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안과병원 성형안과센터 전문의 백지선입니다.
오늘은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들 진료를 보면서 느낀 점들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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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정할 때도 소아과는 아이들을 진료하는 분야여서 배제를 했었어요. 안과를 선택할 때는 크게 생각을 안 했던 부분이지만, 안과에도 소아안과라는 파트가 있고 아이들에게도 눈에 질병이 생길 수 있어서 아이 진료를 안 할 수는 없었지요. 게다가 제가 전공한 성형안과는 아이들의 눈물질환, 눈꺼풀 질환을 진료하는 파트라서 아이들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진료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더군요. 특히 제 아이와 또래인 아이들에게는 더 관심이 갑니다. 아이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세극등현미경에 앉아서 진료를 보고 진료실을 나서기까지 하나 하나가 신경이 쓰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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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진료실에는 여러 가지 장비가 많아서 아이가 움직이다가 다치지는 않을 지, 세극등현미경으로 검사하는 것이 아이에게 무섭지는 않을 지, 진료시간까지 기다리다 보면 아이가 지친 것은 아닌지 (특히 비예약 환자들과 금식시간이 필요한 검사를 할 때에는 더 걱정이 됩니다) 등 진료와 관련된 것부터 아기 옷 차림, 아기가 가지고 들어오는 장난감 및 아기 용품 등 사소한 것들까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떻게 하면 진료를 할 때 관심을 끌어서 집중을 잘 하고 아이가 울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이전보다 조금 더 알아가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마스크를 쓰고 진료를 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겁을 먹고 무서워할까 걱정되어 마스크를 미리 벗고 아이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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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엄마가 되어보니 병원에 내원하는 엄마들의 입장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설명이라도 어떻게 말하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보듬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고 치료에 대해 생각할 때도 교과서적인 내용보다는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방법일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아봐야 엄마 입장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엄마가 되면서 저도 한 뼘 더 성장한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