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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 경악! 안구 건조증을 이해하면 목욕탕을 훔쳐볼 수 있다고? 헉… ] – 한때 기타맨

낚이셨나요? ^^;;  요즘 인터넷에는 기사 제목에 “충격”, “경악”, “헉” 이 들어가 있어야 클릭수를 늘일 수 있다고 해서 한번 해봤습니다.
재미없다고요? ㅠㅠ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복귀했습니다. 저는 지난해 건양대학교 병원 안과 교수로 근무하였고, 올 3월부터 다시 김안과 망막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김안과에서 가까운 당산역 부근에 방을 얻었는데요, 한강 바로 앞이라서 철새들이 많이 날아다니네요. 안구정화 차원에서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부터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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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 옆 작은 바위섬 위에 모여있는 새들의 모습입니다. 방 안에서 유리창 몇 겹을 통해 보는 것이라 선명도가 좋지 않네요. 이 사진의 배율은 약 100배 입니다.>

저는 망막 질환을 주로 다루지만, 망막 환자들의 연령이 높다보니 안구 건조증을 함께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일년 중 가장 습도가 낮은 시기죠. 얼마나 습도가 낮은지 산불이 발생할 위험이 커서 설악산, 지리산 등 국립공원에는 3~5월 동안 공식적으로 입산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제로 취미를 접어야 하죠. 그래서 이 시기에 특히 어르신들이 안구 건조증에 의한 불편을 많이 호소하시는 겁니다.
그런데 안구 건조증 환자가 “아이구, 제 눈이 너무 건조해요” 라고 병원에 찾아오시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뿌옇게 보인다”, “침침하다”, “찌르는 듯 아프다”, “눈 속에 돌이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이 난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죠. 당연한 것이 이러한 증상들이 안구 건조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구가 건조하면 왜 뿌옇게 보이는 것일까요? 예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서 목욕탕 유리(간유리)를 통과해 보는 법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간유리는 한쪽 면이 거칠거칠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빛의 난굴절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불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목욕탕 안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게 되죠. 그런데 간유리의 거친 면을 인위적으로 매끄럽게 만들어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를테면 스카치테이프를 붙여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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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부위로는 손가락 개수가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뿌옇게 보이지만, 테이프를 붙인 부위를 통해서는 손가락의 형상까지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각막 표면도 간유리처럼 거칠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각막 뿐 아니라 우리의 몸은 작은세포가 모여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애당초 유리처럼 완벽하게 매끄러운 조직은 존재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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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그림은 전자현미경 사진을 바탕으로 각막의 미세 구조를 확대해 본 모식도 입니다. 각막 표면에 육각형 모양의 상피세포가 보이며, 그 안에 동그라미들은 세포핵입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각막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털가죽처럼 거칠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간유리처럼 빛이 난굴절을 일으켜 불투명하고 뿌옇게 보이겠지요. 그런데 실제 상피세포는 위의 그림처럼 공기중에 노출이 되어있지 않고 여러 층의 눈물막에 덮여져 있습니다. 바로 이 눈물막이 스카치테이프처럼 매끄러운 광학 표면을 만들어주게 되고, 비로소 각막의 투명성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럼 각막을 마른 헝겊으로 닦아 눈물막을 제거해보면 뿌옇게 될까요?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각막의 감각이 워낙 예민해서 헝겊을 갖다대면 순식간이 눈을 감게 되고 통증을 느끼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겠지요. 하지만 안과 수술중에 마취가 된 상태에서 각막에서 눈물을 닦아내면 바로 간유리처럼 뿌옇게 됩니다. 백내장 수술중에 각막이 마르면 눈 속이 보이지 않아 수술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옆에 조수가 앉아 계속해서 물을 뿌려주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럼 한가지 더, 안구 건조증은 왜 아플까요? 위의 그림에서 노란색으로 각막 세포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는 줄기 같은 것이 감각신경입니다. 이 신경은 평소에는 그림처럼 각막상피 최상층 및 눈물막의 보호를 받아 자극을 많이 받지 않지요. 그런데 눈이 마른 상태에서는 눈을 깜빡일 때 윤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각막상피세포가 쓸리면서 군데군데 미세하게 벗겨져 나가게 됩니다. 오래된 건물 외벽에서 타일이 떨어져 나가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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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떨어져나간 상피세포 밑의 신경말단이 노출되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되며 눈물이 참을 수 없이 줄줄 흐르는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물론 모든 안구 건조증 환자가 이정도까지 되지는 않지요. 건조증이 경한 경우에는 피로감, 이물감 등으로 나타나며, 앞에서 말씀드린 돌 굴러다니는 느낌도 흔한 증상입니다. 하지만 경증의 경우에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자, 저는 오늘 안구 건조증에서 뿌옇게 보이는 증상 및 통증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안구 건조증의 더 자세한 내용 및 중증이 되었을 때의 심각한 합병증 등에 대해서는 각막과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알려 주실거구요~ 아무튼 봄철에 눈 침침하신 분들, 수술해야 하는 백내장인지, 안약써야 하는 안구 건조증인지 김안과 내원하셔서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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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천문, 자동차, 여행, Rock guitar 를 한때 열심히 했던 망막과 의사입니다~
2014/03/27 16:51 2014/03/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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