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좋으신 Dr.마문 왼쪽이 Dr. 마문 그리고 저입니다 ^^ 천사같은 유진씨와 함께~
방글라데시는 UN이 인정하는 최빈국중 하나로,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약 190위 정도입니다.
방글라데시의 실명 인구는 8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그 주요한 원인은 비타민 등 영양 부족, 각종 감염, 그리고 백내장 입니다. 그러나 1/3 이상의 국민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이들이 안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1988년에 설립된 NGO 단체인 하트-하트 재단은 저개발 국가의 시력 회복사업에 적극적인 활동 및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09년 3월 꼬람똘라 병원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과의 협력으로 안과 클리닉을 건립하고 방글라데시 시력회복 지원사업(ECSB, Eye Care Service for people in Gazipur, Bangladesh) 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김안과병원도 지금까지 활발한 국제 눈 건강 증진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캄보디아 시엠립 BWC센터 내에 김안과병원 진료소를 설치하여 연 3회 이상 상당한 규모의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개발 국가를 경험한 것은 트래킹을 위해 네팔을 다녀온 것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외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를 둘러 본 것이라 이번 봉사활동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히 보고 온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도착해서의 첫 느낌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무질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구가 많은 만큼 자동차들 (물론 거의가 다 형편없는 고물차들..)도 많았고, 인력거인 "릭샤"도 많았는데 도로가 넉넉하지 않은데다가 교차로에 신호등이나 교통경찰이 있지 않기 때문에 차, 인력거, 사람이 정신없이 뒤엉켜서 정말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방글라데시에 온 외국인들 모두 이 무질서함에 놀라게 되지만 현지에 오래 거주하게 되면 이 무질서 속에서도 어떤 규칙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더군요. 말하자면 먼저 들이미는 차 우선, 역주행 차 우선, 더 용감한 차 우선 같은 것이라 했습니다. 들이대~~들이대~!!
생소한 뉴욕에서 차를 렌트해서 다닐 때에도 어려움 없이 운전을 했지만, 다카에서라면 감히 운전대를 잡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반면에 현지인이 운전하는 봉고차에 동승해서 다니다 보면 마치 써킷에서 레이싱카에 동승했을 때와 같은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다카에서의 두번째 느낌은 지저분하다는 것인데 특별히 쓰레기 수거차가 다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집안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들 대부분이 집 앞에 그냥 버려지고 큰 비라도 한번 오면 쓸려가서 청소가 되는..그런 시스템(?)이라고 하더군요...하하하..한방에 해결되겠네요..;;
꼬람똘라 기독병원은 한국 해외의료선교회(KOMMS)에서 세운 병원인 만큼 이러한 무질서에서 벗어나 나름 깨끗하고 조직화된 환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외과 전문의인 "박무열 원장님"을 중심으로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치과, 일반과에 각기 1명씩의 현지 의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CT, 초음파, 내시경 등의 장비를 갖추었고 복강경 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안과에는 Dr. 마문 외에 안과 기술자 1명, 간호사 1명, 매니저 1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하트-하트 재단의 지원으로 마련된 안과 수술실을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성숙 백내장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Dr. 마문의 수정체낭외적출술 솜씨는 상당히 숙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정체초음파유화술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고, 김안과병원 연수 중에도 실제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초음파유화술 경험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습니다.
저의 첫날 일정은 오랜만에 초음파유화술 기계를 꺼내어 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최적의 세팅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그 곳의 기계는 이탈리아제로서 요즘 한국에서 쓰는 기계들에 비하면 상당히 구형이고, 직관적인 형태로서 기본적인 관류액 높이 조절조차 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실제 환자를 수술하면서 최적 세팅값을 찾아 내기로 했습니다.
둘째 날에 본격적으로 성인 백내장 수술을 시작하였으나 인공수정체 측정 기계가 고장나서 타 병원에서 기계를 빌려와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습니다. 거의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고, 주요한 기구들이 한 개 밖에 없어서 소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많지 않은 6명을 수술하였는데 저녁 늦게 끝이 났습니다.
셋째 날에는 소아 백내장 6명을 수술하였는데, 현지에서 소아 백내장 수술 경험이 거의 없다보니 아무도 금식 명령을 내려놓지 않아서 새벽 5시에 뭐 먹은 아이는 10시에 수술하고, 그 다음은 쉬었다가 아침 8시에 뭐 먹은 아이 수술하고...하는 식의 해프닝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수술을 받은 아이들 중 로지파라는 여자 아이는 한국의 케이블 TV에서 유명 탤런트인 유진 씨의 봉사활동 대상으로 촬영이 이루어졌습니다. 유진 씨는 가이반다라고 하는 전기도 안들어오는 로지파네 섬마을에 배를 타고 들어가서 태양광 축전식 전등도 집집마다 나눠주고, 학교도 만들어주고 하는 며칠간의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양안 백내장으로 앞을 못보는 로지파를 아홉시간 걸리는 꼬람똘라 병원까지 데려왔던 것이죠. 촬영 유무에 상관 없이 아이들을 살갑게 대하고 열심히 보살피는 유진 씨의 모습에 진심이 느껴져 보기 좋았습니다.
유진 씨와는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을 같이 했는데, 눈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으셔서 성심껏 상담해 드렸습니다. ^^ 로지파를 비롯한 소아 백내장 환자들은 다음날 안대를 제거하고 나니 즉시 어느 정도 시력이 회복되었고, 오랜 기간의 백내장 때문에 생겼던 사시도 상당히 좋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수술하고서도 참 신기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넷째 날에는 Dr. 마문이 성인 5명을 대상으로 수정체초음파유화술을 시도하고, 저는 수술 어시스트를 하면서 초음파유화술 기초 교육 및 현지 기계를 사용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공유하였습니다.
하트-하트 재단에서 지원한 1인당 수술비는 약 100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입고 다니는 셔츠 한벌 값입니다만 앞 못보는 방글라데시 아이에게는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의사로서 살아가게 하는 동기는 자부심, 보람, 기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부끄럽게도 요즘은 일상에서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리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이런 가치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고, 이렇게 기회를 주신 하트-하트 재단과 김안과병원측에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과의 직항 노선이 없다보니 오고 가는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더 많은 시간을 현지에서 보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으며, 많은 분들이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저와 같은 기쁨을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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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좋은 일 하고 오셨네요~ 유진씨랑 에피소드도 재밌어요ㅋㅋ
제 눈엔 왜 유진만 보이는걸까요? ㅎㅎㅎ 고생많이 하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