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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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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하는 수술이지만 책보고 열심히 해드릴께요!!"


이런 말씀을 듣고 수술할 환자분은 없으시겠지요. ^^ 하지만 날 때부터 의사가 아닌 다음에야 처음하는  수술이 없으리라 생각하시는 것도 당연하죠. 그럼 의사들은 어떻게 수술을 배울까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 흔히 말하는 여러 명의 마루타를 희생시키고 나서야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될까요?


얼마전 종영한 지붕뚫고 하이킥에 "키스를 글로 배웠습니다." 라는 재미있는 애피소드가 있었죠. 오현경의 어설픈 키스신이 웃음을 선사했죠. 키스를 어떻게 배워야 할까? 생각하는 것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무엇을 꼭 책을 통해야 배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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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과정이 그런것 같습니다. 실패와 좌절을 통해 하나하나 느끼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그런 과정을 반복해 나간다면 그 또한 발전없는 제자리에 머무는 그런 사람이 되겠지요. 개인적으로 너무 오랬동안 글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 했던 저로서는 그래서 더 어려웠던 적이 많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배운다고 하던데.... 저는 지혜로운 사람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의사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의사면허, 전문의 면허를 가지고 나서도 여전히 처음하는 그 무엇인가들이 있죠. 책에 나와 있는 것을 한다면 오히려 주위에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큰 두려움없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첨단에 서있는 선생님들이라면 혼자라는 외로움과 어려움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처음하는 수술이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오히려 첨단에 계신 선생님일 경우가 많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에도 없는 것을 하시는 분들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요즘 논란에 중심에 서계신 송명근 선생님도 그런 경우인 것 같구요.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의사들은 어떻게 배우게 될까? 전공의를 하게 되면 책에 있는 수술들을 하시는 선생님들 밑에서 일하게 되죠. 자잔한 허드렛일 부터 수술에 같이 참여하여 여러가지 책에는 없는 내용들을 같이 경험해 갑니다. 그러면서 아주 작은 사소한 문제 부터 중요한 문제까지 신경써야 할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경험을 쌓아나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수술을 할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이르게 되죠. 현실적으로는 전문의를 획득하고 나서도 전임의라는 이름으로 세부 전공을 또 공부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 수술 했던 분이 기억이 나네요.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지만 해주신 한마디 말씀 때문에 오랜 기억으로 남게 되었네요.

"왜 이렇게 회복기간이 긴거요? 아직도 너무 불편해요"
"네, 아직 각막이 좀 부어 있으셔서요. 조금만 더 있으시면 좋아지실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빨리 회복도 되고 그러는 것 같던데, 나는 왜 이런거지?"
"네, 걱정마세요. 회복기간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좀 지나시면 똑같이 좋아지실거예요"
"내가 보기에는 선생님이 경험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아들을 셋을 키웠는데 우리 아들들도 어디서 처음 뭐 할때 고생 많이  했을 것 같아서 아들들 생각해서 내가 좀 더 기다려보오"
"네, 제가 잘 봐드릴께요. "

그러고 나서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많이 회복되어 시력은 잘 나오셔서 나중에 웃으시며 병원에 다니셨습니다. 그러면서 제 수술도 조금씩 나아져 갔던 것 같습니다.


살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일들은 직업적으로 하는 일 말고도 너무 너무 많겠죠. 알고 싶어하고 관심있어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다음에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질 것 같습니다. 글로 배우기만 좋아했던 저로서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순간들은 언제나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는 다시는 같은 실수는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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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수는 없어야겠죠~^^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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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과 전문의 한정일 입니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살을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봅시다. 아자..
2010/03/31 12:26 2010/03/31 12:26
신작로옆코스모스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진솔해서 읽을수록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누군가의 경험.... 책이되고.... 또 논문이 되고 .... 선생님이야 말로 진정 첨단에 계신 분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ㅎㅎㅎ

싸이판

네 신작로옆코스모스 님. 김안과병원에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한 두분 이신가요. ^^ 저야 감사드리지만요. ^^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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