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이식은 안구전체를 이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기증을 계기로 알아본 각막이식
모든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善終)하셨습니다. 몸으로 사랑을 실천해 온 김추기경님의 삶에 대해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안과의사로서, 특히 각막이식 수술을 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안과의사로서 그 분이 마지막 가시는 길에 각막을 기증하고, 그 각막으로 두 분의 환자가 광명을 되찾게 하는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신 데 대해 다시금 옷깃을 여미며 존경의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김추기경님의 각막기증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각막기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확산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기증받을 각막이 없어서 아직도 암흑 속에서 살아가시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광명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는 국내 각막기증의 현황에 대해 알아보고, 아울러 각막기증과 이식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각막이식수술을 받으면 광명을 되찾을 수 있는 분들이 약 2만여명 입니다. 하지만 해마다 이뤄지는 각막이식수술은 약 500건 정도입니다. 이는 이식할 각막이 없기 때문이지요. 사후 각막기증은 앞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주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국립장기이식센터 통계에 따르면 국내각막은 2000년 202건의 이식이 이뤄진 뒤 2005년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368건, 2006년 397건, 2007년 405건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480건의 이식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각막이식 대기자가 3,630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여전히 이식할 각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부분각막이식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고 수술장비나 좋은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각막이식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비나 기술도 기증되는 눈이 없다면 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없겠지요. 외국의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만약 사망할 경우 안구를 기증하겠다는 확인을 운전면허증에 기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각막 기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각막기증은 5세부터 70세까지 누구나 가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살아계신 분의 눈은 절대로 기증할 수 없답니다. 생존시에는 절대 불가능하고 사망하셨을 때 가족의 동의 하에 기증을 하시면 됩니다. 근시나 난시 색맹 백내장 등의 안질환 유무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각막을 적출하는 방법이 매우 간단하므로 시신에는 전혀 훼손을 하지 않습니다.
기증절차는 아주 간단합니다. 유족들께서 협의하시고 기증하시고자 한다면 전화만 해주시면 됩니다. 가까운 안과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전화를 주시면 그곳에서 안과의사가 유족이 계신 곳으로 와서 안구를 적출하고 시신을 원래 상태로 복원한 후 돌아갑니다. 그 후에는 병원에서 수술대상자에게 전화하여 수술이 진행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안구이식, 혹은 각막이식과 적출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안구이식으로 흔히들 알고 계시지요. 따라서 눈 전체를 이식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고 다른 사람의 눈 전체를 이식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눈 전체를 이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눈 중에서도 안구의 제일 앞쪽에 있는 유리창처럼 투명한 부분인 검은 눈동자-각막이라고 부릅니다-만을 이식하는 것이지요. 즉 투명해야 될 검은 눈동자가 투명하지 못해서 시력을 잃으신 분들에게 그런 혼탁한 각막을 제거하고 투명한 각막으로 바꾸어 주는 수술이 각막이식수술입니다.
검은 눈동자만 적출한 상태 | 각막이식후 상태 |
그런데 이번 김추기경님의 경우 언론에 ‘안구적출술’을 시행했다고 보도되었지요. 각막만 이식하면 되는데 각막적출술이 아니고 왜 안구적출술을 시행했을까요? 이식 자체는 각막이란 조직만 하지만 이식을 위해서는 눈 전체를 적출한 다음에 멸균된 실험실에서 각막 즉 검은 눈동자 만을 적출하여 특수 용액에 보관한답니다. 그리고 남은 부분은 얼려서 필요한 질환에 사용하지요.
우리 김안과병원에서는 최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각막기증 및 이식 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병원은 각막기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3월경에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아무쪼록 이번 김추기경님의 각막기증을 계기로 원하는 모든 분들이 각막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각막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Comments List
우리나라 사람들이 냄비문화라고 하는 말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 줬던 부분이죠~~
예전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이 한참 할때는 기증자들이 줄을 섰던걸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방송이 종료되니 기증자도 확 줄었다고 하지요....
참 서글픈 현실입니다. 뚝배기처럼 은긴하게 꾸준하면 좋을텐데....
이번 김수환추기경님 선종을 계기로 다시금 뜨거워진 냄비열기가 좀 길게 가길 바랍니다.
냄비를 달굴만한 이슈가 계속 터져준다면 결과적으로는 계속 기증자들이 늘어나겠죠??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고 했습니다.
죽음 앞에서 구백냥이나 남에게 기증한다면 한 세상 다시사는것과 다름없다구 생각이 되네요...
저부터 오늘 각막기증에대하여 알아봐야 겠네요^^
좋은글, 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각막적출 시 안구전체를 적출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아직까지 각막이식에 대해 잘못된 정보(영화나 드라마가 가장 큰 원인인듯...)로 자신의 각막을 자녀에게 주고 싶다는 분들이 많으셔서...안됩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는데...
그 마음을 알기에 많이 안타까웠는데...이런 계기로 많은 분들이 각막이식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고
또 기증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각막이식 대기자가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어요....
사실 이런거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이 글을 보니 기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생각하게 만드네요...^^;;;
모르던 사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식한 질문일 듯하지만.. 라식 라섹 수술한 사람도 각막기증 할 수 있나요??
각막기증은 어느분이든 가능하답니다. 다만 눈의 상태에 따라서 수술로 다른 사람에게 빛을 줄수있는 눈이 있고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눈도 있답니다. 라섹을 했다고 해서 기증을 못하는 것은 아니고 위급한 눈에 사용될수있기때문에 기증하신 분의 숭고한 뜻을 소중하게 받아서 사용한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