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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이야기(12): '녹내장 수술 어떻게 하나요? - 섬유주절제술'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점 약해지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입니다. 녹내장이 생기고 악화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시신경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안압(눈의 압력)입니다. 따라서 녹내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안압을 잘 조절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녹내장의 치료 원칙

안압을 낮추는 방법은 크게 약물 치료, 레이저 치료, 수술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의 경우, 안압을 주로 결정하는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유출을 증가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여러 가지 안약을 하루에 한 두 번 점안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녹내장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약물 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여러 가지 성분의 약물을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그래도 충분히 안압 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레이저나 수술치료를 시행합니다. 레이저의 경우, 동공차단에 의한 급성폐쇄각처럼 일부 녹내장에서 효과적이지만 효과가 적은 경우도 많아서 사용범위가 제한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섬유주절제술이 필요한 경우

녹내장이 발견된 경우, 일차적으로 가장 먼저 선택되는 치료는 안약을 이용한 약물치료입니다. 그 이유는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효과적인 안압 하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환자의 경우, 약물과 관련된 충혈이나 가려움, 눈꺼풀 변화 등의 부작용으로 약물을 사용하기 어렵고, 약물 만으로 효과적인 안압하강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약물 사용을 최소화 하거나 추가 안압 하강 효과를 위해 녹내장 수술을 시행하게 됩니다. 녹내장 수술 중 가장 널리 시행되는 것은 섬유주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입니다. 섬유주절제술은 눈 속의 모양체에서 만들어진 방수가 빠져나가는 섬유주의 일부를 절제하여 방수가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서 안압을 낮추어주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방수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를 전방이나 유리체에 삽입하여 방수유출을 유도, 안압을 하강시키는 방법입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두 수술의 안압 하강 효과는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두 가지 수술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각 환자의 눈 상태, 수술자의 선호도 등에 따라 결정되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차 수술로는 섬유주절제술이 선택되는데 그 이유는 향후 안압이 다시 상승하더라도 추가 시술이나 재수술이 방수유출장치 삽입술보다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녹내장 수술 중에서 섬유주절제술 위주로 살펴보겠습니다.
(혹시나 수술 장면이 거슬릴 수도 있어서 이 글에는 수술 사진을 제외 했습니다. 수술 장면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녹내장 수술 이해하기’라는 동영상 자료 참고 부탁 드립니다. https://youtu.be/MJXy1ESkKM4)


섬유주절제술의 원리 및 절차

섬유주절제술의 원리는 방수가 섬유주의 절제부위를 따라 흘러나와 결막(흰동자) 아래의 공간을 통해 지하수처럼 배출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때 방수의 유출경로는 전방, 절제된 섬유주, 공막편 가장자리, 결막 아래 공간의 순서가 됩니다. 결막 아래에 방수가 적절히 흘러가게 되면 여과포(물주머니)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수술 후 여과포의 기능이 얼마나 잘 유지되는지가 수술 후 안압 조절의 성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섬유주절제술은 대부분 위쪽 결막에 시행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래쪽에 비해서 안압 조절이 편리하고 감염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1. 마취

대부분의 경우, 국소마취로 진행하게 됩니다. 국소마취는 크게 점안마취와 안구 내 마취제 주사가 있는데, 섬유주절제술 시에는 점안마취 만으로는 마취 효과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수술 직전에 눈 속의 결막 아래 공간이나, 테논낭 속이나, 안구 뒤쪽에 마취제를 주사하는 방법이 가장 널리 이용됩니다. 주사가 약간 따끔하지만 그래도 수술 중에 계속 아픈 것보다는 훨씬 낫고, 다행히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마취 과정을 잘 참아주시기 때문에, 마취에 관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소마취로 수술 하는 경우, 대화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혹시나 마취를 했어도 수술 중에 아프시다면 수술하는 선생님에게 말씀 주시면 마취약을 추가로 아픈 부위에 더 주사할 수 있습니다.


2. 고삐실 걸기

위쪽 결막의 수술부위를 충분히 노출하고 눈이 갑자기 많이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안구를 아래쪽으로 회전시켜서 고정하는 방법으로 고삐실 걸기가 사용됩니다. 고삐실은 여러 종류의 봉합사를 이용하며, 상직근이나 각막윤부경계 앞의 각막에 바늘을 통과시킵니다. 상직근에 고삐실을 걸 경우, 결막하출혈의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주로 각막에 고삐실을 걸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에는 눈꺼풀은 눈을 벌리는 기구로, 안구는 실을 걸어서 고정되어 있는 상태라 눈을 움직이는 것에 관해서는 환자분이 크게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3. 결막 절개

결막 아래로 방수가 지하수처럼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 우선 결막을 절개해야 합니다. 상수도 공사를 위해서 땅을 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결막 절개는 크게 각막윤부(검은동자)쪽 절개와 원개부쪽(윗눈썹쪽) 절개로 나눌 수 있다. 두 방법의 수술 결과는 큰 차이가 없어 수술하는 선생님의 선호도에 따라 절개 방향이 결정되는데 최근에는 각막윤부쪽 절개가 수술부위 시야 확보에 유리해서 더 선호되고 있습니다. 각막윤부쪽 절개의 경우, 각막윤부 혹은 윤부에서 1-2 mm 정도 뒤쪽에 가로 길이 6-9 mm 정도 결막을 절개하고, 여과포가 만들어질 부분의 테논낭을 상공막으로부터 박리하여 물이 흘러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이 때, 결막이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특히, 결막이 약한 분들은 조금만 결막을 세게 잡으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버리기 쉽습니다. 혹시나 결막이 찢어져버리면 나중에 물이 그쪽으로 세어 나오게 되어서 안압이 너무 낮아 지거나 틈새로 세균이 들어가서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결막 아래쪽에서 피가 나면 물이 지나가는 길이 잘 막히기 때문에 가느다란 전기응고 도구를 이용해서 피가 나는 부위에 섬세하게 지혈을 하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4. 공막편 만들기

