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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간호사들의 수다
 9/4일 병원간호사회 주최로 서울대병원 임상의학 연구소 대강당에서
간호용품 아이디어 경진대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간호부도 이미 개발한 PRONE 베개(엎드리는 데 사용하는 베개)를 공모에 접수한 결과
72건의 아이디어 중 8위 안에 들어 공모작을 발표코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소풍 전 날의 아이처럼 마음 가득 설렘을 안고 일찍 도착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포스터를 붙였습니다. 여기저기를 둘러봤지만 우리 포스터가 제일 멋져 보이더군요.>.<
(포스터를 잘 만들어 주신 홍보실 선생님 ㄳㄳ (ㅡ.ㅡV)(__))
열심히 들여다 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아 저희는 뿌듯해졌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과전문병원인 저희 병원엔 많은 분들이 망막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합니다.
환자들은 수술 방법에 따라 수술 후 자세가 정해지는 데 대부분은
반듯하게 눕는 자세, 앉아있는 자세, 엎드리는 자세 중의 하나로 정해져
침상안정을 하게 됩니다.

 입원 환자분들은 다른 분들이 여러 자세로 있는 것을 보며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혹시 저도 수술 후에 엎드려야 하나요?

너무 힘들어 보여요.

제발 엎드리는 자세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부학적으로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엎드려야만
가스나 실리콘기름이 위로 뜨면서 떨어진 망막을 붙여주게 되는 거죠.
떨어진 망막을 붙이기 위해 엎드리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정말 중요한 일이겠죠?

 수술이 끝나자마자 엎드리는 자세를 유지하여 화장실 가거나 식사할 때를 제외한
잘 때도 꼭!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수술 후 교육을 합니다.
이젠 환자들은 엎드리는 것과의 한 판 숭부가 벌어집니다.
"목과 어깨가 쑤셔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

"세상살다 이리도 힘든 것은 처음 봤어요."

"무슨 이런 벌이 다 있는지 모르겠네..."

등등 많은 힘겨운 말들이 쏟아집니다.
저희 간호사들은 그런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등과 목을 잠깐씩 쓰다듬거나 주물러 드리면서
격려도 해보고, 파스를 붙여 준다거나 찜질기도 사용해보지만...
힘겨운 것은 여전합니다.
 하루 이틀..잠시만이 아닌 눈에서 가스가 자연스레 빠지는 2~3주동안
계속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 하니 환자들은 겁에 질리실 만도 할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환자들은 엎드리는 데 다른 도움없이 엎드리거나 도넛베게를 많이
이용해 왔는데, 호흡유지가 어렵고 자세유지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런 힘겨움에 도움이 되고자 고안된 것이 바로 PRONE베개입니다.

초창기엔 베개에 얼굴을 대는 부분이 크다, 작다.
재질이 딱딱하다, 턱쪽이 아프다, 땀이 찬다.
베개가 너무 높다, 공기순환을 더 좋게 해야한다. 등등
수차례의 수정과 보완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짝짝짝~!!)

  엎드리는 엎드리는 얘기가 나왔으니 가스 주입술을 받으신 분의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게요.
저희 병원은 제주도에서 오셔서 가스 주입술을 받는 분들이 많으신 데 수술 후에도
비행기를 타면 고공에서 가스팽창으로 눈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배를 타고 가도록 합니다.
물론 일주일 후의 경과 관찰을 위해 외래를 방문하실 때도 배로 오셔야 한다고 설명하지요.

 하지만, 배를 이용해 제주도에서 서울을 왔다가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인천에서 제주도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저녁 7시 배를 타면 다음날 5시쯤 도착한다나요ㅡㅡ;;)
그것마저 일주일에 배가 두 번밖에 출발하는 게 없어
목포까지 내려가 다시 배를 타고 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얼마 전 퇴원한 한 환자분은 배편이 얼마나 힘드셨는지
요즘 생긴 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한다 하여 눈에 충격이 덜 가겠지 하는 생각에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하시어 저희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능력으로 할 수 만 있다면 아파트 한 채 병원 옆에 두어 일주일 정도 이용하도록 하고,
우리병원이 제주도에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환자에 대한 관심, 환자의 안전, 일의 효율성 등을 생각하면서
꾸준히 생각하고 일하고,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더 좋은 개발품들이 탄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안과병원의 많은 아이디어 용품들을 기대해보며
이만 물러갑니다.


참, 경진대회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구요?
장려상을 수상했답니다.
축하해 주실거죠? ^^^*
2008/09/24 15:41 2008/09/24 15:41
건망증선생

베게만들기 시작한지 벌써 몇년되더니 드디어 한건 (?) 하셨네요.
수고많으셨습니다.
다음으로 환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아이디어 공모하세요. ^ ^

I'm 유고걸 ^^

완전 축하합니다^^

원츄

그 베게 구매할순 없나요?ㅠㅠㅠ

동네건달

꼭 필요하시다면 저희 병원 방문하셔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꽃분아빠

어머니께서 황반원공으로 수술을 하셨는데, 이 베개 사고 싶습니다.
살 수 있는 절차 좀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포항에 살구요. 메일주소는 virtuor@naver.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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