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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옆방eye : 객원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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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임 30년을 맞아 얼마 전 개원기념식에서 표창도 받으시고, 병원에서 축하연도 해드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 글쎄요, 그냥 무덤덤합니다. 어쩌다, 그냥 있다 보니 세월이 그렇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에요. 다행히 그동안 이사장님이 잘 이끌어주시고, 동료의사들이 잘 도와주시고, 동료직원들이 뒷바라지를 잘해주셔서, 큰 탈없이 30년을 지낸 것 같습니다. 다 우리 김안과 가족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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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안과병원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 김안과 오기 전에 인제의대와 고려의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의대교수라는 자리가 들어가기가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교수를 해보니까 이 자리는 저보다 좀더 학구적이고, 열심히 연구하는 분들에게 양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가 1984년이었는데 당시 종로에서 개업을 하고 계시던 아버님(故 공인호 전 대한안과학회회장/서울의대 안과 주임교수)께 말씀을 드렸더니 허락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아버님 병원에서 같이 일할 만큼 환자가 많지도 않아 다른 곳을 알아봤는데, 당시 고려대 안과의국 선배님이신 이성택선생님, 김용태선생님이 모두 김안과에서 근무하고 계셔서, 기왕이면 선배들이 있는 병원이 났지 않을까 해서, 별로 고민 없이 김안과로 결정은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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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가고 싶다고 김안과에서 ‘어서 와라’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 테니 먼저 김안과에 가서 이성택선생님과 김용태선생님을 만나 뵙고 일단 선배님들께는 허락을 받고, 이성택선생님 통해서 원장님 면담을 부탁 드렸었습니다. 김희수원장님을 만나 뵈니 과연 주변정리가 제대로 된 상태에서 오려고 하는 것인지를 걱정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님도 알고 계시냐?”, “김정환교수님(당시 고대안과 주임교수님)도 알고 계시냐?”고 물어 보셨었지요.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무리해서 영입하기 보다는 같은 안과계의 다른 분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 김용태선생님이 3월1일(1984년)부터 근무해도 좋다고 연락을 해주셨습니다. 여담이지만 3월 1일은 삼일절이라, 김용태선생님한테 “선생님, 삼일절은 공휴일이니까, 3월2일부터 나가면 되겠네요”하고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이 사람아, 김안과는 365일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 삼일절도 정상근무야”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삼일절 아침에 출근하면서, 속으로는 “선배가 나보고 첫날부터 군기 잡으려고 겁주려는 거겠지, 공휴일인데 오전만 하던가 아니면 오후 서너 시 되면 끝나겠지”하고 출근했었는데, 웬걸 오후 6시까지 꼬박 정상근무를 하더군요. 그렇게 김안과에서의 첫 근무가 시작되었습니다.

* 대학병원도 아닌 병원에서 세부 분과진료를 시작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시 소아안과는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요?
▶ 1986년도에 현재 위치로 신축 이전하면서, 김희수원장님께서 안과도 차츰 더 세분화 진료를 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판단하시고, 먼저 김종우박사가 외래3층의 한쪽 파트에 망막과를 열고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극히 일부 대학병원만 분과진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가히 획기적인 행보였습니다. 원장님의 예상은 적중하여, 망막과 환자의 호응도 아주 좋고, 환자수도 많이 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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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원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사시과를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셔서 1987년부터 외래3층의 나머지 반에 사시과를 표방하고 진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어느 날 원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사시과를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셔서 1987년부터 외래3층의 나머지 반에 사시과를 표방하고 진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원장님의 예상이 적중해서 사시과도 저 혼자 보기에는 벅찰 정도로 환자수가 늘었지요.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 고대 의대 후배인 김명한 선생님이 제대를 하자마자 설득하여 우리 병원으로 오게 해 사시과 진료를 함께 했습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 김용란원장, 백승희, 김응수, 조명진 선생님 등 소아 사시안과에 5명의 전문의가 근무하는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 김안과병원에서 진료하시면서 가장 기억나는 환자가 있다면요?
▶ 오래 전 일이고, 요즘은 병원에 오지 않아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당시 4-5살 된 예쁜 여자아이가 기억이 납니다. 특이한 것은 이 아이가 외래에서 한번도 웃지를 않더군요. 알고 보니 아이 어머니 말씀이 어느 날 동네에서 놀다가 남자아이들이 사팔뜨기라고 놀려대서 울면서 들어왔었대요. 그 다음부터 밖에 나가 놀지도 않고, 웃음을 잃은 것 같다고 아기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그 얘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었지요. 다행히 수술결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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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이 아버지가 처음으로 환자를 데리고 오셔서, 요즘은 아기가 잘 놀고, 명랑해지고, 웃음을 되찾아서 감사의 말씀을 직접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하시더군요. 그 후에도 몇 년간 일년에 한두 번 검사 받으러 다녔고, 연말이면 고사리같은 손으로 쓴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왔었어요. 어느 해인가, 아빠사업 때문에 외국으로 나가신다고 몇 년 못 올 것 같다고, 환자 어머니가 말씀하신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 아마 10년도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아예 이민을 가신 건지, 소식이 없네요.

