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배님의 자녀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신랑의 어머님께서도 의대 교수님이시고 신랑은 우리나라 최고의 의대를 우등으로 졸업하였답니다.
거기에 하버드대학에 Neurology 전공으로 합격하였다니 진짜 '엄친아' 였습니다.
여의사이면서 진료하고 학회활동하고 여자의사회 활동도 하시고, 시어머니+친정어머니 두 분을 한 집에 모시고 사시는 그 선배님의 바쁜 생활을 쬐끔 알고 있는 저는 도대체 '엄마' 노릇은 또 언제, 어떻게 하신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 '엄친아' 아들은 혼자 공부한 것이 확실한데 말이지요...^^
요사이 '법륜'스님의 '엄마수업'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아이는 태어나면 엄마로부터 3년간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니 직장 보다는 육아가 우선이고 그렇게 키워야 안정된 아이로 자라난다- 대강 이런 중요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읽으면서 아~ 나의 두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전공의 2년차 때 첫째 아이를 갖고 바쁘게 지내던 저는 하혈을 했었습니다.
산부인과 선생님께서는 '진단서 해줄께요. 조금 쉬세요" 하셨지만 그때 제 생각은 '아이고 유산하면 했지 어떻게 감히 레지던트가 쉬어요.." 였지요. 다행히 큰 아들은 잘 버텨주었고 애기 낳는 토요일 오전까지 진료하고 오후에 분만실로 가서 출산하고 딱 4주 쉬고 다시 임무 복귀했습니다.
둘째도 딱 한 달 쉬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시어머니, 6촌 언니, 아줌마들의 손에 자랐습니다. 그땐 그래야 되고,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속에서 엄마의 '절대적인 관심과 정보력'이 부족한 제 아들들은 꽤 고생했습니다. (어제 결혼식의 주인공에게 미국 가기 전에 도대체 어떻게 '스스로 학습'이 된 것인지, 꼭 물어봐야 하는데..ㅋㅋ)
지금도 우리 후배 여자의사 선생님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올해도 결혼했고 아직 애기는 없는 여자선생님이 두 분이나 김안과에 들어오셨습니다.
'얼른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했지만 배가 부르면 수술 현미경 볼 때 참 힘들거든요. 또 출산휴가기간 동안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의사들의 어려움입니다.
'임시교사'는 들어보셨지만 '임시 의사선생님'은 못들어 보셨지요?
그렇다고 힘든 공부하느라 잠도 못 자고 힘든 수련기간을 거치고 전문의가 되기까지 진짜 노력했는데 '법륜'스님 말씀대로 한 3년을 쉬라고 해야 될까요? 그 사이에 둘째 낳으면 3+3=6년 까지 쉬게 되면..한 명의 의사가 되기까지 사회에 진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하는 것일까요? 아...'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가서 물어봐야겠습니다. ^^
여자의사도 남자의사들처럼 '군의관 갔다' 생각하고 3년을 쉬고 다시 시작하는 그런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3년 사이에 빨리 쌍둥이나 연년생을 2명을 낳고 출근해야 하겠지요?) 이제 의과대학에 거의 40~50%가 여학생이니까요.
암튼 그래도 잘 커준 아들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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