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니시는 환자 분들을 보면 이렇게 치료하면 완치가 되냐고 많이들 물어보십니다.
흔하게는 망막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이라는 병이 있는데, 보통 구멍에 의해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가 생기지 않았다면 간단한 레이져로 치료는 종결됩니다. 구멍이 생긴 주위를 레이져로 단단하게 유착을 시켜 망막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때 레이져 치료 후에도 구멍은 남아있게 되고 구멍이 생기면서 약간의 출혈이나 다른 세포들이 떨어져 나와 부유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을 느낄 수도 있어 비문증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런 비문증의 치료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경우에 생기기 때문에 더 이상의 조치는 잘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치료는 끝났지만 흔적은 남아 언제 다시 망막을 보더라도 정상적인 상태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요.
예전에 제가 글을 썻던 중심성 망막염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우리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여 망막의 펌프기능을 하는 세포가 약해져서 망막아래 물이 고이는 질환입니다. 많은 경우는 저절로 좋아져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좋아집니다. 좋아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데 짧게는 1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계속 반복되고, 처음 고인 물이 빠지지 않아서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고인 물이 다 빠지더라도 펌프기능을 하는 망막색소상피에 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망막의 모습도 조금 바뀌고, 이로 인해 불편한 증상들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적을 남기는 것이지요.
눈에 생기는 중품이라 불리는 망막분지정맥폐쇄, 망막중심정맥폐쇄는 망막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정맥이 시신경을 통해서 지나가는데 이 정맥이 폐쇄가 되는 질환입니다. 정맥이 폐쇄된 정도나 범위에 따라서 어떤 분들은 정상의 시력을 가져오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아주 좋지 않은 시력을 보이거나 때로는 합병증이 발생하여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정맥이 폐쇄가 되면 모든 경우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망막 중심부 황반이 붓게 되는 황반부종이 발생하고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눈 속에 약을 주입하여 부종을 가라앉도록 치료합니다. 이 경우에도 황반의 부종은 다 사라져 시력이 좋은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망막의 영구적인 후유증이 생겨 시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겪게 되는 여러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이런 경험이 때로는 잊지 못할 좋은 기억일 수 도 있고, 뼈 아픈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상황을 좀 더 잘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치료에도 흔적을 남깁니다. 오히려 치료라기 보다는 내 몸에 생긴 질환은 어떤 모습으로든 흔적을 남깁니다.
불행히도 그 흔적이 우리 원하는 방향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나 그에 대한 대처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 오랫동안 다니신 금슬 좋은 부부가 계십니다. 환자 분은 아내이시고 처음부터 진행된 당뇨망막병증으로 레이져를 받으셨지요. 양쪽 눈이 다 심했지만 다행이도 한 쪽은 레이져를 받고 더 이상의 진행은 되지 않아 좋은 시력을 가지고 있고, 반대편은 조금씩 진행되어 견인 망막박리가 시신경 주위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신 순간이 되었지요.
"더 이상 놔두면 진행되서 안 좋으실 것 같은데 수술을 받으시는 것이 좋겠어요"
"수술은 좀 무서워서... 수술 받는 다고 다 좋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예, 그렇게는 하지만 놔두면 더 진행될 확률도 높고 나중에 하면 할 수록 안좋으실 것 같아요"
"네, 생각해 볼께요"
그러시면서 더 몇 달이 지났지요. 눈 속 상태는 조금씩 나빠져서 시력도 많이 떨어지셨을 것 같은데 계속 좋은 시력으로 시력검사를 하시기에 걱정이 좀 됐습니다. 시력은 본인만 알지 옆에 계신 남편분꼐서는 잘 몰랐을테니까요. 그렇게 여러 달을 참다가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시력이 0.4 이신 걸로 검사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 시력이 안나오실 것 같아요. 다시 좀 해보겠습니다. "
그러고 나서 다시 검사하신 시력은 0.1도 되지 않았지요. 사실은 옆에 계신 남편분께서 걱정하실까봐 외운 숫자로 검사를 하셨더군요.
"많이 나쁘신데 그래도 수술은 안하실 건가요?"
"네, 걱정이 많이 되서 더 만 안나빠지면 되지요...."
"지금도 충분히 나쁘신데, 더 나빠져도 느끼지도 못 하실 것 같아요"
"그래도 수술은 안하고 싶어요..."
"네, 알겠습니다. 생각이 드시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세요"
사실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당뇨라는 병이 눈속에 흔적을 남기기는 했지만, 이 보다 더 수술을 두려워하게된 어떤 경험이 더 큰 흔적을 남기지 않았나 하구요. 같은 병명의 질환에도 사람마다 조금씩 때로는 크게 다르기도 합니다. 제 스승님꼐서 그 많은 백내장 수술을 하셨지만, 같은 환자는 한명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셨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누구를 진찰해 보기 전까지는 병명이 무엇이다고 해서 어떤 단정적으로 말씀을 드리기 어렵지요. 그런데 이 부부께서는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 다른 분들에게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의 흔적이든 마음의 흔적이든 간에 그것을 잘 지켜보고 대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비록 흔적은 남기기는 했지만 최선의 치료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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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언제나 긍정적으로 잘 지내시는 걸 보면서 저도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어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힘들때 활력소도 되고 같이 화이팅 해요. ^^
선생님 글보면서 감동이였습니다. 특히 사람마다 다르다 라는 부분..왠지 공감이... 지금 글에 나타나신 마음이나 생각들이 변함 없이 쭈욱~ 계속 되셨으면 좋겠습니다..감사합니다..^^
네 교환소녀님... ^^ 과찬의 말씀에 부끄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