* 지난 30년 동안의 소아안과(사시/약시 포함)의 발전 정도는 어떤지요? 또 안과의사들의 소아안과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은데, 후배의사들에게 해주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 사시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기는 합니다만, 사시의 수술방법이나, 진단 방법 등은 다른 분야에 비하면 거의 답보상태입니다. 망막, 백내장 등 타 분야의 수술방법이나 수술 및 검사기구 등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하면 좀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 의료체계에서는, 의사들은 돈은 못 법니다, 앞으로 더 할거예요. 돈 벌려면 아예 의사 말고 다른 직업을 택하세요. 그런데 애들의 해맑은 웃음과 지내다 보면 30년이 후딱 갑디다. 세월 가는 줄 모르게 하루하루 진료 보는 게 즐거워요.

* 사시, 약시 어린이를 둔 부모들에게 들려주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 언제나 같은 얘기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 조기치료이고 특히 약시치료는 장기간 열심히 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환자의 협조는 물론이지만 부모님의 관심과 이해, 협조도 필수적입니다.
끈기와 노력 없이는 약시치료는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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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 놀지도 않고, 웃음을 잃은 것 같다고 아기 어머니가 울먹이며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그 얘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었지요. 다행히 수술결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 혹시 즐기시는 취미생활이 있으신지요?
▶ 전에는 낚시를 했었는데, 낚시 인구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서울근교에는 한가하게 혼자 앉아 한잔 하면서 조용히 낚싯대 드리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아예 없어요. 전에는 큰형님과 자주 다녔었는데 형님이 편찮으신 다음부터 아예 다니지를 못했지요. 이젠 그나마 형님도 올 봄에 돌아가셔서, 아마도 더 이상 낚시 다니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컴퓨터인데, 여러 가지 그래픽프로그램, 유틸리티프로그램들을 써보면 나름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가끔 컴퓨터게임도 해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있어요. 작년에 디아블로3라고 신작이 나왔는데, 꽤 재밌어요. 아마 제 나이에 디아블로3 한다면 믿지 않을 사람도 많을 거예요. 다만 컴퓨터게임의 특성상 한번 시작하면 1-2시간은 금세 지나버려 너무 시간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요즘은 잠시 접어두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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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밖에 더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은?
▶ 서비스업에서 내부고객, 외부고객이라는 소리를 합니다. 이것은 우리 김안과병원 모든 직원들에게도 각각 해당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인 외의 다른 직원들은 모두 내부고객입니다. 직책상 아니면 업무상 하는 일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아랫사람도 집에서는 어느 집의 귀한 아들, 아니면 귀한 딸, 아니면 한집의 가장, 아니면 사랑스러운 어머니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 인격을 존중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자연히 온 직원이 가족처럼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Δ 김안과병원 옆집eye

2014/09/29 12:33 2014/09/29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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