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라고 불려보셨어요?
처음으로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 라는 호칭을 들으신 날이 언제세요?
몇 일전 사건입니다.
나름 아직 "동안"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동네 목욕탕에서 있었던 실화랍니다. ㅠ.ㅠ
저는 목욕탕 속에 들어가 있고, 6개월 정도된 애기를 데리고 온 애기엄마는 탕에 발만 담그고 앉아서 애기를 어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통통한 아기가 예뻐서 말을 건냈지요.
"아유~ 예뻐라~ 이제 몇 개월 되었어요?"
"6개월이에요"
"이제 혼자 앉겠네요. 재주가 늘고 있지요? 아가야~ 짝짝꿍~ 짝짝꿍~ 해볼까?"
그때 애기엄마가 애기한테 말했습니다.
"아가~ 할머니한테 윙크해봐"
헉~~~~ '내가 할머니라고??'
'할머니.....'
물론 저는 우아하게 "아유~ 벌써 윙크를 할 줄 알아요?" 하며 말을 받았지만 속으로는 쓰러지기 일보직전 이었지요....그리고 금방 짐 싸서 집으로 왔습니다. ㅠ.ㅠ
집으로 오면서...
아...늦둥이를 데리고 온 환자보호자들에게 무심코 던진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가 이렇게 반사되어서 나에게 다시 오는구나 하고 반성했답니다.
이제는 어린애를 데리고 병원에 오신 보호자 분이 엄마 같으면 "이모"라고 하고, 아버지 같으면 "삼촌"이라고 해야겠습니다. ^^
젊은 할머니와 늙은 엄마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는요?
그냥 "보호자분" 이라고 할까요? ^^
호칭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이왕 할머니라는 말을 들으려면 "따스하고 온화한" 할머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 혹시 그 젊은 애기엄마도 그 즈음 "아줌마" 라고 처음 불려서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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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하하, 참 거시기(적당한 표현이 없어서···. 이 표현이 좀 불순해 보일 수 있지만 경상도식으로 생각하면 딱맞아요.)했겠군요. 저도 처음 아버님이란 말을 들었을 때 충격 좀 먹었지요. 나름 동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나도 이제 나이들어 보이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지요. 예전에 쓴 글 생각이 나서 트랙백 겁니다.
위 프로필에 보이는 사진으로는 '나름 아직 동안' 맞습니다. 예쁘신데요.
눈물이 그냥 ㅠㅠ
사진보고 박장대소했습니다. ㅋㅋㅋㅋ
교수님 너무 웃겨요~~~ 죄송합니다. ㅋㅋㅋ
저희 어머니가 해주신 말인데요.... 교수님 글 보니 생각나서 올립니다.
다들 일하다 보니 저의 어머니도 혼자 병원 진료보는 일이 종종 있으신데요... 당뇨 + 혈압 등등
병원에 갔을때 가장 듣기 싫은말로 "혼자오셨어요? 란 말과, 할머니란 말이라고 하셨어요...."
저도 종종 시력검사를 할때 말이 잘 안통하거나 겉모습(옷차림새 및 행동)을 미뤄 할머니라고 호칭할때가 있는데
막상 챠트를 보면 저의 어머니보다 주민등록상 젊을때.....(참고로 저의 어머니는 환갑을 갖지난 손주넷의 할머니 입니다.)
괜히 미안해 지곤 합니다. ^^ 환자나 다른 사람을 호칭할때 부르는 사람은 별거 아니지만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신경써야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 글 덕분에 새삼 다시 느끼고 갑니다.
그럼 이만~~~꾸벅~~~
80세정도 되신것을 확인하고 "할아버지~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라고 했더니
"내가 왜 할아버지야!!! 아직 100살도 아닌데!!! "라고 혼난적이 있었어요 ;
누구에게나 그 기준은 다른거니까... ㅠ ㅠ 조심해야겠어요 ㅠ
저도 어르신이라고 했다가 혼난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저두 아줌마 소리 듣고 잠시 충격!!!!본래 아줌마긴해도 직접어린아이테듣고는 ㅠㅠㅠㅠㅠ
우울했던기억이 있습니다..백배 공감....ㅋㅋㅋㅋㅋ그래도 마음만큼은 아직도 당찬 소녀로 지낸답니다.뭐든 결정되어 있어도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요?????*^^*