 백내장의 경우도 불빛이 번져보이는 증상이 흔하지만 주로 낮에 심해지는 점이 다릅니다. 드물게는 유전성 맥락망막병증에 의해 야간 시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분들도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안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검사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계속되는 증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오늘은 사진이 취미이신 분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조리개와 초점 심도와의 관계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1]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

위의 사진은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한 상태에서 점점 좁혔을 때의 모습입니다. 여기에서 f 수는 초점거리를 구경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빛 구멍(aperture)이 크고 숫자가 클수록 빛 구멍이 작다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렌즈 구멍을 크게 하면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어두운 장면도 환하게 찍히게 되지만, 밝은 낮에는 너무 많은 빛이 들어가 사진이 뭉개지므로 조리개를 좁혀 렌즈 구멍을 작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조리개는 카메라가 받아들이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입니다. 사람의 눈에도 조리개와 똑같은 작용을 하는 홍채가 있는데 어두운 곳에서는 넓게 열리고 밝은 빛 아래서는 좁게 오므라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2] 사람의 동공 – 산동 상태와 축동 상태

그런데 조리개를 좁혀서 f 수를 늘이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줄어드는 효과 외에 초점 심도가 깊어지는 효과가 생기는데.. 무슨 말이냐구요? 우선 아래 그림을 보시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3] 조리개의 변화에 따른 초점 심도의 변화

위의 예시 그림에서 보라색 범위 안에 사물이 위치해 있으면 초점이 맞아 선명한 사진이 찍히게 되고, 범위를 벗어나 너무 가까이 또는 너무 멀리 위치하면 초점이 맞지 않아 번져보이는 상이 찍히게 됩니다. 왼쪽처럼 f/1.8 로 조리개를 열었을 경우는 6~6.5 m 거리에 있는 사물만 선명하게 나오고 조금만 거리가 바뀌어도 초점이 어긋납니다. 그러나 오른쪽처럼 f/16 으로 조리개를 조이면 5~12 m 사이에 있는 사물에 대해서는 전부 초점이 잘 맞은 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보라색으로 표시된 범위를 초점 심도라 하며 조리개를 열면 초점 심도가 얕아지고, 조리개를 좁히면 초점 심도가 깊어집니다. 실제 사진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4] 조리개 개방을 달리한 두 장의 사진

왼쪽 f/16 으로 조리개를 좁혀 찍은 사진에서는 앞쪽 가로등이나 뒤쪽 건물이 모두 선명하게 보이는 반면, 오른쪽 f/2.8 로 조리개를 개방해 찍은 사진에서는 뒤쪽 건물들의 상이 뭉개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사진이 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지요? 사진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초점 심도가 얕은 사진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은데요, f 수가 낮아지려면 일반적으로 렌즈가 커야 되기 때문에 크고 비싼 카메라가 필요하게 됩니다. 렌즈가 작은 컴팩트 카메라는 대충 찍어도 앞뒤 사물이 다 선명하게 찍히게 되는데, 이게 우리 눈이라면 장점이 되겠지만 사진이라면 별 느낌없고 값싸보이는 결과물이 되는 거죠.

우리의 눈은 카메라에 비해 초점 조절이나 수차 보정 능력이 제한적입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근시나 원시, 난시 등을 가지고 있고 각막과 수정체 자체의 수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 노안이나 백내장이 생기면 초점 조절의 범위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안경으로 상당부분 보완이 되기는 하지만 안경은 카메라처럼 초점 조절이 되지 않으며, 눈에서 1 cm 이상 떨어져 착용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필연적 수차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동공이 줄어들어 초점 심도가 깊어지기 때문에 약간의 근시, 원시, 난시, 노안, 맞지 않는 안경 돗수 등등이 있어도 그것을 극복하고 선명한 초점상을 볼 수 있지만 야간에 동공이 커지면 눈이 조절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게 되어 뭉개진 상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라식, 라섹 등 시력 교정 수술을 위한 검사 중에 동공 크기 측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좁아진 동공 모양이 프린트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거나 각막에 조리개 링을 삽입하여 노안을 교정하는 치료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Writer profile
author image
등산, 천문, 자동차, 여행, Rock guitar 를 한때 열심히 했던 망막과 의사입니다~
2014/08/05 14:54 2014/08/05 14:54
Powered by Textcube 1.10.8 : : Tempo primo
Persona skin designed by inureyes, bada edited by LonnieNa, 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