주전자에 뚜껑이 없다면 주전자를 기울였을 때, 물이 갑자기 확 나오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눈 속에서 물이 나오는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주전자 뚜껑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공막편입니다. 말 그대로 공막의 일부분을 잘라서(한자로 ‘조각 편’) 주전자 뚜껑처럼 물이 나오는 부분을 덮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섬유주절제술 중에 만드는 공막편의 크기나 모양은 수술하는 선생님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합니다 대부분 한 변의 길이가 3-4 mm 정도 되는 정사각형, 직사각형, 사다리꼴, 삼각형, 타원형 등의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공막편의 두께가 얇을수록 더 많은 안압하강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전체 공막 두께의 1/2에서 1/3 정도 두께의 공막편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각 눈의 상태에 따라서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물이 흘러나갈지 미리 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공막편의 모양, 위치, 두께 등을 결정하게 됩니다.


5. 마이토마이신 처리

녹내장 수술 후 결과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방수가 지나가는 자리의 섬유화 정도입니다.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새로운 살이 자라나서 상처가 있던 부분을 메우는 것처럼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길은 시간이 지나면 섬유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막히려고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만약 수술 후에 지나치게 섬유화가 빨리, 심하게 진행된다면 제대로 여과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섬유화 조직으로 방수유출로가 막혀 버려서 안압이 높아지고, 반대로 섬유화가 너무 저하된다면 수술 부위에 물이 세어 나가게 되어서 안압이 너무 낮거나 감염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술 부위의 섬유화를 적절히 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이토마이신이라는 약품을 적신 종이나 스폰지를 방수가 지나갈 자리, 즉 여과포가 만들어질 자리에 일정 시간 두어서 그 부위의 섬유화를 억제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이토마이신의 농도는 0.02에서 0.04%가 사용되고, 접촉 시간은 2분에서 4분 정도로 눈 상태와 수술자의 선호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6. 섬유주절제 및 홍채절제

방수가 전방에서 공막편으로 나올 수 있게 공막편 바로 앞쪽에 있는 섬유주라는 부분에 조그만 구멍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수술의 이름이 ‘섬유주절제술’입니다. 섬유주를 자를 때에는 눈 상태에 따라서 구멍의 크기나 위치를 다양하게 조절하게 됩니다. 구멍을 낸 부위 바로 아래에는 홍채가 있는데 홍채가 구멍에 끼이게 되면 방수 유출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섬유주 절제 부위 바로 아래에 있는 홍채를 일부 절제합니다. 섬유주 절제 부위와 홍채 사이의 거리가 충분할 경우에는 홍채절제를 생략하기도 합니다.
 

7. 공막편 봉합

봉합을 하지 않은 상태의 공막편은 방수에 큰 저항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방수가 너무 많이 유출되어서 저안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치 주전자 뚜껑이 반쯤 닫힌 상태와 같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방수 유출을 위한 저항을 유도하기 위해 공막편에 봉합을 시행합니다. 이 때 봉합을 얼마나 세게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하는지에 따라 방수유출의 정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봉합은 대부분 가느다란 실을 이용하여 1개에서 5개 정도 시행하게 됩니다. 이게 말은 쉬운데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실로 조금만 더 약하거나 세게 봉합해도 방수가 나오는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술하는 선생님의 감(경험)에 따라 조절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정확하게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수술 후에 공막편을 통한 방수유출이 충분하지 않아 안압이 예상보다 높을 때에는 레이저로 공막편 봉합사를 일부 끊어서 방수가 더 잘 나가게 하고, 방수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흘러나갈 때에는 수술 부위에 추가로 봉합을 하게 됩니다.


8. 결막 봉합

전방에서 섬유주 절제 부위와 공막편을 통해서 빠져 나온 방수가 눈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고, 결막 아래 공간으로 빠져 나가서 여과포를 형성하게 하기 위해서 물이 세지 않도록 결막을 잘 봉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막 봉합은 수술하는 선생님의 선호도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행 가능합니다. 혹시나 결막이 약하거나 예전에 안과 수술을 받았던 눈의 경우, 결막을 물이 세지 않게 봉합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전체 녹내장 수술 중 결막 봉합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막을 봉합해놓은 실은 어느 정도 매듭이 튀어나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 눈에 뭔가 들어있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결막 봉합사는 수술 후 상황에 따라 그냥 두기도 하고, 제거하기도 합니다.


수술 후 관리

섬유주절제술은 수술 못지 않게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합니다. 수술 중 계획했던 방수유출 정도 및 목표 안압과 수술 후 실제 안압이 다른 경우가 많고, 수술 직후에는 예상대로 안압이 유지되었다 하더라도 수술 부위에 새살이 돋아 나면서 물길이 막혀서 안압이 다시 오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수술 후에는 대부분의 경우, 원래 쓰던 안압 조절하는 안약은 우선 중단하고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기지 않게 항생제 및 항염증제(스테로이드) 안약을 몇 주에서 몇 달간 사용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스테로이드를 쓰면 안압 올라갈 수 있다는데 괜찮은가요?’라고 궁금해하시는데, 녹내장 수술 후에는 오히려 스테로이드를 열심히 사용해야 수술 부위가 잘 막히지 않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잘 쓰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나 수술 후에도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수술부위에 추가로 손을 보거나 다른 부위에 새로 녹내장 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Writer profile
녹내장과 베토벤을 사랑하는 안과의사
2019/03/06 11:34 2019/03/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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