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고민을 하던 중에 손상된 각막을 투명하게 보이도록 할 기구가 필요했습니다.
조성원 선생님께서 중요한 조언을 해주셨죠. Eckardt lens 라는 임시로 각막의 기능을 대신 할 수 있는 기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못에 의한 상처의 직경이 약 4mm 정도였는데 Eckardt lens는 직경이 7mm로 적당하였고 이 렌즈를 이용하여 수술에 도전해 볼 수 있었습니다.
버섯 모양으로 생긴 이 렌즈의 아랫부분은 임시로 절개한 각막에 고정시키고 버섯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각막 위쪽에 위치 시켜 바깥쪽에서 눈의 안쪽을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각막이식때 처럼 혼탁된 각막을 떼어내고 Eckardt 렌즈를 고정하였습니다.
렌즈를 고정하고 나니 안구 속을 잘 볼 수 있었죠. 터진 수정체 조각들을 제거하고 혼탁된 유리체도 흡입하였습니다. 못이 들어가면서 눈썹이 같이 눈속으로 들어가 있어서 눈썹도 2개나 제거를 했습니다.
유리체를 모두 없애고 나니 생각보다 망막의 손상은 심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안구내 염증이 발생한 경우 시행하는 유리체 수술에서 인공수정체 삽입은 잘 시행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염증 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나중에 시행해도 크게는 무방하기 떄문이죠.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경과가 좋다면 각막이식술을 받을 기회가 생길 것이고 인공수정체를 지금 삽입해 주면 각막이식술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인공수정체도 삽입해 주었습니다.
인공수정체 삽입후 Eckardt 렌즈는 제거하고 원래의 혼탁된 각막을 다시 각막에 고정해 주었습니다.
여전히 눈은 혼탁된 각막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요.
그 후 다행히 눈속의 염증은 잘 조절되었고, 약 2달간의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각막이식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외국에서 수입각막으로 각막이식을 받았고 시력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실명의 위기는 넘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지만요.
의과대학을 다닐 때 내가 만일 암에 걸린다면 이 힘든 치료를 어떻게 받아 하고 생각하며 내가 앞으로 암에 걸린다면 그냥 치료 받지 않고 죽을 거야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치료의 고통스런 시간들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 일수록 치료 후에 어떻게 될지 예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지요.
치료에 어려움이라면 암이란 큰 산이 있고, 그 중 흔히 알고 계시는 백혈병이 있습니다. 백혈병의 예를 들어보면 백혈병의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일부는 항암요법 만으로도 치료 확률이 80% 이상으로 올라갔고, 나머지 종류들도 과거에 비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고 합니다. TV 속 주인공들이 백혈병에 걸리면 모두 안타까운 운명을 맞았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죠.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희망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은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분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력 후 그 좋은 결과는 우리 모두 것이 될 것이고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치료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겠지요?
오늘도 우리 모두 화이팅 해 볼까요.!!
Comments List
삽화 그림에 도움을 준 최수인 학생에게 감사드립니다. ^^
지난번 눈을 바늘로 찌르면.... 글에서 사진이 징그럽다 해서 그림으로 대체하신건가요??
ㅎㅎ 블로그에 많은 정성을 쓰시는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싸이판님 화이팅!!
네 그래서 그림으로 준비했는데...
방학을 맞아 의국사무실에서 수고하는 있는 최수인 학생의 도움을 받았죠. ^^ 그림에는 소질이 없어서 담에는 이런거 없어요. ㅎㅎ
그래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뜻밖의 방법이 떠올라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란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항상 공부를 해야겠죠?
에구, 에구... 도대체 언제까지 공부를 해야하는 건 지... ㅎㅎㅎ
네 선생님. 모든 환자들이 좋아지는 그 날까지 열심히 노력해야 겠습니다. ^^
이런 수술 하시고 잘 회복되는 환자를 지켜보시면서 많이 뿌듯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쉽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치료와 수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대학병원에 계신 선생님들만의 특권(?)이자 사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BS의 '명의'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가끔 드는 생각인데요, 개인병원 선생님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환자를 위하여 열심히 공부&연구하고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야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오말럽님께서 이렇게 이해해 주시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운 상황에서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늘 희망이 있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보여지는 모습이 부끄럽게 생각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별로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치료라는 것이 희망을 품고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을 뿐 이고요.
어쨰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믿고있는 환자의 손을 끝까지 놓지않으시고 항상 긍정의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시는 한선생님의 모습에 좋은영향 많이 받고있습니다.
오늘도 흥미진진하게 글잘보고 갑니다.^^
정말정말 부끄럽습니다.
다음에는 좀더 편안한 내용으로 만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