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시는 환자 분들이 가지시는 어려움 중에 하나가 의사와의 대화가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인이 호소하는 어려움을 못 알아준다는 점과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 한다는 점,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겠다는 점... 등등이 제가 생각하는 환자분들의 불편한 점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의사들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환자 분들과 만나야 하는 점, 길게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수술이나 기타 치료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설명드리지 못하는 점 등등 입니다.
어쩔 때는 서로 다른 생각과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 할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 응, 전철타고 왔어"
" 아니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고요?"
"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 네, 여기는 안과 잖아요. 안과에는 어떻게 오셨어요?"
" 눈이 안 좋아서 왔지?"
" 네, 눈이 어떻게 불편신데요?"
" 응, 잘 안봬"
한편 치료를 받은 후에도 관심사는 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항체 주사 치료를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주사 치료 전에는 주 관심사가 시력이 좋아질지 아니면 같을지 확률적으로 어떨지 합병증은 없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주사치료 후 다시 방문을 하시면 이런 상황이 됩니다.
" 뭐, 그냥 계속 똑같아, 가렵고 눈물나고 시리고..."
" 네, 그것은 대부분 건조증 때문이고 눈속 병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예요"
" 응, 안 가렵게 약 좀 줘봐"
" 네, 보이시는 것은 어떻세요? "
" 뭐, 그냥 비슷한데.."
" 시력이 전에는 0.1 이셨는데 맞고나서 0.5 정도인데 비슷하세요?"
" 응, 좀 나을때도 있는 것 같아"
사실 이런 반응을 보이시면 전에는 살짝 기분이 안 좋기도 했습니다. 많이 좋아지셨는데도 그냥 그렇다고 이야기 하시면 맥이 좀 빠지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을 좀 바꾸었습니다. 다른 불편한 증상이 생겼다는 것은 원래의 관심사 즉, 시력이 떨어졌던 것은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었구나 하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같은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가 되더군요. 잘보이는 데 왜 안보인다고 하시냐고 이렇게 이야기 드리면 서로 기분도 안좋고 대화도 안되겠죠?
의사들도 듣고 싶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환자분들도 듣고 하시는 말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치료에 Secrets이기도 하구요. ^^
Comments List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꼭 ! 이렇게 물어봅니다. " 눈.이. 어.떻.게. .불.편.하세요? " 라고요. 그러면 훨씬 중요한 대화를 이어가기 좋답니다... 암튼 3분혹은 5분의 진료가 되더라도 그 짧은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 환자분한테 집중하려고 노력해야 겠지요. 우리 모두 홧팅! ~ 대화가 필요해~
네 여러분들이 그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눈이 어떻게 불편해서 오셨어요 라고 여쭤봐야 한다구요. ^^
Secrets은 도서관에 기증해 놨습니다. ^^
읽어보세요.
아...ㅇ_ㅇ
음식배달오신분에게 어서오세요~ 이런거랑 비슷한거네요 ㅇ_ㅇ..
의사들도 그런말 듣고싶어하는거였군요 ㅜ_ㅜ..
저도 눈은 안좋은편이에요 시력도 나쁘구요..
다음에 안과가면 좋아졌어요! 꼭 써야겠네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
예전에 원장님도 비슷한 말씀 하셨는데 환자분이 안좋을때 가장 가슴 아픈 분은 본인이고 그 다음이 치료하는 의사라고요.
좋을 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가장 기쁜 사람이 환자분 본인이고 두번째가 치료하는 의사일꺼라 생각합니다. ^^
외국에서 일하는 의료인입니다. 문진(subjuctive assessment)는 10분정도를 사용합니다. 물어야할 질문들도 이미 대학에서 모두 배우고, 매학기 시험칠때마다, Model앞에서 매번 정해진 질문을 묻게 되있습니다. 그렇게 하지않고서 올바른 objective assessment로 범위를 줄여갈수 없다고 보기때문입니다. 저도
한국에서 자란지라 2-3분도 안걸리는 의사와의 대화에대해서도 익숙히 알고 있습니다. 이것저것을 경험
해본저로서는 결론적으로 문진은 최소한 5-10분, 수련과정에서 교육받은 질문들로 꼭 채워져야한다고 본디다. 그리고 "좋아졌어요"란 말 누구나 듣고싶어하지만, 그말을 조금이라도 유도해서 듣게된다면
올바른 치료를 흐리는 방향이 될것입니다. 객관적인 history taking과 follow up이 보다더 중요합니다.
서로 형편과 처한 상황이 다름을 알지만, 실례무릅쓰고 몇마디 적어봤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문진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의사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요. 아무리 시간에 쪼달리는 한국의료현실에서도 훌륭히 문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많을 거라 생각하고요.
선생님의 말씀은 잘 이해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긍정적인 생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고요.
그리고 제글의 요지는 마지막 줄에 요약되어 있죠.
"Secrets"
그나저나 미국에서 의사생활하시는 선생님이 부럽기도 하네요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한정일선생님 글에는 묘한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_^
아이고 ~~ 무슨 과찬의 말씀을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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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선생님을 이해하는 데에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됬다면 정말 기쁜 일입니다. ^^
선생님~ 닥블 오프라인 모임을 이번주말에 하려고 합니다. 혹시 시간되시면 참석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김성주원장님이시나 다른 선생님들도 참석가능하십니다. :)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장소 정해지면 다시 연락주세요. ^^
미국 드라마 하우스를 우연히 보았는데, 환자들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동료와 갈등도 생기고, 서로 설득으로 풀려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면 그 큰 힘이 환자에게도 전달될 듯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기적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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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되도록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사람에게 최대한 기쁨을 줄수있도록 대처하고
노력하는 의사님이야 말로 진정 사람을 돌볼줄 아시는 Dr. 입니다!
감사합니다. 늘 노력하여 많은 분들께 기쁨을 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